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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루는 페루의 아레키파에서 칠레의 칼라마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대부분의 남미 여행자들은 페루 여행을 마친 후 볼리비아로 들어가서 우유니를 관람(?) 후 칠레로 가는 루트를 택한다. 실제로 나도 그렇게 갈 계획이었으니. 그러나 예기치 못한 상황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법, 결국 몸살에 배낭까지 잃어버린 이중고를 겪던 나는 볼리비아 여행을 포기하고 페루로 돌아왔다. 아무튼 아웃 비행기가 칠레이기 때문에 칠레를 가긴 해야 한다. 아레키파 자체가 국경도시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쳐야 한다.
1. 아레키파 > 타크나 (버스)
2. 타크나 > 아리카 (합승택시)
3. 아리카 > 칼라마 (버스)
4. 칼라마 >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 (버스)
이 경로는 볼리비아에서 칠레로 넘어가는 것보다 정보가 적다 보니까 불확실성이 있었던 상황. 인터넷을 뒤져서 얻은 결론은 이른 저녁 쯤에 타크나 국경을 넘어야지 아리카에서 칼라마로 가는 밤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 그를 위해 아침 버스를 타야 하는데, 페루 버스는 (그 당시만 해도) 온라인 버스 예약 시스템이 미흡해서, 특히 외국인이 탈일 적은 노선은 검색 결과도 적고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게 책정되어 있었다. 하릴없이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로 아레키파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급한 마음에 버스 말고 택시를 탔다.
아레키파에서 타크나로 가는 노선을 운영하는 회사는 몇 군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그중 모케과 (Moquegua) 회사의 버스를 탔다. 두 도시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의 이름을 딴 이 회사가 그래도 타크나 행 버스가 많이 있더라. 나는 그중에서 오전 7시 반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버스 요금은 30~40솔인가? 온라인에서 봤던 것에 비해서 꽤 저렴했다. 아무튼간 버스를 타고 국경으로 향해보자.
버스는 중간중간 마을을 지나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 조금이나마 있던 풀과 나무는 완전히 사라져 있다. 페루 남단부터 칠레 북부에 이루는 아타카마 사막으로 진입한 것이다. 다른 사막과 비교해서도 비가 더더욱 내리지 않는 신비한 아타카마 사막.
7시간 정도 달린 버스는 타크나에 도착했다. 점심도 먹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단 요기를 하러 터미널 내부의 식당에 들어갔다. 여기도 수프와 메인 요리가 포함된 메뉴를 10솔 정도에 팔고 있었다. 식사를 한 후 잠깐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타크나 시내를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내까지 걸어가 보자. 주택가가 있는 거리를 지나고 페루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스크림 회사인 도노프리오 (D'Onofrio)의 공장도 지나가고...
타크나의 랜드마크인 아르코 파라볼리코, 한국어로 직역하면 포물선 아치? 아 그런데 이거 아무리 봐도,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 아치랑 판박이이다. 둘이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 보이긴 하는데, 생긴 건 이 페루의 것이 미국의 것의 축소판인 것 같은 느낌. 찾아보니 이 녀석은 1957년에 개방되었는데 남미의 태평양 전쟁의 영웅들을 기린 것이라고 한다.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 아치가 1965년에 완공된 것에 비해 100년 가량 앞선 것이다. 물론 거의 열배 정도의 크기가 나지만...
아치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는 타크나 성당. 페루 독립기념일을 맞아 성당에 페루 국기 배색의 띠를 둘러 놓았다. 역시 목적지 국가의 기념일 즈음에 여행하면 여러 예상치 못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다.
잠시 둘러보았던 타크나를 뒤로하고, 이제 칠레로 넘어가자. 주의할 점은, 아레키파에서 타고 온 터미널 (Terminal Terrestre Nacional)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다른 건물로 가야 한다. 여기가 국제선 터미널 (Terminal Terrestre Internacional)이다. 칠레 아리카 행 버스와 합승택시를 탈 수 있는 곳이다.
터미널 내부에 들어가면 곳곳에 아리카행 버스가 얼마인지 써져있다. 이것보다 많이 받으면 바가지 쓴 것이다. 나도 얼떨결에 바가지 썼긴 하지만...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합승 택시를 이용하는데, 정해진 출발 시간이 없이 일반 승용차 크기의 택시에 4~5명이 찰 때마다 이동하는 시스템이다. 탑승 전에 기사가 입국신고서를 작성하도록 나누어 주어서, 국경에 도착하면 제출하면 된다.
칠레 국경에 다가가니 칠레의 이정표가 보이기 시작. 스페인어, 영어와 함께 이 지역 원주민의 언어인 아이마라어로도 환영 인사가 적혀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국경에 도착하면 모든 사람들이 내려서 입국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입국심사는 어렵지 않고 금방 끝나는데, 검역이 엄격해서 과일과 같은 농산물은 얄짤없이 뺏긴다더라. 여기서 외국인은 PDI라고 적힌 영수증 같은 종이를 받는데, 이건 웬만하면 잃어버리지 않고 고이 보관하는 게 좋다. 칠레 호텔에서는 내국인의 숙박료에 부가세가 붙는데, 단기체류 외국인의 경우 이게 면제되기 때문. 이 영수증이 체류 자격을 증명하는 가장 쉬운 수단이다.
아무튼 타크나에서 출발한지 두 시간 정도 걸려 아리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여기서 일단 칠레 심카드를 사고 현금을 뽑았다. 사실 칠레는 페루에 비해서는 신용카드 사용이 원활한 편이긴 한데.. 그래도 현금 쓸 일이 없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칠레는 ATM 수수료가 비싸기 때문에 한번에 필요한 만큼 최대한 뽑아야 한다.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쇼핑몰이 있어서 거기서 시간을 때울 수도 있었겠지만, 거기 가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죽치고 앉아서 버스를 기다렸다. 칠레도 페루와 마찬가지로 버스회사 별로 카운터가 따로 있었다. 몇 군데를 수소문하다가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로 가는 곳을 찾았다. 직행은 아니고 칼라마에서 갈아타는 노선이고, 여기서는 현금만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프론테라 델 노르테 (Frontera del Norte)라는 버스회사이다. 아무튼 탑승을 하고, 밤새 버스를 타는 여정이다. 참고로 이 노선은 탈 때 고생 좀 해야 한다.
칠레는 농산물 검역이 매우 까다로운 나라이다. 국경 뿐만 아니라 주 경계에도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어서, 검문소에 다다르면 모든 인원이 버스에서 하차 후 짐을 가지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아리카와 칼라마 사이에는 주 경계가 두 개이다. 그 말은 푹 자기는 글러먹었다는 뜻. 게다가 7월은 칠레의 겨울. 겨울의 사막은 매우 쌀쌀하다. 감기 걸리기 딱 좋다.
다음날 새벽 도착한 칼라마 터미널. 여기도 아타카마 사막 내에 위치한 도시이기 때문에 밤에는 무척이나 춥다. 덜덜 떨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 여기가 아니네?
칼라마에는 버스터미널이 여러개이고, 큰길가에 여러 회사가 공용으로 쓰는 터미널이 있고 시내에 버스회사별로 사용하는 터미널이 있다. 버스회사 자체에서 운영하는 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다행히 두 터미널 간 거리가 멀지 않아서, 한 2-3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원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다행히 다음 버스의 출발시각이 되기 전에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고, 무사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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