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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 - 10. 4. 중국 시안
칭다오에서 장장 열아홉 시간동안 기차를 탄 뒤 시안에 도착했다. 기차 안은 국경절을 맞아 여행하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상당수가 커플이었다) 내가 다른 현지인들과 소통할 기회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오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저녁이 될 때까지 침대에서 멍하니 있다가, 저녁 때 컵라면 하나를 까먹고 씻고 또 멍하니의 반복. 기차여행은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다. 물론 재미있는 친구를 만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국경절이라는 이름에 손색없게 시안역 앞은 발디딜 틈 없이 혼잡했다.
시안은 과거 장안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고도로,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비단이 서쪽으로 향해 콘스탄티노플까지 갔다고 한다. 즉 여기서 내 실크로드 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제 처음이니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시안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묵은 곳은 7 Sages International Youth Hostel (중국어로는 그냥 七贤莊이라고 하더라)라는 곳이었는데, 시안 성벽 내에 전통 가옥에서 묵을 수 있었다. 사실 국경절 연휴다보니 다른 숙소들이 너무 비싸 그나마 싼 곳으로 예약했던 것인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숙소 체크인이 오후부터 가능하대서, 짐만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러 나왔다.

처음에 들른 곳은 산시 역사 박물관. 말 그대로 산시성과 시안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원래는 돈을 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오전과 오후에 선착순으로 몇명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무료 관람을 위해서는 여권이 필요하고 긴 줄을 서야 한다. 줄을 서서 박물관에 들어갔다. 내부 규모는 꽤 컸는데, 나는 박물관 내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사진을 남기지는 않았다. 볼거리가 꽤 많으니 시안에 갔다면 꼭 방문하는 것이 좋다.
산시역사박물관 이후에는 대안탑을 보러 갔다. 두 곳은 상당히 가까워서 걸어갈 만한 거리이다. 대안탑에는 입장료를 내는 곳이 두 곳이 있는데, 대안탑이 들어있는 절(?)에 입장할 때 한 번 내야 하고, 탑에 오르기 위해서 다시 돈을 내야 한다. 굳이 탑에 올라가서 시내를 내려다볼 필요는 없다 생각해서 나는 절에 들어가는 입장료만 냈다. 참고로 대안탑 앞에는 TV에도 몇번 나와서 유명한 천하제일면이 있어서, 그쪽에서 점심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천하제일면이 너무 복잡해서 나는 그 옆 작은 먹자골목에서 점심을 때웠다.



오후 세 시가 넘어서, 다시 숙소로 들어가서 쉬었다가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다시 나왔다. 이번에 향한 곳은 회족 거리인 후이민제이다. 사실 거리의 대부분이 먹을것을 파는 곳이다. 그런데 이 날은 10월 1일, 무려 국경절의 첫날이었던 것이다. 국경절과 춘절 연휴에 중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뉴스로 접하기만 해서,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 길을 걷는 것부터가 출근시간 지하철 환승통로를 방불케 하고, 뭐 하나 사먹고자 하면 사람들을 뚫고 지나가야 했다. 뭐 여튼 값진 경험이긴 했으니 그걸로 된 건가? 후이민제 옆에는 시안의 중심 종루가 있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스타벅스도 하나 있다. 스타벅스에 들어가는 것부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실패했다. 종루 내부도 올라가려면 줄을 오래 서야 해서 포기했다.



