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마지막날, 저녁 비행기를 타기 전 어떻게든 더 둘러봐야 한다. 다카마쓰 자체가 볼거리가 많은 동네는 아니라 시내에만 있기에는 애매하고, 시내에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일본식 정원은 겨울이라 또 안 예쁠 것 같고, 결국 마지막까지 다카마쓰를 떠나서 이번에는 고토히라 (琴平)에 가기로 결정했다. 다카마쓰에서 1시간 덜 걸리는 거리에 있으며 공항 직행 버스도 있기 때문에, 떠나는 날 반나절 여행하기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마지막날 아침, 호텔 체크아웃 전 잠시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전날부터 눈여겨보았던 그 집을 안 가고 지나칠 수는 없지. 우동 맛집 JR 시코쿠의 메리켄야(めりけんや). 알고보니 가게 앞에는 우동 자판기가 따로 놓여있을 정도로 진심인 곳이었다. 마음같아서는 사들고 올까 싶었는데,..
이우환 미술관의 야외전시를 살짝 맛보고 바로 다음 미술관 쪽으로 향했다. 나오시마를 개발한 기업인 베네세 그룹 (ベネッセグループ)의 이름을 붙인 베네세 하우스를 안 보고 지나치기에는 아쉽기 때문. 베네세 하우스는 호텔과 미술관이 함께 있는 곳으로, 일부 구역을 제외하면 호텔에 투숙하지 않고도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이우환 미술관에서 베네세 하우스로 가는 길은 내리막이 져있고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있어, 섬 뒤쪽으로 혼슈와 시코쿠를 이어주는 세토대교 (瀬戸大橋)와 함께 세토내해의 절경을 조망할 수 있다. 겨울에도 푸릇푸릇하게 자라있는 상록수가 섬의 전경을 더욱 따뜻해 보이게 한다. 가는 도중에 옆길로 새어, 신비해 보이는 장소가 있어서 잠시 둘러보았다. 넓지 않은 공간에 돌 조각들이 옹기종기 배치..
다카마쓰에 도착한 다음날 이른 아침, 전날밤 무거운 짐을 끌고 장거리를 이동한 탓에 피로가 가시지 않은 몸을 이끌고 나섰다. 이는 카가와 여행의 주 목적지 중 하나인 세토내해의 섬을 가기 위해서이다. 보통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은 나오시마와 쇼도시마 두 곳. 시코쿠에서 전일을 투자할 수 있었던 시간이 이날뿐이라, 둘중 한 곳만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 섬 전체가 예술작품인 나오시마(直島)를 갈 것이냐, 올리브와 간장이 유명한 쇼도시마(小豆島)를 갈 것인가. 결국 당일치기에 용이하고 계절의 영향을 덜 타는 나오시마를 가기로 결정했다. 두 섬은 모두 시코쿠보다 혼슈에 더 가까이 붙어있는 건 함정이지만, 다행히 다카마쓰에서도 여객선이 드물지 않게 운항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의 다카마쓰 역 앞. 미니스톱..
2026년 초, 한국에 방문한 동안 오사카에서 가족여행을 한 후 이틀 동안 일본에 더 머물 수 있었다. 히로시마, 나고야 등 오사카에서 너무 멀지 않은 여행지를 찾아보다가,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시코쿠의 카가와 현에 방문해 보기로 결정. JR 간사이 와이드 패스로 다카마쓰까지의 교통이 커버된다는 극장점이 있기도 하고, 마침 다카마쓰에서 인천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이 50달러 정도로 매우 저렴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시코쿠를 안 가볼 수 없지. 이렇게 일본의 4대 주요 섬을 모두 방문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신오사카에서 다카마쓰까지는 직행 열차편은 존재하지 않고, 신칸센을 이용해 오카야마로 이동 후 거기서 열차를 갈아타서 이동하는 것이 정석. 물론 버스를 타면 환승 없이 좀더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지..
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 다니던 시절 친해진 마카오인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나이 더 먹기 전에 북미 여행을 해보고는 싶은데, 미국은 요즘 정치적 상황으로 무섭고 캐나다를 가보려고 한다'라며 혹시 캐나다에서 만날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코로나 이후로 한 번도 만날 일이 없었기에, 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보았다. 여름 휴가철이라 비쌀 줄 알았는데, 다행히 캐나다의 항공사인 포터항공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시카고와 토론토 각각에서 메이저 공항이 아닌 시내 가까운 소형 공항을 이용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굳이 오헤어로 갈 필요 없이 미드웨이로 간 후, 포터항공을 이용해서 토론토의 작은 공항으로 올 수 있었다. 워낙 소형 프로펠러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내 수하물도 엄격히 제한된다는게 ..
