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3일, 시카고 오헤어 공항.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하기 위해 공항을 찾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북극 항로를 통해 서쪽으로 가는 경로가 아닌 유럽을 경유하는 경로가 되었다. 연말 극성수기이다 보니 괜찮은 표를 구하기 어려웠고, 겨우 마일리지를 이용하여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경유하여 인천공항으로 들어가는 항공권을 구할 수 있었다. 이것도 미리미리 준비해서 3월경에 겨우 마련했던 표이다. 유나이티드 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구매한 표. 시카고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유나이티드의 UA907편을 이용하고, 독일에서 8시간 경유한 후 서울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의 OZ542편을 이용하는 여정이었다. 항공 탑승기는 따로 올릴 예정. 아무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서 도시를 한번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사실..
피쉬 앤 칩스로 점심을 해결한 후, 다시 열차를 타러 카디프 센트럴 역으로 왔다. 슬슬 비가 오기 시작해서 우산을 쓰고 돌아다녔다. 이번에 탈 열차는 웨일스 지역의 로컬 교통을 담당하는 Transport for Wales (웨일스어: Trafnidiaeth Cymru) 라는 회사의 열차를 이용했다. 전철화도 안되어있는 지방 노선이지만 그래도 매일 열차가 길지 않은 간격으로 다니고 있었다. 미국이었다면 이 정도의 이동은 차가 없으면 불가능에 가까웠을 텐데... 유럽 국가들은 이런 점이 참 부럽다. 열차에 탑승했다. 아무튼 웨일스에 왔다 보니 여기는 지명도 웨일스어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더라. 덕분에 알파벳을 휘갈겨 놓은듯한 낯선 이름들을 가진 행선지를 잔뜩 보면서 살짝 위압감을 느끼기도 했다. 다행히 요즘..
브리스톨 역에서 기차를 타고 카디프 역에 도착했다. 도시 바로 외곽에 위치해 있는 있는 세번 강 (River Severn) 을 하저터널로 건너고 나면 바로 웨일스이다. 강을 세번 건넌다는 뜻이 아니고. 브리스톨에서 카디프까지 한시간 정도 되는 짧은 거리의 열차를 탑승한 후 내렸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영어와 함께 병기된 웨일스어의 압박이 엄청났다. 분명 알파벳으로 쓰여있는데 무슨 뜻인지 유추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차라리 옆나라인 네덜란드나 독일어같은 경우 그래도 약간은 어느 뜻인지 추측이라도 할 수 있는데, 아예 다른 어파에 속한 웨일스어는 정말 다른 세계의 언어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웨일스에 방문할 때 처음으로 찾는 곳이다 보니 곳곳에 웨일스어가 더욱 강조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막상 시내로 나가면..
스톤헨지와 솔즈베리 시내 관광을 마친 후 다시 기차역으로 왔다. 이번 목적지는 서쪽으로 쭉 가서 웨일스의 카디프까지 가는 여정이다. 바로 카디프까지 쭉 가는 건 아니고 우선 바스에 들러서 짐을 챙긴 후 브리스톨에 들러서 맥주 한잔을 하고 가는 복잡한(?) 루트를 선택했다는 게 문제지만. 아무튼 다시 솔즈베리 역에서 GWR 열차를 타고 바스로 향했다. 최종 목적지인 카디프까지 바로 쏴주는 열차였지만, 아무튼 바스에서 먼저 내려서 호텔에서 짐을 찾아야 하는 것은 변함없다. 바스의 호텔에서 후딱 캐리어를 끌고 나왔다. 다시 신식 열차를 타고 바스에서 브리스톨까지 이동했다. 왠지 예전에 영어학원에서 많이 들어봤던 것 같은 도시 이름인데, 실제로 가본다니 가슴이 벅찼다. 잉글랜드 서쪽에 위치해 있고 웨일스와의..
아침 일찍부터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이날은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바쁜 날이었기 때문이다. 여행 코스를 정할 때, 우리는 런던에서부터 서쪽으로 향해서 웨일스까지 찍는 걸로 결정했는데, 예전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스톤헨지를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즉, 이날 우리는 바스에서 출발해서 스톤헨지를 들렀다가 다시 바스로 돌아와서 짐을 찾고 웨일스의 카디프까지 가야 하는 꽤나 복잡한 여정을 소화해야 했다. 중간에 브리스톨을 잠깐 들르는 건 덤. 다행히 우리가 묵었던 Z 호텔에서는 1박밖에 하지 않았지만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길 수 있게 해주었다. 짐을 맡기고 슬슬 걸어서 바스 기차역으로 향했다. 영국답게 새벽에 비가 내렸는지 바닥이 축축히 젖어있었다. 그래도 전날엔 좀 날이 맑았었는데, 이날 아침엔 정말 우중충한..
