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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서유럽을 여행했을 때에 이어 7년만에 방문하는 영국 여행이었다. 지난번에는 에딘버러 공항으로 입국해서 스코틀랜드를 먼저 여행한 후에 런던으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바로 히드로 공항으로 입국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는 그 악명높은 히드로 공항의 빡센 입국심사도 없고, 한국 여권으로는 사람도 안 거치고 입국이 가능했다. 7년만에 바뀐 런던은 어떨까 기대하며 시내로 들어왔다. 특히 이번에는 런던에서 1박만 하기 때문에 못다 본 런던을 얼른 채워보기로 했다.
전철을 이용하면서 느꼈던 특이한 점은, 2016년의 방문 때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해서 충전하면서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단순히 휴대폰을 갖다대는 것만으로 탑승이 가능했던 것. 애플페이와 연동이 되어서 찍을 때마다 운임이 계산이 되고, 다음날 정산이 되어 카드에 요금이 청구되는 식이었다. 런던 지하철의 특징인 일일 요금 상한 (daily fare cap) 도 잘 적용되었다.
우선 공항에서부터 엘리자베스선을 타고 시내로 들어왔다. 이 새로 개통한 노선 덕에 매우 편리하게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올 수 있었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GTX 개통을 앞두고 있다는데 앞으로 서울의 교통이 어떻게 변할지. 새로 지어진 노선답게 역이 매우 깊은 곳에 있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참 높이 올라가야 지상이 나온다.
오랜만에 마주한 런던. 누가 영국 아니랄까봐 우중충하고 흐린 날씨가 날 마주하고 있었다. 비가 조금 왔는지 바닥도 젖어 있고. 장마철을 제외하면 맑은 날이 많은 한국과는 정말 다른 기후이다. 아무튼 이 전철역에서 내린 이유는 점심을 먹으러 소호에 가기 위함이었다.
인생네컷이 언제 영국까지 진출했지!? 나도 안 찍어본 인생네컷인데 이역만리 한복판에 떡하니 익숙한 간판이 보인다. 한국 문화가 서양까지 진출한 것에 자부심을 한번 느끼고 소호에 입성한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 음식 가판대가 가득 들어서 있었다. 특히 런던은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온갖 나라의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스트릿 푸드도 정말 맛있어 보였지만, 원래 가기로 했던 라멘집으로 향했다. 영국에서 먹는 첫끼가 일식이라니.
카나다야 라멘이라는 곳에 왔다. 직원들도 대부분 일본인이었고, 음식도 아주 괜찮았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는데, 여기는 런던이니까. 적어도 미국처럼 음식 값에 세금을 따로 붙이지는 않는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요즘 영국 식당들이 서비스 차지라는 명목으로 10% 정도 추가금을 요구하는데, 이 식당도 마찬가지라는 점.
식사를 마치고 잠시 소호 거리를 돌아다녀 보았다. 이날은 영국에서 큰 명절 중 하나인 부활절 연휴를 하루 앞둔 날이다. 영국의 부활절 연휴는 Good Friday인 금요일부터 시작해서 주말을 거쳐 다음주 월요일의 Bank Holiday까지 4일짜리 연휴이다. 그래서 그런지 벌써부터 런던에는 사람이 많은 느낌. 우선 가까운 통신사를 찾아가서 심카드를 구매하고 런던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었지만 아직 숙소에 들어가지 않은지라 캐리어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게 문제. 그냥 가기는 아쉬우니 맥주 한잔만 하고 들어가야겠다.
영국에서 아마 가장 유명한 수제맥주 브랜드는 브루독 (BrewDog) 일 것이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비행 후에 피곤해서 그런지 맥주가 아주 맛있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가볍게 한잔 하고 짐을 놓으러 갔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맥주에 비해서 영국은 형태가 정형화되어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특히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맥주인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생각보다 드물었던 것 같다. 여기서는 영국식 스트롱 에일로 한잔 하고 나왔다.
다시 엘리자베스선을 타고 더 동쪽으로 가서 나온 곳인 화이트채플. 런던의 호텔은 상상을 초월하게 비쌌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돈을 좀 아껴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에어비앤비를 선택했고, 특히 화이트채플 지역에 저렴한 에어비앤비가 많이 있었다. 사실 호스트가 방을 하나 내주는 식이어서 자유로움은 좀 떨어졌지만, 그래도 꽤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우리 호스트는 나이가 좀 있으신 할머니였는데, 방도 깔끔하고 나쁘지 않았다.
이 지역의 특이한 점은 주로 인도나 주변지역에서 온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점. 길거리에 히잡을 쓴 무슬림들이 많았고 배너로 자카트 (이슬람에서 자선을 위한 세금과 비슷한 것) 를 요청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전철역의 역명에 벵골어 표기가 같이 있었던 것은 덤. 멀리 걸킨 (The Gherkin) 이라는 별명을 가진 건물이 눈에 띈다.
지난번에 가보지 못했던 곳 중 하나인 그리니치에 가보기로 했다. 화이트채플과 그리니치 둘다 런던 중심부에서 살짝 동쪽에 치우쳐져 있고, 오버그라운드를 타서 갈 수 있었다. 플랫폼의 전광판에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목적지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오버그라운드는 열차 내부에도 상징색인 주황색을 눈에 띄게 볼수 있었다. 몇 정거장을 가서 캐나다 워터 역에서 내린 후, 버스를 타고 그리니치에 도착했다.
마침 이때부터 비가 그치로 구름이 좀 걷히더니 해가 들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가보지 못했던 그리니치 천문대를 가보자. 그 전에 템즈강 바로 앞에 있는 커티 사크를 잠깐 둘러보았다.
위스키 이름으로도 유명한 이 녀석은 과거에 무역선으로 쓰이던 범선이었다고 했는데 지금은 여기에 전시되어 있다. 그냥 배인 것 같은데 정말 멋있다. 내부는 닫혀있어서 굳이 들어가보려 하지는 않고 자리를 벗어났다.
커티 사크가 있는 곳 강을 건너면 런던 금융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는 카나리 워프가 보인다. 하저터널이 놓여있어서 카나리 워프로 강을 건널 수도 있긴 한데, 카나리 워프는 지난번에 가보았기 때문에 패스.
공원을 가로질러 천문대에 가보았지만, 아쉽게 시간이 늦어서 천문대는 이미 닫혀있었고 수많은 방문객들이 인증사진을 찍는 본초자오선도 포기해야 했다. 뭐 그래도 입구까지 가본 것만으로 만족이다. 지난번에는 이쪽은 들르지도 못했으니. 시간이 꽤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고위도에 위치해 있고 서머타임까지 곁들인 덕에 이제서야 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구름이 더 걷히고 런던의 스카이라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런던은 다른 유럽 도시들과는 다르게 스카이라인이 웅장하다. 방문 당시 아직 4월 초였기 때문에 나무는 앙상했고 날씨도 좀 쌀쌀했지만, 런던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이번에도 펍으로 향했다. 아무튼 영국에 왔으니 맥주는 원없이 먹어야지. 그리니치에도 맥주 양조장이 하나 위치해 있어서 잠시 들렀다.
밴드 공연도 들으면서 간단하게 맥주와 주전부리를 먹고 나오니 이미 밖이 어둑해져 있었다. 숙소로 들어와서 첫날 비행에 지친 몸을 풀어주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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