다음날 칸쿤 공항에서 시카고로 돌아오는 항공편을 타기 위해, 메리다에서 칸쿤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멕시코의 버스는 대도시간을 이어주는 직행 버스 (바칼라르에서 메리다로 이동할 때 탔던 ADO와 같은 버스)가 있고, 그에 비해 천천히 운행하며 작은 마을들을 이어주는 버스도 있다. 칸쿤까지 가야 하는데, ADO 버스는 생각보다 요금이 나가기도 했고 교통카드에 남아있던 잔액을 조금이라도 털어보자는 생각도 있어서, 교통카드로 탑승이 가능한 로컬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푼 안되는 돈을 아끼고자 로컬 버스를 타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호텔 바로 맞은 편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왔다. 마야의 언어와 문화로 지역을 홍보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치첸잇사가 위치한 멕시코..
메리다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한 공항이 있는 칸쿤으로 가기 위해 원래는 아침 일찍 떠날까 했다. 중간에 치첸이트사에 들러서 유적 구경을 하고 저녁에 칸쿤으로 가서 하룻밤 지내면 가장 이상적인 스케줄이 되기 때문. 하지만, 나는 메리다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메리다 시내에 위치한 한인 이민사 박물관을 꼭 방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느즈막히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메리다에 좀더 머물러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아침식사부터 하기로. 시내에 사람이 많아보이는 브런치 집이 있어보여서 들어갔다. Café La Habana라는 이름의 이 식당은, 찾아보니 멕시코시티에 본점을 둔 나름 인기 있는 카페로 보였다. 이 메리다 분점도 인기가 많은 듯 하고. 아니나 다를까, 금요..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숙소를 나와 맞은편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 입장했다. 버스를 타고 욱스말 (Uxmal)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아마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마야 유적은 치첸 이트사 (Chichen Itza)일 테지만, 메리다에 머무는 김에 조금 덜 알려진 유적지를 방문해보고 싶어서 욱스말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원래는 치첸이트사도 시간이 되면 방문을 해보고자 했지만, 스케줄 문제로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다. 여행에 관해서는 약간의 홍대병 비슷한 것이 있어서, 남들이 덜 찾는 곳을 우선적으로 가고 싶어지는 욕망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욱스말행 버스를 타기 위한 과정은 조금 까다로웠다. 이 지역의 로컬 버스들은 한국이나 여타 국가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듯이, 탑승 시 Ahorro Bus라는 교통카드를 ..
바칼라르에서 버스를 타고 메리다로 향했다. 유카탄 반도가 은근히 큰 덕에 5시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리는 여정이었다. 일반 ADO 버스보다 조금 더 고급인 보라색 버스이지만, 탑승 시 물과 간단한 간식을 제공받는 것 말고 체감이 되는 부분은 별로 없었다. 맨 앞의 오른쪽 자리를 배정받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며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아쉽게도 앞쪽이 불투명한 줄무늬가 그려진 유리로 막혀 있어서, 측면의 창 너머를 내다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출발한지 얼마나 됐을까, 새로 공사중인 철도가 건설되는 현장을 보며 지나갈 수 있었다. 과거 마야 문명이 찬란했던 유카탄 반도와 주변 지역의 관광지들을 이어주는 트렌 마야 (Tren Maya). 지금은 전 구간 개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만 해도 ..
툴룸에서 체투말행 ADO 버스를 탑승하고, 정글을 뚫고 남쪽으로 향했다. 얼마나 갔을까, 창밖으로는 도시의 흔적조차도 보이지 않고 빼곡한 정글의 나무들만이 눈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중간중간 작은 마을들이 있긴 했지만. 물론 이 ADO 버스는 툴룸과 바칼라르 사이에 아무 도시에도 정차하지 않았다. 마을을 지날 때면, 도로변에 지나다니는 운전자들에게 음식을 파는 사람들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이제 한국에서는 드문 풍경이지만, 이 모습이 하여금 십년, 혹은 이십년 전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은 아니라 얼마나 장사가 잘 될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버스를 타고 3시간 가까이 이동한 끝에 바칼라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는 현 시점에는 새로운 버스터미널이 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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