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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탄 반도와 주변 지역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버스회사인 ADO가 툴룸 공항에서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공항 내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탑승을 했다. 공항 청사를 나서는 순간 바깥의 열풍이 그대로 내 피부를 스쳐지나가 현기증이 날 정도였으나, 다행히 조금 걸었더니 버스터미널이 나타났다. 삼림 한가운데 난 신작로를 따라 버스를 타고 4-50분 쯤 가니 툴룸 시내가 나타났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장거리 도시 이동은 자가용 아니면 비행기인 미국과는 달리 멕시코에서는 도시간 고속버스가 사람들의 발로 절찬리 활용되고 있었다. 시내 곳곳을 둘러보면서 멕시코의 활기를 느껴볼까 했으나,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새벽부터 이곳까지 왔더니 숨부터 돌리는 것이 급선무.

툴룸 버스터미널에서는 조금 걸어야 나오는 곳에 위치한 한 호스텔. 여름의 유카탄 반도는 덥고 습함 그 자체. 바깥에서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나기 시작하고, 그게 마를 생각을 하질 않는다. 겨우 20분을 걸어서 나온 호스텔에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았다. 주변은 무척 조용해서 고요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었다. 낮에는 숙소의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아서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야 한다는 점은 단점이지만.

아침부터 비행을 한 후 점심도 못 먹은 터라 무척 배가 고파졌다. 더운 날씨일수록 배를 잘 채워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 음식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멕시코에 처음 온 것이니 우선 타코부터 먹어보기로 했다. 멕시코에서 타코는 아침이나 점심으로 먹는 경우가 많아 타코 집, 즉 타케리아는 일찍 닫는 경우가 많다. 내가 원래 가려고 했던 유명한 집도 이미 닫았길래, 그냥 돌아다니다 맛있어 보이는 집을 선택했다. 타코 하나에 25-30페소, 한화로 2천원 내외였다. 생각보다 멕시코 물가가 아주 저렴하지는 않아 (그래도 미국보다는 훠얼씬 낫다) 놀랐으나, 막상 타코가 나오고 보니 그 푸짐함에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즐겨보는 모 여행 유튜버가 멕시코 여행을 최고로 꼽은 이유 중 하나가 음식이라고 했는데, 처음 방문한 멕시코에서 맛본 음식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늦은 오후의 툴룸. 생각보다 그렇게 시내에서 할 게 많지는 않아서 숙소에서 쉬면서 도시를 돌아다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숙소의 라운지에서 노트북을 보면서, 아... 대학원생은 휴가 중에도 연구에 대한 실날같은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다음날은 아침부터 밖으로 나왔다. 유카탄 반도 관광의 핵심 중 하나인 세노테 (Cenote)에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석회동굴이 만들어진 후 거기에 물이 차서 생성된 천연 풀장. 툴룸뿐 아니라 플라야 델 카르멘, 바야돌리드, 메리다 등의 근교에도 위치해 있지만, 일단 툴룸에 왔으니 이 주변에 있는 세노테를 방문해보기로 했다. 나는 이 주변에서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큰 세노테 중 하나인 도스 오호스 세노테 (Dos Ojos Cenote)를 우선 가보았다. 툴룸 시내 혹은 동쪽 플라야 델 카르멘 방면 외곽에 콜렉티보 정류장이 있어서 탑승이 가능하다.

멕시코에나 중남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니버스인 콜렉티보. 유카탄 반도의 또 다른 관광도시인 플라야 델 카르멘 방향 콜렉티보를 탑승하면 중간에 도스 오호스 세노테 앞 정류장에서 내릴 수 있다.


콜렉티보에서 내리고 나니 아무것도 없는 길가에 덩그러니 떨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길을 건너서 세노테 방향으로 들어가면 바로 매표소를 발견할 수 있다. 입장료는 400페소였나 500페소였나, 한국의 물가에 빗대도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을 정도였다. 특히 멕시코의 수많은 관광지는 말도 안되는 속도로 입장료를 인상하기 때문에 지금은 훨씬 더 비싸졌을 지도 모르겠다. 여러 세노테의 통합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기도 했다.


입구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매한 후 2.5km가 넘는 긴 거리를 땡볕에서 걸어야 실제 세노테에 도착할 수 있다는 점은 함정. 다행히 조금 걷다가 지나가던 친절한 멕시코인 부부를 만나 차를 얻어탈 수 있었다. 확실히 걷기에 아주 좋은 길은 아니었다. 특히, 중요한 점으로 세노테에서는 환경보호를 위해 선크림을 바른 채로 입장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저 길을 걸을 때 맨살을 태양에 노출시키며 가야 한다는 점.

매표소에서 구입한 종이 팔찌로 된 입장권이 걸려있는 손목을 보여줌으로써 입장할 수 있었다. 세노테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 아닌, 숲에서 짧으나마 산책도 할 수 있고 카페도 있는 곳이었다.


'두 개의 눈'이라는 이름답게, 세노테 두 개가 가까이 붙어있는 모습이었으며, 각각 첫 번째 눈 (Primer Ojo), 두 번째 눈 (Segundo Ojo) 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사실 두 세노테는 지하로 연결되어 있으며, 스쿠버다이빙으로 그 통로를 수영해서 지나갈 수도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미리 배워둘 걸 살짝 후회가 되던 순간이었다.

비현실적으로 파란 물빛이 보이는가? 이게 천연에서 나온 물빛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수영장마냥 바닥을 파란색 타일로 도배해놓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색을 나타낼 수 있는 건지 이해가 어려웠다. 푹푹 찌는 더운 날씨, 지체하지 않고 물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입장 전에 세노테 바로 앞의 대여소에서 구명조끼를 무료로 빌려서 들어갔다.
미리 준비해둔 방수팩에 휴대폰을 넣어 수중촬영을 시도해 보았다.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물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금이나마 볼 수 있었다. 다음에는 고프로를 준비해가야 하나...

세노테 한구석에는 모닥불을 피워놓은 곳도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처럼 보였다.


첫 번째 눈을 빠져나온 후 두 번째 눈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는 동굴 속에서 서식하는 박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물 속에서 신선놀음을 하면서 세노테를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가만히 있으니 작은 물고기들이 발의 각질을 뜯어먹으며 간질이고 있었다.

세노테 내부에서 햇볕이 들어오는 바깥쪽을 보는 것도 멋지지만, 반대로 동굴 안쪽도 놓치지 않고 볼 것을 추천. 자연이 수천, 수만 년에 걸쳐 조각한 걸작을 그냥 보내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두 번째 눈 세노테는 입구가 두 개이며 내부에서 서로 이동할 수 있는 형태이다. 비록 양쪽의 눈 사이를 이동하는 다이빙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두 입구 사이의 숨겨진 공간을 탐험하며 세노테를 최대한 즐겼다.

아쉽게도 다시 툴룸으로 가는 콜렉티보를 타기 위해 큰길로 돌아가는 길에서는 친절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특히 한참 세노테에서 놀고 해가 훨씬 뜨거워진 시기라, 최대한 나무 그늘에 붙어서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큰길로 가서, 지나가는 콜렉티보를 붙잡고 툴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한참 수영을 즐기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식당에 들어가서 맥주와 함께 닭 요리를 즐기면서 내 생애 첫 번째 세노테 경험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아, 멕시코 맥주가 전반적으로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라임을 넣어 먹는 감성만큼은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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