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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국제공항, 혹은 공항이 위치한 지역의 이름을 따 푸다우엘 (Pudahuel)이라고도 불리는 곳에 도착했다. 칠레의 수도이기도 하고 칠레 자체가 태평양에 면한 만큼 다양한 노선이 운항하는 허브 공항이고, 특히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남미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공항에 내리고 나면 시내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택시를 타거나 공항버스를 타거나. 국내선 터미널에서 내린 후 조금 걸어가서 공항버스 매표소에 갈 수 있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시내행 버스티켓을 구할 수 있었고, 왕복으로 결제했을 경우에는 조금 할인된 가격으로 표를 살 수 있었다. 우선 버스를 타고 시내의 버스터미널에 갔다.

 

공항에서 시내 가는 길

 

내가 탔던 Turbus 사의 산티아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실제로 이 버스회사는 칠레 전국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듯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음날 발파라이소를 갈지 고민을 좀 했었는데, 산티아고에서 딱 하루만 묵고 바로 다음날 저녁 돌아가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인데 여기서 시간을 좀더 보내는 게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되었다.

 

산티아고 중앙역

 

산티아고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잠시 걸어보기로 했다. 여기는 그래도 위도가 꽤 높은 지역이라 쌀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따뜻하고 걷다 보니 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아무튼 버스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산티아고 중앙역 (Estación Central)이 있었다. 음 그런데 여기는... 오래 있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사실 산티아고는 남미에서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한데, 이 중앙역이나 아르마스 광장 등 특히 조심해야 할 지역들이 있다.

 

산티아고 중앙역

 

그나마 역 앞에서 조금 벗어나니까 사람이 덜 밀집되어있다. 아무튼 짐도 있고 여기서 할 것도 없으니... 조금 길을 헤매다가 숙소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잡은 숙소는 산티아고에서 그나마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는 프로비덴시아 (Providencia) 지역에 있다. 산티아고는 지하철이 잘 뚫려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그냥 지하철을 이용하면 웬만한 곳은 갈 수 있다. 

 

산티아고 지하철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Bip이라고 불리는 교통카드를 구매해야 한다. 한번 타는데 요금은 한국의 서울 지하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칠레가 아무리 남미에서 잘사는 국가라고 하지만 1인당 GDP가 한국의 절반 수준인데, 생활물가만큼은 한국과 비슷한 게 놀랍다.

 

내가 묵었던 숙소 (Hostal Providencia)

 

바케다노 (Baquedano)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호스텔에 짐을 풀고 우선 집을 나섰다. 오래 걷다보니 목이 말라서 맥주 한잔이 간절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바로 근처에 베야비스타 (Bellavista)라는 유흥가 지역이 위치해 있어서 그쪽으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산 세바스티안 대학

 

바케다노에서 북쪽으로 가서 마포초 강을 건너면 바로 베야비스타가 나온다. 멋지게 생긴 대학 건물 옆으로 음식점과 술집들이 있다. 흔한 맥주보다는 이 지역의 크래프트 맥주를 먹어보고 싶어서 술집을 한군데 찾아 들어갔다.

 

맥주집

 

여기서 맥주를 두잔 시켜서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크래프트 맥주를 파는 집이었는데 맥주 맛이 괜찮아서 다시 오고 싶었던 집이다. 이날이 금요일이어서 그런지, 나만 혼자 왔고 다른 사람들은 여럿이서 와서 한잔 하면서 음식도 먹더라.

 

 

코스타네라 센터

 

그냥 들어가긴 아쉬워서 어디라도 가볼까 하고 길을 나섰다. 내가 향한 곳은 칠레에서,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코스타네라 센터. 확실히 고층건물의 위압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생각보다 이것 말고 별건 없더라. 딱히 타워를 올라가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고... 마지막날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일찍 숙소로 복귀해서 잠에 들었다.

