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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한시간 조금 넘게 걸렸을까, 옥스포드에 도착했다. 이미 늦은 밤이어서 뭘 특별히 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도시 자체 인구로만 하면 2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이지만, 다른 도시로 승객들을 실어날라주는 철도 노선이 충실한 게 대서양 건너 어느 나라와는 참 다르단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하루 왕복 6편이 전부인데 말이다.
옥스포드가 인구가 큰 도시는 아니지만 아무튼 도시는 도시, 우리가 묵을 학교 게스트하우스는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참을 걷다 걷다 대학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일 뿐이지만 뭐 사실상 호텔이었다. 옆에 작은 주방이 있어서 간단하게 요리를 해먹거나 하다못해 냉장고에 맥주를 보관할 수도 있었고. 호텔에 묵었을 때 내야 했을 금액보다 훨씬 저렴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옥스포드에서 2박을 하긴 했지만, 늦은 밤에 도착하기도 했고 2박 후 아침 일찍 도시를 떠나야 했길래 다음날 부랴부랴 몸을 움직였다. 옥스포드에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우선 가기로 결정한 곳은 블레넘 궁전 (Blenheim Palace). 옥스포드에서 버스를 타고 조금 외곽으로 가면 나오는 곳으로, 영국 왕실 소유는 아니지만 궁전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이기도 한 곳이다. 아무튼 가보기로 하자.
우선 버스를 타러 옥스포드 시내로 가야 한다. 확실히 도시 분위기가 유럽풍인 게 마음에 든다. 버스를 타기 전에 영국의 유명한 마켓 체인인 세인즈버리 (Sainsbury's)에 들러서 간단하게 먹을걸 사기로 했다.
음, 아무래도 먹을것보다는 술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술을 좋아하는 나이다 보니 다른 나라에 방문하게 되면 술이 얼마에 판매되는지 확인하는 편이다. 의외로 영국의 술인 탱커레이나 봄베이 사파이어가 미국에 비해서도 비싸게 팔리고 있었던 점이 의외였다. 물론 먹을 것을 사는 것도 놓치지 않았는데, 마트에서 파는 밀딜 (meal deal)이 7년 전에는 기본 3파운드였는데 확실히 코로나 이후라 그런지 조금씩 가격이 올라있더라.
아무튼 버스를 타고 가보자.
버스를 타고 2-30분 가면 우드스톡이라는 도시가 나오고, 블레넘 궁전은 그 도시 내부에 있다. 입장료는 글을 쓰는 시점 기준 38파운드, 한화로 약 64000원으로 상당히 비싸긴 하다. 사실 1회 입장권은 팔지 않고 기본적으로 1년 동안 무제한으로 입장 가능한 이용권을 팔기 때문에 근처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을지 모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꽤나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궁전의 바로 앞은 공사가 진행중인 모습이었다. 여기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 유지보수가 세월아 네월아 걸릴 것이다. 여기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되며, 1년간 입장이 가능한 카드를 하나 받았다.
궁전은 광활한 공원 내에 위치해 있었고, 웅장한 규모의 대저택이 눈앞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미국 촌놈은 이런 것만 봐도 너무 놀랍다.
궁전 내부는 호화로운 유럽식 저택이었다. 예전에 프랑스를 여행할때 갔었던 베르사유 궁전이나 터키를 여행할 때 들렀던 돌마바흐체 궁전이 떠올랐다. 단 여기는 엄밀히 말해 왕가가 살던 곳은 아니기 때문에 궁전이 아닌 것.
그 당시 사람들의 의복 등도 재현해 놓았다.
궁 밖으로 나오니 아름다운 정원이 보였다. 아직 4월 초이던 터라 나무는 앙상했지만, 그래도 잔디는 어느 정도 자라있었고 날도 산책하기 나쁘지 않았다. 부활절 연휴의 둘째날이라 그런지 궁전을 방문한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궁전 구경은 이쯤 하고, 공원을 구경하러 나섰다. 부지가 꽤 넓다 보니 숲과 공원이 저 멀리까지 펼쳐져 있었다. 광활한 잔디밭을 걸어서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보자.
계속 걷다 보니 궁전과 그 앞 정원과는 다른 풍경이 나왔다. 물론 여기도 관리가 잘 되어있고, 바닥에 핀 수선화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 영국답지 않게(?) 날씨가 좋아서 봄 햇살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공원 한 구석에는 작은 폭포가 있어서, 잠시 머물며 하염없이 물이 부딪히는 소리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지다가, 꽉찬 옥스포드의 하루를 보내기 위해 슬슬 떠날 채비를 했다. 하지만 블레넘 궁전에서 꼭 봐야 하는 명물을 놓치고 갈 수는 없는 노릇. 블레넘 궁전에는 해리포터의 촬영지로 쓰였던 것으로 유명한 나무가 있다. 구글 지도에도 'The Harry Potter Tree'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으니 블레넘 궁전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꼭 가보시는 걸로.
요런 아기자기한 집도 지나고,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도착한 곳은,
나무 가운데 거대한 구멍이 인상깊은 해리포터 나무이다.
불사조 기사단에 등장했던 스네이프의 과거 회상 장면에 나온 바로 그 장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인증사진을 찍으러 방문하고 있었다.
아무튼, 블레넘 궁전을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여기는 땅이 어마어마하게 넓어 제대로 산책하려면 한나절이 필요한 곳이었다. 귀족 가문의 저택이다 보니 부지가 어마어마하게 넓고, 실제로 폭포에서 해리포터 나무까지만 해도 한참을 걸어야 했으니 말이다.
옥스포드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러 우드스톡 시내로 돌아갔다. 여기는 사실상 옥스포드의 위성도시일 정도로 아주 작은 도시이지만, 그래도 꽤나 멋진 골목과 잘 정돈된 시내의 길거리 모습이 나름 볼만했다. 이제 버스를 타고 옥스포드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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