다음날 아침은 병마용을 구경하러 아침 일찍 나왔다. 특히 연휴라 사람이 많은만큼 일찍 준비해야 되었다. 병마용행 버슬를 타기 위해 시안역에 가는 길에 숙소 근처 식당에 들러 파오모를 주문했다. 원래 파오모는 빵 덩어리를 직접 뜯어먹는 것이 일반적이나, 내가 외국인이어서 그런건지 이미 뜯어진 빵에 국물까지 부어져서 나왔다. 확실히 시안은 회족의 영향이 강한 도시라 그런지 일반적인 중국음식과는 조금 다른 음식을 많이 구경할 수 있었다. 실크로드의 끝인 만큼 중앙아시아나 페르시아 등의 영향 또한 많이 받았을 것이고, 그 영향이 식문화에 그대로 남아있지 않나 생각이 된다.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병마용에 가는 버스를 탔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기다리고 있었다. 병마용까지 꽤 먼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버스요금은 비싸지 않았다. (내가 여행했던 2018년 가을 기준, 비싼 버스가 7위안인가 그랬다) 한 시간쯤 줄을 선 뒤 버스에 올랐는데, 버스가 잘 가는듯 싶더니 갑자기 모두를 내리게 했다. 버스가 고장난 모양이었다. 거기서 삼십분 넘게 기다렸나, 빈 버스가 와서 우리를 모두 태우고 다시 병마용에 내려줬다. 병마용에 가는 중간에 양귀비의 목욕탕인 화청지도 있었으나, 돈과 시간의 여유가 없어 포기했다. 이쯤 돼니 너무 많은것을 포기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화청지는 사실 입장료가 너무 비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 120위안 = 2만원)


아니나 다를까, 병마용은 사람으로 꽉 차있었다. 매표소에서 줄 서는데 삼십분 이상 (한국 학생증으로 학생할인은 못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심지어 갱 내부에 들어가는 데만도 저만치 줄을 서야 했다. 과연 대륙의 기상! 심지어 햇볕이 강해서 많은 사람들이 양산을 쓰고 있었다. 병마용 내부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관람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병마용은 사실 규모가 너무 크다 보니 동상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아 오히려 조금 아쉽기도 했다. 이 동상들은 원래 색이 입혀져 있었으나 발굴한 순간 겉에 입혔던 색이 다 떨어져 나갔다고 한다. 아직 몇몇 갱은 보존을 위해 발굴조차 하지 않았으니 원래 색을 갖춘 병마용을 보길 바란다.



그 후 병마용 입구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실제 진시황릉으로 향했다. 입장권은 병마용 입장권에 포함되어 있었으며, 규모가 꽤 넓어 왕릉을 찾아가는 데에만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숲이 우거져 있어 산책하기 좋은 길로 되어 있었다. 실제 릉을 찾으면 무덤으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뒤에 보이는 높은 산처럼 보이는 것이 무덤이다. 과연 대륙의 기상. 사실 나는 병마용보다 여기가 더 좋았다.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고 아무 생각 없기 걷기 좋았기 때문. 진시황릉 구경을 마치고 다시 숙소로 향할 때는 차가 너무 막혀 두 시간 넘게 걸렸다.


시안에서 실제로 여행하는 마지막날인 3일째. 숙소에서 느긋하게 나와 식당에 들러, 시안의 또다른 명물인 뱡뱡면을 먹었다. 이 뱡뱡면의 '뱡'은 굉장히 특이한 한자를 가지고 있는데, 면을 만들 때 바닥에 반죽을 치는 소리를 나타낸다나 뭐라나. 여튼 복잡한 한자를 만들어내서 요리 이름을 만들어낸 덕택에 뱡뱡면은 단순한 지역 토속 음식에서 벗어나 시안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번에 향한 곳은 비림(碑林)으로,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비석의 숲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숲이 있는 것은 아니고 비석을 잔뜩 전시해놓은 박물관이다. 그 비석에는 다양한 필체의 글씨가 새겨져 있어, 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지막으로 시안 성벽에 올라가 보았다. 여기서도 대륙의 스케일이 적용되어, 성벽의 높이와 두께가 어마어마했다. 수천년 전 중국의 수도는 역시 어디 가질 않는다. 비림 입장권과 성벽 입장권을 합쳐서 싸게 팔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학생 요금으로는 따로 끊는 게 나았던 것 같다. 성벽 위에서는 자전거도 탈 수 있었다. 사람이 적으면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시안 성 자체가 규모가 커서 걸어서 한 바퀴 돌려면 한참 걸린다.
여튼 시안 성벽에서 해가 질 때까지 멍하니 있다가, 일몰을 본 후 다시 대안탑으로 가서 대안탑 앞의 분수쇼를 관람하는 것으로 시안 여행을 마무리했다. 다음날은 아침에 기차만 타고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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