 

바케다노

 

다음날 다시 한번 주변 지역을 돌아보았다. 전날도 갔던 베야비스타의 끝자락에는 산 크리스토발 언덕이라고 하는 산이 하나 있다. 찾아보니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것 같다. 한번 올라가볼까 하고 봤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대기줄이 좀 길더라. 사실 아직 산티아고에서 가봐야 할 몇몇 스팟이 있었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른 지역을 구경해보기로 했다.

 

산 크리스토발 언덕 케이블카 입구
마포초 강

 

지하철을 타고 아르마스 광장으로 가 보았다. 아르마스 광장은 역시 남미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 한번쯤은 가봐야 한다. 산티아고의 아르마스 광장은 의외로 페루에서 보았던 광장들보다 규모가 작고 아담한 느낌이었다. 광장 곳곳에 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탁 트인 느낌도 나지 않았고.

산티아고 아르마스 광장

 

하지만 아르마스 광장의 명물은 따로 있다. 광장 한켠에 샌드위치와 핫도그를 파는 집이 몰려있는 것. 마침 점심시간이 다 되기도 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샌드위치 가게들

 

각각의 가게에서는 다양한 가격대의 음식들을 팔고 있었다. 그 중 한 군데를 들어갔는데, 샌드위치는 우리가 흔히 먹는 모양보다는 햄버거 번같은 물건 사이에 고기를 넣어서 파는 느낌.

 

샌드위치

대충 이탈리안 어쩌고 하는 메뉴를 시켰었는데,  빵 내부에 소고기와 토마토, 그리고 마요네즈와 아보카도가 발라져서 나왔다. 고기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있었고, 감자튀김이 곁들여졌다. 빵도 꽤나 기름지도 맛있었는데, 딱 한 가지 문제는 가격대가 꽤 나왔다는 점. 샌드위치에 콜라까지 먹고 미국 달러로 쳤을 때 10달러 넘게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게 칠레의 웬만한 식당은 음식 가격을 계산할 때 서비스 차지라는 명목으로 10%씩 더 붙여서 받는데, 은근 기분 상한다. 다시 한번 상기하자. 칠레의 여행 물가는 한국과 비슷한 정도이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이번 남미 여행의 최종 스케줄을 진행하기로 했다. 칠레는 다름이 아니라 와인의 산지로 유명하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도 꽤나 오래 비행해야 하는 곳까지 왔는데, 와인 양조장 정도는 한번 가봐야 되지 않을까. 마침 산티아고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콘차 이 토로 양조장이 위치해 있다. 양조장 자체의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아마 술 좀 마셔본 사람들은 '카시예로 델 디아블로'라는 와인은 다들 알 것이다.

 

 

바로 이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사실 칠레에는 다양한 와인 생산지가 있고, 특히 산티아고 근처의 휴양지 발파라이소와 비냐델마르를 묶어서 외곽의 양조장을 방문하는 투어도 있다. 그래도 이 콘차 이 토로 양조장은 따로 여행사 투어를 신청하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갈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혹시 모르니 인터넷에서 양조장 가이드투어만 예매하고 가자.

 

https://enoturismo.conchaytoro.com/en/

 

Visit the Devil's cellar - Visit Concha y Toro Win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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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turismo.conchaytoro.com

 

산티아고 지하철을 타고 남쪽으로

 

지하철 4호선을 타고 남쪽 종점 직전의 Las Mercedes 역으로 가보자. 지하철 노선 자체가 남쪽으로 쭉 뻗어있다 보니 시내에서는 1시간까지도 걸리는 먼 거리이지만, 지상구간에서 보이는 눈 덮인 안데스 산맥이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마침 산티아고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남미 최고봉인 아콩카과 산이 있는데, 거기는 다음 기회에 가보도록 하자.

