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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마에 도착한 후 무사히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작은 동네다 보니 터미널은 간이 건물 수준으로 작고 허름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그런데 무진장 추웠다. 보통 사막이라고 하면 중동의 더운 지역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여기는 여행 당시 겨울이기도 하고 고도가 꽤 높다 보니 몸이 으슬으슬 떨리더라. 실제로 온도를 체크해 보니 0도 정도였더라. 아무튼 도착했으니 일단 예약해두었던 숙소로 이동했다.
호스텔은 한 층짜리 건물에 정원과 마당까지 있는 제법 멋진 곳이었다. 직원은 영어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응대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줬고, 다행히 빈 자리가 있어서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바로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기에, 오후에 달의 계곡 (Valle de la Luna) 투어를 예약하고 그때까지 자유시간을 가졌다.
사실 여기는 도시라는 이름이 붙기도 민망한 작은 마을이다. 인구가 1만 명도 되지 않으니. 그래서 내부에는 대중교통이 아예 존재하지 않고, 사실 대부분의 지역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내가 묵었던 숙소에서도 10분 정도만 걸어서 중심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여기는 수많은 식당, 기념품점 그리고 여행사가 위치해 있다.
여기도 도시 중심부에 광장이 하나 있다. 광장 옆에 성당이 하나 있는데, 다른 남미 도시의 유럽식 건물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특히 출입문을 나뭇가지로 만들었는데, 마치 제주도의 대문을 보는 듯 했다.
조금 돌아다니니까 금방 배고파져서 식당을 찾았다. 원래 가려고 했던 유명한 집이 있었는데, 사람이 꽤 많아서 웨이팅까지 있는 모양이더라. 그래서 그 옆에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집을 찾았다. 식전빵, 샐러드, 메인요리 순서로 몇 가지를 본인이 선택하면 음식이 나오고, 필요하면 디저트도 주문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식전빵은 매콤한 맛이 식욕을 돋구는 소스와 함께 제공되었고, 오이(?) 샐러드가 그 다음으로 나왔다. 평소에 해산물을 먹기 힘든 지역에 살다 보니 메인 요리는 생선요리를 주문. 맛은 괜찮았는데 양이 좀 적었던 게 흠.
식사 후 숙소에 들어가서 전날 야간버스를 타고 난 피로를 풀기 위해 좀 휴식을 가졌고, 3시쯤 되어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 집결장소로 이동했다. 달의 계곡 투어는 아타카마 사막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어이고, 남미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축에 드는 칠레이기 때문에 페루나 볼리비아에서 넘어오면 꽤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반일 투어임에도 불구하고 한화로 4만원 정도 지불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지역은 지구상에서 남극을 제외하면 비가 가장 적게 내리는 지역이다. 보통 다른 지역의 사막은 여행하다 보면 마른 풀이라도 볼 수 있는데, 여기는 정말 모래와 바위 말고 아무것도 없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달의 계곡 투어를 진행하면 몇 가지 다른 장소에 들르게 된다. 첫번째로는 모래언덕이 있는 곳을 방문했다. 사막의 지형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올라가는 길이 모래밭이어서 걷다보면 신발에 모래가 들어가기 일쑤이다. 동행하는 가이드가 이것저것 설명해주는데, 저 지층의 흰 부분은 석고층이라고 하더라. 조금씩 걸으면서 언덕의 정상으로 향하도록 하자.
조금 더 위로 올라갔더니 이런 특이한 지층이 나타났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흰 줄무늬 모양의 광물은 운모라고 하더라. 뭔가 중고등학생때 과학시간에만 듣던 단어를 오랜만에 접한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언덕 위에 올라가니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졌다. '달의 계곡'이라는 이름은 지형이 마치 달에 있는 것과 같다는 이유로 붙은 것이라고 하던데, 이 말이 정말 이해가 되었다. 지구상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모습이었다. 내가 살던 한국과 미국 중부에서는 보기 힘든 낯선 풍경이다.
