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6 - 19,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2) 드디어 결전의 날.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신청하러 가는 날이었다. 내가 신청했던 당시 (10월 18일)은 여행 성수기는 아니어서, 꼭두새벽부터 서두르지는 않고 7시반쯤 해서 갔던 것 같다. 호스텔에서 여차여차 해서 Oybek 역까지 이동한 후, 나와서 좀더 걸어서 대사관까지 갈 수 있었다. 바로 옆에 한국대사관이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대사관 입구는 두 군데가 있는데, 한국대사관을 마주하지 않은 반대쪽 입구로 갔더니 익히 알려진 대로 이름을 적는 종이가 있었다. 나는 다섯번째쯤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이름 순서대로 입장할 수 있다나 뭐라나. 뭔가 일본인처럼 생긴 여자 한 명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이름을 적고 내 차례가 될 때까지 기..

2018. 10. 16 - 19,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1) 안디잔에서 하루 푹 쉬고, 다음날 오후가 돼서 타슈켄트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에 왔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기차역처럼 내부에 카페나 음식점들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이었다. 기차역 대합실 내에는 의자만 달랑 놓여있었다. 열차 출발 시간 한시간도 더 전에 미리 짐을 다 싸들고 역에 도착한 나는 망연자실해져, 하염없이 멍하니 있기만 했다. 하필 심카드도 개통하기 전이라 더더욱. 그냥 배낭 들쳐매고 밖이나 돌아다닐까 생각도 했었는데, 비까지 와서 그냥 포기했다. "Oq yo'l! (Have a good trip!)" 우즈벡어와 영어로 잘 가라는 글귀가 적힌 출입문을 나가서 기차를 타러 갔다. 가장 등급이 낮은 표를..

2018. 10. 12 - 15, 키르기스스탄 오쉬 2018. 10. 15 - 16,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중국에서 열심히 달려오느라 힘들었기에 볼거 없는 키르기스스탄 오쉬에서 3박이나 해버렸다. 밤에 숙소에 들어갔더니 4인실 중에 이름 모를 여행자 한 명만이 있었다. 너무나 피곤했던 나는 인사할 겨를도 없이 쓰러져버렸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그 여행자는 온데간데 없었고, 체크아웃 때까지 방을 혼자 썼다. 게스트하우스는 따로 건물이 있는 게 아니고 아파트의 한 부분을 개조해서 쓰는 듯했다. 3박이긴 했지만 사실 마지막날 아침에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났기 때문에 실제로 키르기스스탄에서 머물면서 여행한 기간은 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딜 특별히 가지는 않고 (그럴 생각도 없었고)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달라진 환경..

2018.10.12, 중국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국경지대라 보안 문제 때문에 사진이 많지 않습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카슈가르 기차역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쉬켁으로 가는 길은 보통 막혀있고 일반인들이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르케슈탐 고개를 넘어 오쉬로 가는 것. 이마저도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카슈가르에서 버스를 타고 우차(乌恰)로 가서 1차 검문을 통과하고, 거기서 쉐어택시를 타고 실제 국경으로 간 다음 키르기스스탄 입국 후 다시 쉐어택시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여행하던 때는 오쉬까지 가는 직통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나 뭐라나. 일단 매표소에서 우차까지 가는 표를 끊고 승강장으로 갔다. (약 30위안) 버스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나를 반..

2018. 10. 10 - 10. 12,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슈가르 투루판에서 기차를 타고 밤새 달려 결국 카슈가르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정말 중국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실제로 주민의 대부분이 위구르인이기도 하고. 자연적으로 중국 동부 해안과 3시간 정도의 시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대를 써서 해가 9시는 돼야 뜨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신장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2시간 늦은 시간대를 사용하긴 하지만. 카슈가르 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올드타운 내부는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걸어서 숙소로 가야 했다. 이 지역에는 호스텔이 별로 없어 선택의 폭이 좁았는데, 그 중 나는 올드타운 유스호스텔이라는 곳에 묵었다. 투루판과 마찬가지로 숙소에 들..

