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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교환학생 다니던 시절 친해진 마카오인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나이 더 먹기 전에 북미 여행을 해보고는 싶은데, 미국은 요즘 정치적 상황으로 무섭고 캐나다를 가보려고 한다'라며 혹시 캐나다에서 만날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코로나 이후로 한 번도 만날 일이 없었기에, 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보았다. 여름 휴가철이라 비쌀 줄 알았는데, 다행히 캐나다의 항공사인 포터항공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시카고와 토론토 각각에서 메이저 공항이 아닌 시내 가까운 소형 공항을 이용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굳이 오헤어로 갈 필요 없이 미드웨이로 간 후, 포터항공을 이용해서 토론토의 작은 공항으로 올 수 있었다. 워낙 소형 프로펠러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내 수하물도 엄격히 제한된다는게 단점이긴 하지만, 3박 4일의 여정이었기에 나는 그냥 배낭 하나에 전부 쑤셔넣고 가기를 택했다.


토론토의 메인 공항인 피어슨이 아닌 다운타운 코앞의 소형 공항인 빌리 비숍 토론토 시티 공항 (Billy Bishop Toronto City Airport, IATA: YTZ)에 도착하고, 유니언 역까지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도착한 다운타운.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CN타워가 일품이다. 영어와 불어를 둘다 공용어로 사용하는 덕분에 공공시설의 표지판은 항상 두 언어가 병기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일반 상점에서는 영어만 볼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 버스는 15-20분 간격으로 있는 듯 한데, 무료 버스를 타지 않아도 3분만 걸어서 공항 부지 밖으로 나가면 시내로 가는 트램을 유료로 이용할 수 있긴 하다.


규모도 비슷하고 오대호를 끼고 있다는 공통점 때문일까, 토론토는 시카고와 자주 비교되는 듯 했다. 왜 두 도시가 비교되는지 궁금했는데, 유니언 역 내부부터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기차역의 모습 자체는 유사했으나, 푸드코트 몇개와 가판대가 있는 정도인 시카고에 비해 토론토 유니언역은 다양한 먹을거리와 살거리가 있었던 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홍콩과 일본에서 핫했던 소위 '응커피'까지 입점해 있을 정도이니, 오히려 여기는 여타 북미의 역보다는 일본의 대형 터미널 역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어느 도시를 방문하든 거기에 있는 전통시장은 한 번쯤은 방문하는 편이다. 토론토에도 마찬가지로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이 존재하고. 유니언 역 기준으로 동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전통시장인 세인트로렌스 마켓 (St. Lawrence Market)이 나타난다. 미국의 타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실내형 시장인데, 역시 마찬가지로 꽤나 관광지화가 된 모양. 여기는 먹거리와 공산품들을 주로 판매하는 사우스 마켓과 주변 지역의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파머스 마켓이 각각 존재한다. 마침 내가 토론토에 도착한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파머스 마켓이 열려있는 모양. 아무래도 농산물을 주로 판매하는 파머스 마켓 특성상 내가 살 만한 것은 별로 없었지만, 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신이 났다.

유니언 역과 세인트로렌스 마켓 사이에는 강아지가 물을 뿜고 있는 모습으로 유명한 분수대가 있는 버지 공원 (Berczy Park)이 위치해 있다. 분수대 맨꼭대기에 뼈다귀 모양이 있고 강아지들이 모두 뼈다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이 압권...ㅋㅋ 참고로 이 공원에는 고양이 동상도 있다고 하니 찾아보시길 ㅎㅎ 또 분수대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햇볕 내리쬐는 여름을 즐기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 강아지가 물을 뿜는 모습이, 뭔가 시카고에 위치한 크라운 분수대 (Crown Fountain)를 떠올리게 했는데, 여기도 LED로 만들어낸 사람 입에서 물이 쏟아져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분수대 주위로 사람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유사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ㅋㅋ


아무튼 숙소에 체크인하고 잠시 쉬다가 방문한 토론토 대학 (University of Toronto). 웬만한 도시에 갈 때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대학은 가보려고 하는 편이라, 특히 이번에 캐나다 최고의 명문대 중 하나를 들러본다는 생각에 설렜다. 대학 캠퍼스에 들어가보니,0 도심 속에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건물들의 향연이 돋보였다. 많은 미국 대학이 캠퍼스 내 길이 나있는 사방형 잔디밭인 쿼드 (quad)를 가지고 있어 그 대학을 대표하는 건물들이 주변에 위치해 있는 것과는 달리, 토론토 대학에서는 원형 잔디밭이 자리잡고 있고 그 사이에 길이 따로 나있지 않다는 점도 상당히 독특했다.

