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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4 - 10.7, 중국 시닝

 

시안에서 아침 기차를 타고 시닝으로 향했다. 시닝은 티베트 라싸로 향하는 칭짱철도가 시작하는 지점으로, 실제로 시닝이 속해있는 칭하이성은 역사적으로 티베트의 일부에 속하기도 했다. '푸른 바다'라는 뜻과는 달리 칭하이성에는 바다가 없는데, 성 내에 있는 호수인 칭하이호에서 이름을 따왔다.

 

어쨌든, 내가 탄 기차는 광저우에서 라싸로 향하는 열차였다. 마음 같아서는 티베트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티베트는 외국인의 개인 여행이 금지된 상태이다. 그래서 시닝에 들러 티베트 기분만 살짝 내 보기로 생각했다. 사실 라싸가지 가는 열차이긴 하지만 시닝에서 모든 승객이 다 내리고 라싸로 가는 다른 열차로 갈아타는 형식이긴 했다. 아마 해발 5천미터의 고원지대를 달리는 특별한 열차가 필요해서인 듯하다.

 

시안에서 기차를 타는 모습

 

시닝에서 내렸을 때는 늦은 저녁이었는데, 숙소로 가는 버스가 이미 막차가 끊긴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아서 숙소로 향했다. 생각보다 중국 택시는 바가지를 안 씌우는 편이다. He Huang Memory Youth Hostel이라는 숙소에서 묵었으며, 난방이 잘 안됐다는 점만 빼면 괜찮은 숙소였다. 10월 초에도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시닝의 추위에서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고원지대다) 난방은 필수. 숙소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와 함께 간단한 저녁을 먹고, 다음날 일정을 시작했다. 우선 시닝역에 다시 들러서 원래 우루무치로 가기로 했던 계획을 투루판으로 가는 것으로 바꿨다. 우루무치는 그냥 평범한 도시라 볼게 없다나 뭐라나... 거주민들 중 한족이 상당수이기도 하고.

 

다음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토루관이라는 도교사원이었다. 도교사원은 확실히 불교사원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닝에서는 장소에서 장소로 이동할 때 대부분 버스를 이용했다. 볼만한 것들이 다들 서로 멀리 떨어져있었기 때문. 토루관 앞 정류장에서 내려서 무슨 시장을 지나쳐서 절 입구로 향했다. 시장이긴 했지만 먹거리를 파는 곳은 아니었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잡동사니를 파는 곳이었다. 간단하게 절 구경을 한 후에는 이슬람 사원인 동관 모스크를 둘러보았다. 그 후 시내를 둘러보다가 일찍 숙소로 돌아갔다.

토루관

 

동관 모스크
여기 써있는 아랍어 같은 글자는 위구르어인듯하다.

다음 날, 이날은 여행 중 내가 가장 기대했던 날 중 하나이다. 시닝에 온 목적은 티베트 뿐만 아니라 대륙의 우유니라 불리는 차카염호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차카염호는 칭하이호와 세트로 1박2일 택시투어로 가는 편이지만, 시간이 없었던 나는 차카염호만 가기로 결심하였다. 사실 숙소에서 그 얘기를 했을 때 내 계획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말렸으나, 시닝에 왔는데 차카염호를 포기할 수 는 없었다. 나처럼 차카염호만 가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일행을 구하지는 못했고, 버스를 타고 가게 되었다. 아침 (정확한 시간은 기억 안난다)에 시닝역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 표를 끊고 차카염호 근처 터미널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여름 성수기에는 시닝역에서 기차도 운행한다고 하지만 내가 갔던 때에는 비수기라 어림도 없었다. 4시간이 넘게 버스를 타서 겨우 도착했다. 가는 길에 멀리 칭하이호를 볼 수 있는 구간도 있어 칭하이호를 잠시 바라보기도 하였다.

 

차카염호 가는 길. 중간에 양떼가 길을 막기도 한다.
창문 너머로 칭하이호가 보인다. 왜 호수 이름이 푸른 바다인지 알 수 있는 부분.

터미널에서 내려서 일단 돌아가는 버스표를 구입한 뒤 호수를 구경하러 갔다. 차카염호 터미널은 사실 차카염호 입구에서 한참 (3km 정도) 떨어져 있다. 거기까지 대중교통은 전혀 없기 때문에 걸어가든지 히치하이킹을 하든지 해서 가야 한다. 중국에서 히치하이킹을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아서 꾸역꾸역 걸어서 차카염호 입구에 갔다. 가는 길에 걷는 사람은 나 말고는 한명도 없었다. 보통 그런 길을 걷고 있으면 한명쯤은 차를 태워다주려고 했을 법도 한데, 전부 제 갈길을 가더라.

 

차카염호 기차역. 칭짱철도에서 선로가 갈라져서 차카염호 입구까지 놓여있다.

아쉽게 내가 본 것은 우유니와 같이 하늘을 완전히 반사하는 모습은 아니었고, 생각보다 바닥에 물이 꽤 많고 바람이 불어서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의 모습만이 있었다. 신발 부분을 비닐로 씌우고 호수에 발을 담가볼 수도 있었으나, 어차피 우유니 같은 연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호수에 기찻길이 놓여 있는데, 실제로 차카염호에서 채취한 소금이 운반된다나 뭐라나. 바다에서 매우 먼 내륙지방에서 차카염호의 소금은 큰 자원이다.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국경절 연휴다 보니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이 날 보조배터리를 숙소에 놓고 나오는 바람에 호수 곳곳에 있는 충전기에 휴대폰을 꽂아놓고 하염없이 사람 구경만 하곤 했었다. 실제로 호수를 구경한 시간은 두시간이 안됐던 것 같다. 돌아가는 버스를 놓치면 큰일나기 때문이다.

 

차카염호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다시 시닝으로 돌아왔다. 이 날도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돌아가서 잠을 청했다. 한두 시간 호수를 구경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돌아다였던 하루였다.

 

시닝에서의 마지막 날은 티베트 사원인 타얼스(탑이사)를 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시내에서 꽤 떨어져 있어 버스를 한번 갈아타고 총 한시간 가까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진짜배기 티베트는 못 가도 여기서 최대한 느끼다 가겠다는 일념으로 사원 곳곳을 둘러보았다. 규모가 꽤 컸고, 스님들이 실제로 생활해서 일반인은 들어가지 못하는 부분도 꽤 있었다.

 

타얼스 입구
타얼스
탑 8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이 구조에도 의미가 있다고 들었는데 까먹었다...

시닝에서 한 번쯤은 티베트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티베트 음식을 파는 곳부터 찾기가 힘들어서 먹지는 못했다. 사실 시닝에서 3박이나 할 필요는 없었다. 너무 급하게 가고 싶지 않아서 천천히 갔을 뿐. 너무 바쁘게 다니면 지치고 힘들고, 어느 정도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차카염호 안 가고 타얼스 포함해서 몇 군데만 다녔으면 하루면 충분했겠지만, 낯선 동네에서 그냥 산책을 해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꼭 언젠가 라싸의 포탈라궁에 가보겠다는 생각을 담고 시닝을 떠났다. 저녁에 야간 기차를 타고 투루판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이슬람 문화권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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