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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버스를 타고 내린 곳은 타이베이 남부에 위치한 공관 (公館) 이라는 버스정류장.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이곳에 내린 이유는 대만 최고의 대학인 국립대만대학 (國立臺灣大學)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서울대와 함께 일제강점기때 구 제국대학에 함께 속해있기도 했던 곳. 아무튼 학문을 하고 있는 나이다 보니 새로운 지역에 방문하면 그곳의 대학은 방문해보는 편이기도 한데다, 대만인 친구가 졸업한 학교이기도 해서 이번 방문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어긋나서 친구가 대만으로 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볼만한 곳을 보내줘서 셀프투어를 하게 되었다.

 

 

나는 버스를 타고 이란에서 출발했지만, 타이베이 시내에서 출발할 경유 지하철 공관역을 이용해서 편하게 방문할 수도 있다.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갈아타고 한참을 더 가야 되는 서울의 모 대학과 비교된다.

 

공관 버스정류장

 

작은 도시에서 반나절 있다 왔다고 그새 도시의 복잡함에 목이 메였다. 한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오토바이 무리가 아직 대만에서는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모습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슬슬 걸어서 대학 정문으로 가보자. 캠퍼스가 넓다 보니 길가에 널린 공용 자전거를 빌리는 것을 추천받았으나, 찾아보니 대만 휴대폰 번호가 있어야만 빌릴 수 있더라. 공항에서 빌린 포켓와이파이를 쓰고 있던 나에게는 무용지물.

 

국립대만대학 정문

 

대학의 첫인상을 나타내는 정문. 서울대의 '샤' 대문이 대학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유명한 것에 비해서, 여기의 정문은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아열대 지방임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정문 주변으로 잔뜩 심겨져 있는 야자수는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긴 하다. 대만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고 싶은지 정문에 대만 국기가 우뚝 솟아있었다.

 

 

정문을 지나면 쭉 뻗은 길이 나있고 그 길의 끝에는 대학 도서관이 있다. 가로수로 심어져 있는 야자수는 이 학교의 상징이기도 하며, 이 길의 이름조차 야림대도 (椰林大道), 야자수 대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정문에서 도서관 앞 광장까지 500미터가 넘는 긴 거리여서, 걸을 수도 있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대만대학 도서관

 

야자수 길의 끝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붉고 흰 외관의 멋진 건물이었다. 졸업 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나 남해안 지방을 제외하면 야자수가 자생하지 않다 보니, 이런 풍경은 항상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취월호

 

 

도서관 앞에서 방향을 왼쪽으로 틀어서 좀더 걸으면, 물 위의 중국식 정자가 도드라지는 취월호 (醉月湖)가 나타난다. '술취한 달'이라는 이름부터 시적인 이 호수 또한 대만대학의 명물. 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로컬 주민들도 호수 주변으로 산책을 하고 있었다. 

 

대만대학 화학과 건물

 

호수 바로 옆으로 화학과 건물이 자리잡고 있어서 한번 들어가 보았다. 내가 방문해본 많은 대학에서 자연과학, 특히 화학과 쪽 소속 건물들은 위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듯 했는데,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화학과 건물 내부

 

친구와 같이 있었다면 건물 곳곳을 소개받았을지도 모르겠으나, 혼자 방문한 것이라 그냥 로비만 살짝 들어갔다 나왔다. 학교 학생이나 교직원 입장에서는 수상한 사람이 건물 내에서 돌아다니고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

 

대만대학 캠퍼스

 

다시 캠퍼스를 둘러보았다. 1월이지만 낮에는 20도까지 올라가기도 해서 밖에서 오래 돌아다니기에도 쾌적했다.

 

농산물 상점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어서 한번 들어가보았다. 특이하게도 단순히 기념품만 있는 게 아니라, 각종 식품류를 함께 판매하는 모습이었다. 각종 차가 유명한 대만답게 차를 파는 코너도 있었고, 술도 판매하고 있었다. 대만대학의 영어 약자인 NTU라고 박혀있는 과잠(?)도 팔고 있었다. 이거 미국에서도 종종 입는 사람 봤었는데. 아무튼, 나름 괜찮은 물건들이 많아서 대만대학에 방문할 일이 있으면 들러볼 만한 곳이다.