토론토가 시카고와 닮은 또 다른 점은 오대호 연안에 위치한 도시라는 것. 시카고에서는 미시간호에 접근할 때 시내와 호수를 분리하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Lake Shore Drive 곳곳의 지하도를 지나야 한다. 하지만, 그냥 길만 건너면 바로 호수가 나오는 모습. 더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호수의 아름다운 정경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모습은 시카고에서도 본받아야 할 것 같기는 하다 (?)
한편, 토론토는 시내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지하로 나있는 보행로 네트워크가 PATH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서울에는 종로나 을지로 등지에 지하상가 느낌으로만 존재하는 짧은 보행로이지만,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토론토에서 이런 지하도는 사람들이 폭설 속에서도 원활한 출퇴근이 가능하기 위한 필수요소일 것이다.





크고 복잡한 규모 덕에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현지 거주중인 일행을 따라다녔는다. 별로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일행을 따라 움직일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시설물의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시카고에도 비슷하게 Pedway라는 지하 보도가 있는 모양인데, 토론토의 것과 같이 거대하고 다양한 상업시설이 있지는 않은 모양?

토론토의 대중교통은 지하철과 버스, 온타리오 호의 섬들로 운항하는 페리, 그리고 스트리트카 (Streetcar)가 있다. 대부분의 구간은 다른 도시의 노면전차와 비슷하게 도로를 따라 지상으로 이동하지만, 일부 구간의 경우 지하에 전용선로가 있어서 다니게 되어있었다. 특히 유니언 역 지하에, 서울 지하철의 응암루프마냥 한바퀴 돌아서 회차하는 시설이 있었다. 유니언 역 지하철 개찰구에 교통카드를 찍고 이리저리 헤매니 스트리트카 승강장이 나왔다.


스트리트카는 꽤나 매력적인 교통수단으로 보일 수 있으나, 토론토 자체의 대중교통이 잘 안돼있다 보니 스트리트카는 도로의 차선 두 개를 잡아먹어 차량 교통을 마비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되어있었다. 처음 빌리비숍 공항에서 토론토 시내로 이동하는 버스에서부터 정체가 질릴 정도였으니, 다운타운 도로 상당수가 일방통행인 시카고는 양반인 정도?

스트리트카 얘기를 하니 역시나 빼놓을 수 없는 토론토의 지하철. 공식 명칭은 뉴욕과 같이 서브웨이 (Subway)이지만, 토론토 교통국 (Toronto Transit Commission)의 약자인 TTC라고도 많이 부르는 듯. 이는 시카고의 도시철도 시스템을 CTA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한 가지 재미있었던 점이, 그냥 대놓고 특정일에 운휴를 해버린다는 점. 내가 방문했던 날 중 하루는 선로 보수공사를 위해 하루동안 1호선의 절반 정도 구간이 운행 중지되고, 그 구간을 대체 버스노선으로 운행해 버렸다. 한국, 특히 서울이었다면 상상도 못했겠지?


미국 지하철 (특히 뉴욕)이 매우 지저분하고 관리가 안돼있는 것과 반대로 생각보다 토론토의 지하철은 깔끔했다. 뉴욕보다는 깨끗한 편인 시카고보다도 훨씬 나았다.


당시 다운타운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킹 웨스트 (King West)라는 지역에 에어비앤비를 잡았었다. 원래 다운타운에 호텔을 잡고 싶었는데, 토론토의 호텔은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서 엄두도 못 내고 그래도 합리적으로 3박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이 지역은 이름 그대로 킹 스트리트의 서쪽 구역을 의미하는 곳인데, 과거 산업지구였던 곳이 도시화와 상업화가 된 곳이라고 한다. 처음에 주변을 돌아다닐 때, 술을 마시고 클럽에 가는 현지인들을 쉽게 볼수 있어서 의아했었다. 원래 알던 캐나다는 미국에 비해서도 평화롭고 노잼(?)인 나라였는데, 토론토가 유흥거리가 가득한 곳이었다고? 나중에 현지인 일행에게 듣기로는, 원래 노잼도시가 맞는데 거기만 유독 클럽이 많은 곳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숙소를 복귀하는 나와 친구만 터덜터덜 걸어가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그렇게 불야성을 이루던 거리는, 다음날 아침 쓰레기만을 남겨두고 적막함에 휩싸였다.

마지막으로, 토론토를 여행하면서 미국에 비해 다르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퀴어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 상징을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는 것. 이 사진 뿐 아니라 위의 사진들 중에서도 찾아볼 수 있기도 하고. 배리에이션이 많지만 특히 여기서는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까지 포함하는 깃발을 주로 사용하는 듯 했다. 노잼도시인 토론토인 덕에 프라이드 페스티벌이 도시에서 꽤나 메이저한 축제라고는 하던데... 아무튼 이 깃발을 정말 흔하게 도시에서 볼 수 있는데, CN 타워 위에서도 볼 수 있었고 심지어는 온타리오 주의 주류 판매점 체인인 LCBO에서도 볼 수 있었다. 아무튼 퀴어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도시임에는 분명하다.

길에서 본 서울 대마(?). 마치 한국에서 뉴욕제과를 보는 것과 같은 네이밍 센스일텐데, 정말 요즘 해외에서 살다 보면 한국의 이미지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체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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