다음으로 이동한 소금 광산. 땅이 유독 하얗게 보이는데 이게 다 소금이라고 하던가. 가이드에 의하면 비가 내리며 땅으로 물이 흡수되어 지하의 소금을 녹이고, 물이 다시 증발하면서 그 소금이 함께 지표면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했다. 이 지역은 실제로 과거에 소금을 캐기도 했던 곳이라고 하는데, 식용으로 쓰지는 않고 구리 제련에 쓰였다고 했다. 실제로 구리 광업은 칠레의 주 산업 중 하나이기도 하고. 칠레는 바다에 접한 나라이기 때문에 소금을 구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
가이드가 이 앞에서 조용히 있으라고 시켰다. 잠자코 있으니 바위에서 따닥따닥 하는 뭔가 쪼개지는 소리가 들리더라. 암석 내의 수분이 얼었다 녹으면서 바위가 깨지는 풍화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바위를 자세히 보니 겉에 투명한 층이 있었다. 살짝 핥아보니 역시 짜더라. 다른 여행객들도 한번씩 소금 층을 핥고 있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가 여기에도 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했더니 독특한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 세 마리아라고 불리는데, 바위가 풍화된 모양이 마리아상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특히 세 바위 기둥 중 왼쪽에 있는 것은 정말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은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멩이로 진입을 금지하는 영역을 구분해 놓았는데, 과거에 관광객이 저 기둥 중 한 곳을 타고 올라가려다가 기둥이 부러졌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버스는 우리를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바위가 깎여나가 자연적으로 형성된 전망대인데, 여기서 아타카마 사막의 신비함을 마지막으로 눈으로 담을 수 있었다. 특히 투어 자체가 여기서 일몰을 볼 수 있도록 시간이 짜여 있었는데, 사막 특유의 붉고 누런 지면이 붉은빛으로 물들어 더욱 인상적이 된다.
이 투어의 특징은 일몰을 관람 할 때 간식이 제공된다는 것이다. 과자와 추로, 그리고 무려 간장을 뿌린 크림치즈와 크래커등이 나왔다. 이 간장을 뿌린 크림치즈는 낯선 조합이었지만 의외로 맛이 괜찮아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번씩 크래커에 올려 먹다보니 금방 동이 났다. 피스코 사워는 확실히 계란 흰자까지 넣고 쉐이킹 해서 제공하는 페루의 그것과는 스타일이 달랐다. 먹으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금방 시간이 가버렸다. 나는 하루만 있다가 지나갔지만, 이 지역에는 다양한 투어가 있어서 며칠 있어도 괜찮겠다고 느꼈다.
다음날, 산티아고로 향하기 위해 일찍 숙소를 나섰다. 여기서 산티아고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칼라마까지 버스로 이동한 후, 공항으로 간 다음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칼라마 공항까지 바로 보내주는 밴 서비스도 있다고 하던데 따로 이용하지는 않았다. 칼라마까지 버스요금 5천페소, 칼라마 터미널에서 산티아고까지 우버를 타면 또 5천페소 정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칠레도 남미 아니랄까봐 칼라마에 갔더니 길거리에 커다란 정육점이 위치해 있었다. 칠레는 특히 정육점이 꽤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 났다. 밑에 적힌 가격이 킬로그램 당 단위인 걸 고려하면 가격도 꽤나 저렴했고.
칼라마 시내를 잠깐 훑어보다가 우버를 잡아서 엘 로아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은 규모가 크지는 않고 항공편도 아주 많이 뜨지는 않았다. 대부분 칠레 국내선이었다. 내가 탈 항공사는 제트스마트의 JA1편. 생산되어 인도된지 1달 남짓 된 최신형 A321neo.
최신형 비행기답게 최신 기술(?)을 적용해서 좌석을 얇게 만들었더니 협동체임에도 40열까지 들어가는 기적이 탄생. 2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이었는데 단거리다 보니 그냥 멍하니 착륙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이렇게 아무튼 여행의 종착지인 산티아고에 다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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