 

와인 양조장으로 향하는 로컬 버스

 

지하철에서 내리면 로컬 버스를 타고 조금 더 가야 된다. 로컬 버스 전부가 가는 것이 아니고, 버스 측면에 경유지가 써져 있어서 거기서 양조장을 가는 것을 확인하고 타면 된다. 1000페소짜리 버스를 타고 2-30분 정도 더 가야 양조장에 도착하는데, 지하철과는 달리 교통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승차만 된다는 것이 흠. 여기서 버스 대신 택시를 타는 사람들도 꽤 있는 모양이다.

 

콘차 이 토로 양조장 입구

 

드디어 도착. 입구를 통과하면 바로 안쪽에 매표소가 있는데, 그 옆에 무인 티켓 발권기가 있어서 미리 예약한 확인서의 QR코드를 찍고 티켓이 발급된다. 조금 늦었는데, 안쪽으로 들어가니 다행히 이제 막 시작한 모양이었다. 가이드를 따라 돌아다니면서 각각 장소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콘차 이 토로 양조장

 

내부는 꽤 규모가 크고 서양식 저택 느낌이 났다. 

 

포도 농장

 

포도를 재배하는 농장도 있었는데, 이때는 칠레에서는 겨울이라 그런지 포도가 자라고 있지는 않았다. 다양한 품종을 실험적으로 기르는 농장이 한구석에 있는데, 포도가 자라는 시기에는 거기서 시식을 해볼 수도 있다고 했던 것 같다.

 

투어의 하이라이트, 시음 시간

 

양조장 견학을 할 때 항상 빠질 수 없는 시음 시간이다. 내가 신청한 투어는 총 3종류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화이트와인 1종과 레드와인 2종이었다. 사실 이때 감기몸살의 후유증인지 와인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긴 했다.

기념품 와인잔

 

이때 시음에 사용한 와인잔은 기념품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 다행히 돌아오는 비행기 내에서 안 깨지고 버텨내서 지금도 쓰고 있는 와인잔이다.

 

"Casillero del Diablo"

 

또 이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카시예로 델 디아블로, 한국어로 하면 악마의 저장고에 들어가보는 것이다. 와인에 이 이름이 붙게 된 전설이 있는데, 사람들이 하도 와인을 훔쳐가자 저장고의 주인이 숨어서 악마의 목소리를 흉내냈고, 거기에 겁먹은 사람들이 더 이상 와인을 훔쳐가지 않게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

 

저장고 내부

 

양조장 내부의 레스토랑

 

짧은 투어를 끝내고 와인 판매점에 들렀다. 사실 와인은 워낙 미국에서도 잘 만들기도 하고 해서 굳이 사지는 않았고, '디아블로'라는 이름의 피스코를 하나 팔길래 그것만 집어왔다. 마음 같아서는 한잔 더 주문해서 마시고 들어가고 싶었는데, 후각과 미각이 살짝 맛이 간 탓에 단념하고 양조장을 나섰다.

 

산티아고 공항

 

여행을 마치고 이제 돌아갈 시간. 숙소에 다시 들러서 미리 맡겨두었던 짐을 찾은 후 공항으로 향했다. 다시 Turbus 터미널로 간 후에 전날 결제해둔 왕복티켓을 보여주고 탑승 가능. 공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국내선 터미널인 1터미널에서 내렸지만 이번에는 국제선을 타야 하기 때문에 2터미널로 갔다.

유나이티드 B767

 

산티아고에서 휴스턴으로 향하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UA846편. 30년 된 B767이 투입되었는데, 그래도 내부 리모델링이 깔끔하게 되어있어서 기재가 오래되었다는 느낌을 많이 들지 않았다. 9~10시간 쯤 비행해서 다음날 새벽 5시경 휴스턴 인터컨티넨탈 공항에 도착했다.

 

IAH 유나이티드 클럽 라운지

 

유나이티드 클럽 라운지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시간을 때우다가 시카고로 돌아와서 여행을 마쳤다. 2주간의 짧은 남미였고 여러 악재가 겹쳐서 일정이 많이 꼬였지만 그래도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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