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한시간 조금 넘게 걸렸을까, 옥스포드에 도착했다. 이미 늦은 밤이어서 뭘 특별히 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도시 자체 인구로만 하면 2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이지만, 다른 도시로 승객들을 실어날라주는 철도 노선이 충실한 게 대서양 건너 어느 나라와는 참 다르단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하루 왕복 6편이 전부인데 말이다. 옥스포드가 인구가 큰 도시는 아니지만 아무튼 도시는 도시, 우리가 묵을 학교 게스트하우스는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참을 걷다 걷다 대학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일 뿐이지만 뭐 사실상 호텔이었다. 옆에 작은 주방이 있어서 간단하게 요리를 해먹거나 하다못해 냉장고에 맥주를 보관할 수도 있었고. ..

하숙집 느낌(?)의 에어비앤비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둘째날이 되었다. 전날과는 다르게 날이 쨍쨍해서 여행할 맛이 났다. 오늘 저녁까지만 런던에 있다가 런던 밖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영국은 도시간 대중교통이 잘돼있어서 버스나 철도 등등을 골라탈 수 있는데, 레일카드를 구매함으로써 철도를 이용할 때 특별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같이 여행하는 친구와 묶어서 Two Together를 30파운드를 주고 구매했다. 1년간 유효한 카드이지만 철도로 영국 이곳저곳을 여행하면 단기로 사용해도 본전은 뽑기 어렵지 않다. 보통 영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철도 패스인 브릿레일패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나는 이번에 런던에서 카디프 사이의 멀지 않은 구간을 여행하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레일패스가 그렇게 이득이지 않았다. 아무튼 이..

2016년 서유럽을 여행했을 때에 이어 7년만에 방문하는 영국 여행이었다. 지난번에는 에딘버러 공항으로 입국해서 스코틀랜드를 먼저 여행한 후에 런던으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바로 히드로 공항으로 입국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는 그 악명높은 히드로 공항의 빡센 입국심사도 없고, 한국 여권으로는 사람도 안 거치고 입국이 가능했다. 7년만에 바뀐 런던은 어떨까 기대하며 시내로 들어왔다. 특히 이번에는 런던에서 1박만 하기 때문에 못다 본 런던을 얼른 채워보기로 했다. 전철을 이용하면서 느꼈던 특이한 점은, 2016년의 방문 때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해서 충전하면서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단순히 휴대폰을 갖다대는 것만으로 탑승이 가능했던 것. 애플페이와 연동이 되어서 찍을 때마다 운임이 계산이 되고..

2023년 4월, 영국에 재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경위는 이렇다. 때는 2021년 연말, 한국행 항공권을 예약했던 나는 오미크론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항공권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환불을 현금이 아닌 아메리칸 항공 크레딧으로 받았다. 그 후 결국 2022년 여름 한국을 다녀올 수 있었는데, 항공권 금액에 차액이 발생하여 300불 가량의 크레딧이 남은 것이다. 크레딧 만료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어떻게 하면 이를 현명하게 쓸까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영국에 친구가 있는데, 그냥 눈 딱 감고 일주일만 다녀오면 어떨까?" 호다닥 런던행 항공권을 검색했더니, 600불 가량의 금액으로 찍혀 나오는 것이다. 즉, 300불 정도의 추가금만 내면 영국을 다녀올 수 있는 것. 그런데 항공권을 예매..

산티아고 국제공항, 혹은 공항이 위치한 지역의 이름을 따 푸다우엘 (Pudahuel)이라고도 불리는 곳에 도착했다. 칠레의 수도이기도 하고 칠레 자체가 태평양에 면한 만큼 다양한 노선이 운항하는 허브 공항이고, 특히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남미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공항에 내리고 나면 시내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택시를 타거나 공항버스를 타거나. 국내선 터미널에서 내린 후 조금 걸어가서 공항버스 매표소에 갈 수 있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시내행 버스티켓을 구할 수 있었고, 왕복으로 결제했을 경우에는 조금 할인된 가격으로 표를 살 수 있었다. 우선 버스를 타고 시내의 버스터미널에 갔다. 내가 탔던 Turbus 사의 산티아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실제로 이 버스회사는 칠레 전국으로 버..

