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 다니던 시절 친해진 마카오인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나이 더 먹기 전에 북미 여행을 해보고는 싶은데, 미국은 요즘 정치적 상황으로 무섭고 캐나다를 가보려고 한다'라며 혹시 캐나다에서 만날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코로나 이후로 한 번도 만날 일이 없었기에, 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보았다. 여름 휴가철이라 비쌀 줄 알았는데, 다행히 캐나다의 항공사인 포터항공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시카고와 토론토 각각에서 메이저 공항이 아닌 시내 가까운 소형 공항을 이용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굳이 오헤어로 갈 필요 없이 미드웨이로 간 후, 포터항공을 이용해서 토론토의 작은 공항으로 올 수 있었다. 워낙 소형 프로펠러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내 수하물도 엄격히 제한된다는게 ..
다음날 칸쿤 공항에서 시카고로 돌아오는 항공편을 타기 위해, 메리다에서 칸쿤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멕시코의 버스는 대도시간을 이어주는 직행 버스 (바칼라르에서 메리다로 이동할 때 탔던 ADO와 같은 버스)가 있고, 그에 비해 천천히 운행하며 작은 마을들을 이어주는 버스도 있다. 칸쿤까지 가야 하는데, ADO 버스는 생각보다 요금이 나가기도 했고 교통카드에 남아있던 잔액을 조금이라도 털어보자는 생각도 있어서, 교통카드로 탑승이 가능한 로컬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푼 안되는 돈을 아끼고자 로컬 버스를 타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호텔 바로 맞은 편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왔다. 마야의 언어와 문화로 지역을 홍보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치첸잇사가 위치한 멕시코..
메리다에서 지내는 마지막 날,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한 공항이 있는 칸쿤으로 가기 위해 원래는 아침 일찍 떠날까 했다. 중간에 치첸이트사에 들러서 유적 구경을 하고 저녁에 칸쿤으로 가서 하룻밤 지내면 가장 이상적인 스케줄이 되기 때문. 하지만, 나는 메리다에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메리다 시내에 위치한 한인 이민사 박물관을 꼭 방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느즈막히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메리다에 좀더 머물러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아침식사부터 하기로. 시내에 사람이 많아보이는 브런치 집이 있어보여서 들어갔다. Café La Habana라는 이름의 이 식당은, 찾아보니 멕시코시티에 본점을 둔 나름 인기 있는 카페로 보였다. 이 메리다 분점도 인기가 많은 듯 하고. 아니나 다를까, 금요..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숙소를 나와 맞은편에 있는 버스 터미널에 입장했다. 버스를 타고 욱스말 (Uxmal)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아마 한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마야 유적은 치첸 이트사 (Chichen Itza)일 테지만, 메리다에 머무는 김에 조금 덜 알려진 유적지를 방문해보고 싶어서 욱스말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원래는 치첸이트사도 시간이 되면 방문을 해보고자 했지만, 스케줄 문제로 아쉽게도 포기해야 했다. 여행에 관해서는 약간의 홍대병 비슷한 것이 있어서, 남들이 덜 찾는 곳을 우선적으로 가고 싶어지는 욕망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욱스말행 버스를 타기 위한 과정은 조금 까다로웠다. 이 지역의 로컬 버스들은 한국이나 여타 국가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듯이, 탑승 시 Ahorro Bus라는 교통카드를 ..
바칼라르에서 버스를 타고 메리다로 향했다. 유카탄 반도가 은근히 큰 덕에 5시간이 넘는 긴 시간이 걸리는 여정이었다. 일반 ADO 버스보다 조금 더 고급인 보라색 버스이지만, 탑승 시 물과 간단한 간식을 제공받는 것 말고 체감이 되는 부분은 별로 없었다. 맨 앞의 오른쪽 자리를 배정받아 바깥 경치를 구경하며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아쉽게도 앞쪽이 불투명한 줄무늬가 그려진 유리로 막혀 있어서, 측면의 창 너머를 내다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출발한지 얼마나 됐을까, 새로 공사중인 철도가 건설되는 현장을 보며 지나갈 수 있었다. 과거 마야 문명이 찬란했던 유카탄 반도와 주변 지역의 관광지들을 이어주는 트렌 마야 (Tren Maya). 지금은 전 구간 개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만 해도 ..