다시 밖으로

 

저녁 8시 비행기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5시에서 5시 반 정도에 공항에 도착하기로 마음먹었더니, 슬슬 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대만 친구가 취두부는 먹어볼거냐고 물어봤었는데, 안 그래도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본인이 학부생 시절 가던 집을 하나 소개해 주더라. 그쪽으로 이동해보기로 했다.

 

공관

 

대만대학 앞은 내가 내렸던 버스정류장 이름이기도 한 공관이라는 이름의 동네로, 나름 부도심 같은 분위기를 내고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대학 정문에서 가까이 있기에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느낌이었다.

 

대만의 길거리

 

큰길 바로 안쪽에는 차 한 대도 다니기 어려운 좁은 골목이 형성되어 있어, 사람이나 오토바이 정도만 지나갈 수 있다. 한국이었으면 일방통행으로 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했을 테지만, 오토바이가 교통수단으로 널리 활용되는 대만에서는 이런 구조가 가능한 듯 싶었다. 길가로 상점들과 음식을 파는 가판대가 있어 골목을 걷는 재미가 있었다.

 

취두부 가게

 

친구가 알려준 가게로 왔다. 특유의 꾸리꾸리한 냄새가 가게 앞에서 진동을 하고 있었다. 가게 앞에서 취두부를 포함해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들을 조리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음식을 포장해서 가거나 내부의 작은 공간에서 취식을 할 수 있었다. 내부는 몇 평 안 되는 좁은 공간이었고, 화장실 이나 목욕탕을 연상시키는 타일의 인테리어가 로컬 분위기를 잔뜩 내고 있었다. 벽에 CD는 왜 붙인 건지 모르겠다.

 

취두부

 

취두부를 주문해서 받았다. 싱가포르에서 지내던 시절 약간 배웠던 중국어를 시도했으나... 실패. 다행히(?) 여기 사장님은 영어를 할 수 있더라. 아무튼 받은 음식의 비주얼은 그냥 튀긴 두부에 양배추 절임을 올린 느낌이었다. 2018년 중국 본토를 여행할 때 지나갔던 취두부 가게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강한 냄새가 났던 것과는 달리, 대만의 취두부는 향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살짝 긴장된 마음으로 젓가락으로 두부를 집어서 한입 베어물었다. 아차차, 너무 뜨겁다. 데일 뻔한 입천장을 진정시킨 뒤 음식을 조금 식힌 뒤 다시 먹어보았다. 음? 생각보다 맛이 강하지 않았다. 그냥 살짝 발효시킨 두부 느낌인데, 튀긴 두부의 식감과 곁들여준 양념이 취두부의 향을 압도하여, 걱정했던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발효 덕분인지 두부 자체의 식감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두부와는 달랐으나, 맛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시 돈 주고 먹을거냐 하면 그렇다고 할 맛이다. 


타오위안 공항 에바항공 카운터

 

짧은 타이베이와 근교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시간. 타이베이 공항철도 역에서 캐리어를 찾아서 공항에 도착했다. 대만의 국적기 중 하나인 에바항공의 BR56 타이베이 - 시카고 노선을 이용했다. 대만 제2의 항공사라 한국으로 치면 아시아나와 비슷한 위상이지만, 오히려 제1의 항공사인 중화항공보다 북미 노선이 더 충실하다. 아시아나가 지금으로선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일보직전인 것에 비하면 아주 양반이다.

 

키티에 진심인 항공사

 

대만의 항공사들은 각종 캐릭터와 콜라보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헬로키티일 것이다. 에바항공의 항공기 중에는 헬로키티 도장을 하고 전세계를 누비는 녀석이 있는 걸로도 유명하고. 공항에도 부스가 따로 있는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쿠키런?

 

일본 캐릭터뿐 아니라 쿠키런과 같은 한국 캐릭터도 접할 수 있다.

 

시카고로 가자

 

3박4일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아쉬웠고, 못 가본 곳들이 너무 많았다. 나중에 다시 갈 수 있으니 미련을 살짝 남기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짧지만 이곳저곳 많이 다닐 수 있었던 즐거웠던 대만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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