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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영국에 재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경위는 이렇다. 때는 2021년 연말, 한국행 항공권을 예약했던 나는 오미크론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항공권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고, 환불을 현금이 아닌 아메리칸 항공 크레딧으로 받았다. 그 후 결국 2022년 여름 한국을 다녀올 수 있었는데, 항공권 금액에 차액이 발생하여 300불 가량의 크레딧이 남은 것이다. 크레딧 만료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어떻게 하면 이를 현명하게 쓸까 고민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마침 영국에 친구가 있는데, 그냥 눈 딱 감고 일주일만 다녀오면 어떨까?"
호다닥 런던행 항공권을 검색했더니, 600불 가량의 금액으로 찍혀 나오는 것이다. 즉, 300불 정도의 추가금만 내면 영국을 다녀올 수 있는 것. 그런데 항공권을 예매하려고 보니, 이 600불짜리는 베이직 이코노미 요금인 것이다. 수하물을 부치려면 추가금을 지불해야 되는 요금제이다. 하는 수 없이 수하물이 포함된 요금제를 선택하니, 800불에 가까운 요금으로 뻥튀기 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미국산 술을 영국에 가져가기 위해서 위탁수하물은 필수라서, 어쩔 수 없지 질렀다. 가는 편은 영국항공 공동운항편이고 돌아올 때는 아메리칸을 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출국일이 되었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서 늦은 밤 출발해서 다음날 오전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는 BA296편. 코드쉐어편으로 구매했기 때문에 티켓에는 AA7005라는 항공편으로 떠있다. 아무튼, 이 항공사는 다른 터미널과 동떨어진 5터미널에서 출발한다.
공동운항편을 탔기 때문에 실제 체크인도 영국항공을 통해 진행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보안검색을 통과해서 터미널로 갔다. 그런데 늦은 저녁이어서 그런지, 식당이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늦은 저녁 비행기이다 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는데,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일찍 닫았고 열려있는 건 사실상 던킨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던킨에서 도넛과 커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멍하니 비행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좀 남아서 면세점 구경을 좀 했다. 아무리 미국 공항이지만 면세점이 있긴 하다. 그런데 정말 있기만 하다. 특히 나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면세점 술 구경은 꼭 해보는 편인데, 여기는 딱히 우리 동네 리쿼샵에서 사는 것보다도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긴, 면세점은 세금이 없는 것이지 판매점의 이익이 없는 건 아니니까. 어차피 나는 영국에서 돌아올 때 술을 사면 되기 때문에 여기서는 따로 뭘 건드리지는 않았다.
이윽고 비행기를 탈 시간이 되었다. 이번에 탈 비행기는 현재 여객기 중 가장 큰 A380. 사실 처음 타보는 녀석이라 조금 설레기도 했었다. 자리를 미리 지정할 때 2층의 창가자리를 선택했었다. 예전에 또다른 2층 비행기인 747을 타본 적은 있었는데 그때는 아마 1층이었던 것 같고, 비행기의 2층을 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국의 경우는 대한항공과 에미레이트의 A380은 2층이 전부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2층 이코노미를 타보려면 아시아나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
비행기의 동체는 둥글기 때문에 2층은 1층보다 폭이 좁고, 좌석이 적게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비즈니스석이 2-3-2 배열로 되어 있었다. 역시 거대한 비행기는 다르다.
이코노미석도 1층의 3-4-3 배열에 비해 2층은 2-4-2로 되어있는데, 창가에 앉으면 남는 공간에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이 특징. 오버헤드 빈을 열기 위해 일어날 필요 없이 작은 물건들을 넣고 뺄 수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날 2층은 탑승객이 거의 없이 텅텅 비어서 갔다. 덕분에 기내서비스도 순식간에 진행되고, 옆자리도 비어서 누워서 갈 수 있었다. 와인을 달라고 하니 그냥 작은 병 2개를 통째로 주더라. 아주 마음에 들었다. 기내식은 그냥 평범한 기내식이었다. 와인 두병과 기내식을 먹고 잠을 청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맘에 들지 않았던 건 기체 관리상태가 좀 아니었던 것. 내 옆 창가 서랍도 뻑뻑해서 잘 열리지 않고, 또 비행기 모니터가 아예 작동하지 않아서 시작화면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실 텅텅 빈 비행기라 자리를 바꿀 수는 있었지만... 밤이라 피곤하기도 해서 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났더니 날이 밝아있었고, 두번째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이때는 잉글리시 머핀이 나왔는데, 이건 개인적으로 언제 먹어도 맛있다. 두번째 기내식을 먹고 나서 곧 착륙을 했다.
히드로 공항은 정말 사람이 많았다. 오헤어 공항도 미국에서 가장 승객이 많은 공항 중 하나지만 이렇게 북적이는 느낌은 받아본 적 없는데, 이날 히드로는 정말 정말 사람이 많았다. 사람끼리 부딛치는 느낌을 실제로 받았던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에서 입국심사대 쪽으로 향했다.
7년 전 에딘버러 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에는 직접 입국심사관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고 들어갔었는데, 그새 세상이 참 좋아졌다. 이제 특정 여권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동출입국심사를 이용할 수 있는 것. 게다가 거기는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
기계에 여권을 넣는 것만으로 손쉽게 입국심사가 끝나고, 드디어 영국 땅을 밟게 되었다. 얼른 수하물을 찾고 입국장으로 들어가서 친구와 합류하고, 런던 시내로 우선 들어가기로 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두번째 여행하는 영국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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