2018. 10. 8. - 10. 9,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투루판 시닝에서 또다시 밤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투루판 북역에 도착했다. 원래는 우루무치를 가려 했으나, 우루무치는 도시일 뿐이라는 말에 혹해 급하게 기차표를 바꿨다. 투루판은 중국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인데, 10월 중순이 다돼가는데도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는, 정말 더운 곳이었다. 과거 실크로드가 지나는 수많은 곳 중 하나로 여러 문화재가 있는 곳으로, 꼭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투루판에 가는 길에도 장예나 둔황 같은 주옥같은 여행지들이 많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이스탄불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 과감히 포기하였다. 여튼, 위구르 자치구는 들어가는 것 부터 사람을 매우 귀찮게 했다. 역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공안이 날 불러서..

2018.10.4 - 10.7, 중국 시닝 시안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시닝으로 향했다. 시닝은 티베트 라싸로 향하는 칭짱철도가 시작하는 지점으로, 실제로 시닝이 속해있는 칭하이성은 역사적으로 티베트의 일부에 속하기도 했다. '푸른 바다'라는 뜻과는 달리 칭하이성에는 바다가 없는데, 성 내에 있는 호수인 칭하이호에서 이름을 따왔다. 어쨌든, 내가 탄 기차는 광저우에서 라싸로 향하는 열차였다. 마음 같아서는 티베트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티베트는 외국인의 개인 여행이 금지된 상태이다. 그래서 시닝에 들러 티베트 기분만 살짝 내 보기로 생각했다. 사실 라싸가지 가는 열차이긴 하지만 시닝에서 모든 승객이 다 내리고 라싸로 가는 다른 열차로 갈아타는 형식이긴 했다. 아마 해발 5천미터의 고원지대를 달리는 특별한 ..

2018. 10. 1. - 10. 4. 중국 시안 칭다오에서 장장 열아홉 시간동안 기차를 탄 뒤 시안에 도착했다. 기차 안은 국경절을 맞아 여행하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상당수가 커플이었다) 내가 다른 현지인들과 소통할 기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오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저녁이 될 때까지 침대에서 멍하니 있다가, 저녁 때 컵라면 하나를 까먹고 씻고 또 멍하니의 반복. 기차여행은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다. 물론 재미있는 친구를 만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국경절이라는 이름에 손색없게 시안역 앞은 발디딜 틈 없이 혼잡했다. 시안은 과거 장안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고도로,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비단이 서쪽으로 향해 콘스탄티노플까지 갔다고 한다. 즉 여기서 내 실크로드 여행은 본격적으..

2018.9.28 - 9.30, 중국 칭다오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숙소를 나왔다. 길거리에서 파는 젠빙을 하나 사서 먹었다. 계란 2개 넣은 쐉딴 젠빙이 단돈 6위안. 사람들을 보니 나만 빼고 다들 QR코드를 스캔해서 사먹고 있었다. 외국인은 위챗페이나 알리페이 사용이 상당히 제한되기 때문에,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은 필수다. 루이싱커피처럼 QR코드만 받는 경우도 있다나 뭐라나. 인터넷이 안돼서 고생했던 어제의 경험을 다시는 하지 않기 위해 먼저 유심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중국 유심은 아무데서나 팔지 않고 좀 큰 지점을 가야 살 수 있다고 했던 것 같다. 나는 중국연통 유심을 사기로 해서 5.4광장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지점을 방문했다. 번호표 뽑고 가서 유심을 ..

중국 시안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잇는 실크로드를 이 시대에 육로로 건넌다? 결론부터 말하면 난 실패했다. 여행 도중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실크로드를 여행한 자체는 성공했다. 먼 과거에도 아시아와 유럽을 잇던 그 길을 실제로 밟아보는 것은 너무나 값진 경험이고, 국경을 넘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인으로서 접하기 힘든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육로 (+해로)로 유럽에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에서 출발하는 것, 다른 하나는 동해에서 배를 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으로 가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것. 최근 러시아 여행이 주목받으면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도전하는 여행자들이 많아져서, 나는 아직 많은 사람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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