칼라마에 도착한 후 무사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은 동네다 보니 터미널은 간이 건물 수준으로 작고 허름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그런데 무진장 추웠다. 보통 사막이라고 하면 중동의 더운 지역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여기는 여행 당시 겨울이기도 하고 고도가 꽤 높다 보니 몸이 으슬으슬 떨리더라. 실제로 온도를 체크해 보니 0도 정도였더라. 아무튼 도착했으니 일단 예약해두었던 숙소로 이동했다. 호스텔은 한 층짜리 건물에 정원과 마당까지 있는 제법 멋진 곳이었다. 직원은 영어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응대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줬고, 다행히 빈 자리가 있어서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바로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기에, 오후에 달의 계곡 (Valle de ..

이 하루는 페루의 아레키파에서 칠레의 칼라마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대부분의 남미 여행자들은 페루 여행을 마친 후 볼리비아로 들어가서 우유니를 관람(?) 후 칠레로 가는 루트를 택한다. 실제로 나도 그렇게 갈 계획이었으니. 그러나 예기치 못한 상황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법, 결국 몸살에 배낭까지 잃어버린 이중고를 겪던 나는 볼리비아 여행을 포기하고 페루로 돌아왔다. 아무튼 아웃 비행기가 칠레이기 때문에 칠레를 가긴 해야 한다. 아레키파 자체가 국경도시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쳐야 한다. 1. 아레키파 > 타크나 (버스) 2. 타크나 > 아리카 (합승택시) 3. 아리카 > 칼라마 (버스) 4. 칼라마 >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버스) 이 경로는 볼리비아에서 칠레로 넘어가는 것..

푸노에서 버스를 타고 아레키파로 왔다. 버스를 타면서 "드디어 고산지대에서 벗어나겠구나" 라고 안심을 했지만, 해발고도 3800미터의 호숫가 도시에서 출발한 버스는 우선 고도를 올리며 4500미터 지점까지 올라가는 것이었다. 코파카바나를 갈 때 그렇게 고생했었지만, 버스 자체는 나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트란셀라의 버스를 탔고, 2층보다 사람이 적어 좀더 조용한 1층을 택했다. 사실 일부 버스는 1층칸의 경우 180도로 젖혀지는 풀플랫이 장착되어 있지만, 이 버스회사는 딱히 그렇지는 않더라. 버스는 우선 북쪽으로 향해 훌리아카 (Juliaca) 를 경유하고, 거기서 방향을 틀어서 서쪽으로 향했다. 볼거리가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황량한 고산지대의 모습은 아무데서나 보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

볼리비아에서 고생을 하고 아무튼 푸노로 들어와서 좀 쉬어가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해가 지고 나서 도착한 푸노 터미널, 미리 알아본 호스텔 숙소로 가서 짐을 풀 수 있었다. 숙소 주인 아주머니는 작은 배낭 하나만 가지고 들어온 나를 보고 배낭 하나로만 여행을 다니고 있냐고 물어보았고, 내가 배낭을 도난당한 것을 알게 되고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었다. 터미널에 같이 가주겠다고도 했고 폴리스 리포트 작성도 도와주겠다고 했다. 사실 여행자 보험도 안 들고 와서 폴리스 리포트가 큰 도움이 될것 같지는 않아서 사양했지만, 아무튼 마음만으로도 힘이 됐다. (내가 묵었을 때는 다른 이름이었는데 이름이 바뀐건지는 모르겠다) 저녁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일단 잠을 청한 다음, 우선 옷가지가 들어있는 배낭이 통째로 사라졌기..

쿠스코에 머물면서 안데스 산맥과 잉카 문명의 장관을 보고 나서, 이제는 쿠스코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대부분의 한국인 여행자들이 그렇듯, 쿠스코에서 버스를 타고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여정을 택했다. 바로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로 가는 대신 중간에 티티카카 호수의 전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코파카바나를 거쳐가는 일정으로. 쿠스코 버스터미널에서는 볼리비아로 가는 버스가 여럿 있다. 목적지 별로 표를 판매하는 한국과는 달리, 여러 남미 국가들은 터미널에 버스 회사별로 창구가 따로 있어서 버스회사를 택하고 해당 목적지에 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여러 버스회사들 중 나는 트란셀라 (Transzela) 사의 창구에서 예매를 했다. 일반 버스를 타는 대신 쿠스코에서 라파즈까지 관광지들에서 내렸다 탈 수 있는 페루홉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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