툴룸에서 체투말행 ADO 버스를 탑승하고, 정글을 뚫고 남쪽으로 향했다. 얼마나 갔을까, 창밖으로는 도시의 흔적조차도 보이지 않고 빼곡한 정글의 나무들만이 눈에 아른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중간중간 작은 마을들이 있긴 했지만. 물론 이 ADO 버스는 툴룸과 바칼라르 사이에 아무 도시에도 정차하지 않았다. 마을을 지날 때면, 도로변에 지나다니는 운전자들에게 음식을 파는 사람들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이제 한국에서는 드문 풍경이지만, 이 모습이 하여금 십년, 혹은 이십년 전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은 아니라 얼마나 장사가 잘 될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버스를 타고 3시간 가까이 이동한 끝에 바칼라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는 현 시점에는 새로운 버스터미널이 시 외..
도스 오호스 세노테에서 한참 놀다가 돌아와서 점심을 먹으니, 찌는 더위에 몸이 녹을 것만 같아 더 이상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여행하는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이런 더위가 아직 익숙치 않았고, 여기서 유일한 해결책은 자주 쉬어주는 것이다. 괜히 욕심 부렸다가 더위 먹으면 본인만 손해이기 때문. 잠시 숙소에 들어가서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기며 체력을 보충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가 드물게 해안가에 위치한 마야 유적 중 하나인 툴룸 유적 (Ruinas de Tulum)에 가기 위해 늦은 오후 길을 나섰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치첸잇사, 욱스말, 팔렝케 같은 유적은 다 정글 한복판에 있지만, 이 툴룸 유적은 탁 트인 바닷가에 있어 다른 마야 유적과는 다른 멋이 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툴룸 ..
유카탄 반도와 주변 지역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버스회사인 ADO가 툴룸 공항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공항 내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탑승을 했다. 공항 청사를 나서는 순간 바깥의 열풍이 그대로 내 피부를 스쳐지나가 현기증이 날 정도였으나, 다행히 조금 걸었더니 버스터미널이 나타났다. 삼림 한가운데 난 신작로를 따라 버스를 타고 4-50분 쯤 가니 툴룸 시내가 나타났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장거리 도시 이동은 자가용 아니면 비행기인 미국과는 달리 멕시코에서는 도시간 고속버스가 사람들의 발로 절찬리 활용되고 있었다. 시내 곳곳을 둘러보면서 멕시코의 활기를 느껴볼까 했으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부터 이곳까지 왔더니 숨부터 돌리는 것이 급선무. 툴룸 버스터미널에..
2024년 여름, 일주일 정도의 짧은 휴가를 다녀오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멀리 가기는 애매한 기간이지만, 그래도 어디라도 도 가기에는 충분하다. 어디를 다녀올지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계속 남미와 영국 등을 다닌 덕에 오히려 미국 여행 경험이 부족한 나로서 이번에는 미국, 혹은 캐나다를 가보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특히 여름 휴가지로 유명한 미시간을 거쳐 캐나다로 가는 계획은 아주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장거리 로드트립에 대한 부담감, 생각보다 훨씬 비싼 숙박비 등으로 인해 금세 단념하게 되었다. 암트랙을 타고 캘리포니아로 가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결국 더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중남미로 다시 향하게 되었다. 여행 1-2주 전이었기 때문에 항공권을 알아보는 것부터 ..
이란에서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타이베이 남부에 위치한 공관 (公館) 이라는 버스정류장.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이곳에 내린 이유는 대만 최고의 대학인 국립대만대학 (國立臺灣大學)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서울대와 함께 일제강점기때 구 제국대학에 함께 속해있기도 했던 곳. 아무튼 학문을 하고 있는 나이다 보니 새로운 지역에 방문하면 그곳의 대학은 방문해보는 편이기도 한데다, 대만인 친구가 졸업한 학교이기도 해서 이번 방문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어긋나서 친구가 대만으로 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볼만한 곳을 보내줘서 셀프투어를 하게 되었다. 나는 버스를 타고 이란에서 출발했지만, 타이베이 시내에서 출발할 경유 지하철 공관역을 이용해서 편하게 방문할 수도 있다.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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