옥스포드에서 떠날 채비를 하자. 원래는 옥스포드 기차역에서 열차를 타고 그레이트 웨스턴 본선 상의 디드콧 파크웨이 (Didcot Parkway) 역에서 바스 방향으로 열차를 갈아타는 예정이었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철교 긴급 보수공사로 열차 운행이 완전히 멈췄던 덕에(?) 버스를 타고 디드콧 파크웨이 역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다행히도 옥스포드 시내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다녔다. 버스는 마을 이곳저곳을 훑고 가다 보니 기차보다는 꽤 느렸고, 덕분에 아침 일찍 옥스포드를 벗어나야 했다. 어느순간 버스는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기 전에 안에서 먹을 걸 좀 사려고 했는데,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역의 편의점이 문을 안 열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열차에 올라탔다. 역에 들어가서 미리 구매해둔 티켓을 찍고..
블레넘 궁전 구경을 실컷 마치고 옥스포드 시내로 돌아왔다. 카페에서 간단하게 허기만 달랜 수준이라, 주린 배를 움켜쥐고 갈 곳을 찾아다녔다. 마침 아침에 봤던 음식 가판대가 떠올라 그쪽으로 한번 가보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는 매주 수-토요일 낮 시간대 열리는 글로스터 그린 마켓이라는 곳이었다. 다양한 저렴한 음식 가판대들이 음식을 팔고 있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슬슬 영업을 마치려고 할 때여서 품절된 음식도 많았다. 그래도 영국에 왔으니 인도 커리를 먹어야지 하고 7파운드 짜리 하나를 사서 벤치에 앉아 먹었다. 맛은 음... 저렴하니 됐다. 커리 말고도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있으니, 알뜰한 여행자들은 옥스포드 방문 중 한두번 쯤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옥스포드에..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한시간 조금 넘게 걸렸을까, 옥스포드에 도착했다. 이미 늦은 밤이어서 뭘 특별히 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도시 자체 인구로만 하면 2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이지만, 다른 도시로 승객들을 실어날라주는 철도 노선이 충실한 게 대서양 건너 어느 나라와는 참 다르단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하루 왕복 6편이 전부인데 말이다. 옥스포드가 인구가 큰 도시는 아니지만 아무튼 도시는 도시, 우리가 묵을 학교 게스트하우스는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참을 걷다 걷다 대학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일 뿐이지만 뭐 사실상 호텔이었다. 옆에 작은 주방이 있어서 간단하게 요리를 해먹거나 하다못해 냉장고에 맥주를 보관할 수도 있었고. ..
하숙집 느낌(?)의 에어비앤비에서 하룻밤을 머물고 둘째날이 되었다. 전날과는 다르게 날이 쨍쨍해서 여행할 맛이 났다. 오늘 저녁까지만 런던에 있다가 런던 밖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영국은 도시간 대중교통이 잘돼있어서 버스나 철도 등등을 골라탈 수 있는데, 레일카드를 구매함으로써 철도를 이용할 때 특별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같이 여행하는 친구와 묶어서 Two Together를 30파운드를 주고 구매했다. 1년간 유효한 카드이지만 철도로 영국 이곳저곳을 여행하면 단기로 사용해도 본전은 뽑기 어렵지 않다. 보통 영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철도 패스인 브릿레일패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나는 이번에 런던에서 카디프 사이의 멀지 않은 구간을 여행하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레일패스가 그렇게 이득이지 않았다. 아무튼 이..
2016년 서유럽을 여행했을 때에 이어 7년만에 방문하는 영국 여행이었다. 지난번에는 에딘버러 공항으로 입국해서 스코틀랜드를 먼저 여행한 후에 런던으로 향했지만, 이번에는 바로 히드로 공항으로 입국했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는 그 악명높은 히드로 공항의 빡센 입국심사도 없고, 한국 여권으로는 사람도 안 거치고 입국이 가능했다. 7년만에 바뀐 런던은 어떨까 기대하며 시내로 들어왔다. 특히 이번에는 런던에서 1박만 하기 때문에 못다 본 런던을 얼른 채워보기로 했다. 전철을 이용하면서 느꼈던 특이한 점은, 2016년의 방문 때 오이스터 카드를 구매해서 충전하면서 사용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단순히 휴대폰을 갖다대는 것만으로 탑승이 가능했던 것. 애플페이와 연동이 되어서 찍을 때마다 운임이 계산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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