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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칸쿤 공항에서 시카고로 돌아오는 항공편을 타기 위해, 메리다에서 칸쿤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멕시코의 버스는 대도시간을 이어주는 직행 버스 (바칼라르에서 메리다로 이동할 때 탔던 ADO와 같은 버스)가 있고, 그에 비해 천천히 운행하며 작은 마을들을 이어주는 버스도 있다. 칸쿤까지 가야 하는데, ADO 버스는 생각보다 요금이 나가기도 했고 교통카드에 남아있던 잔액을 조금이라도 털어보자는 생각도 있어서, 교통카드로 탑승이 가능한 로컬 버스를 타기로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몇푼 안되는 돈을 아끼고자 로컬 버스를 타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버스 터미널

 

호텔 바로 맞은 편에 있는 버스터미널에 왔다. 마야의 언어와 문화로 지역을 홍보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치첸잇사가 위치한 멕시코의 주이기도 하니. 버스 출발 시각은 오후 3시. 제 시간에 도착하면 칸쿤에서 저녁을 먹고 여유를 부리다 일찍 잘 수 있으리라.

 

메리다 버스터미널

 

이제 슬슬 가보자. 과연 ADO 버스에 비해 로컬 버스는 얼마나 다를까.

 

메리다 내의 로컬 버스터미널

 

벌써부터 로컬 버스는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안되어 다른 정류장에 도착했다. 여기도 나름 버스터미널로 보이는 곳이었는데, 수많은 현지인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어디인지 궁금해서 지도를 켰지만, 위치상으로 여전히 메리다 시내에 있는 다른 터미널이었다. 벌써부터 ADO 버스를 타지 않은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중간 도시의 소칼로 광장(?)

 

아니나 다를까, 메리다를 떠난 버스는 계속 경로상에 있는 작은 마을들을 들렀다. 직선거리로는 약 300km, ADO 버스를 타면 4시간 정도 걸릴 거리이다. 하지만 고속도로가 아닌 좁은 국도로 달리며 중간에 걸쳐있는 마을을 전부 돌아다니는 버스는 얼마나 오래 걸릴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간 마을

 

중간에 들른 다른 마을. 왠지 모르게 멕시코의 마을들에서는 이렇게 길거리의 사인에 벽화(?)를 그려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유카탄 반도 아니랄까 여기도 세노테가 있는 모양. 직접 운전해서 가는 거라면 흥미가 생겼겠지만, 뭐.

바야돌리드 버스터미널

 

아무래도 먼 거리를 달리다 보니, 버스는 중간에 정차하여 휴식시간을 가졌다. 여기는 메리다와 칸쿤 중간에 위치한 도시인 바야돌리드 (Valladolid). 치첸잇사를 가기 위한 베이스캠프 느낌의 도시인데, 사실 메리다와 칸쿤 사이의 가장 큰 도시이기도 하고.  정차시간이 꽤 길어서 여기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러지 않았다. 결국 나중에 도착해서 굶은 채로 잠을 청하기에 이르렀지만.

 

 

그치만 아직 멀었다! 이제 7시 정도 되었는데, 바야돌리드는 메리다와 칸쿤 중간 지점일 뿐이다. 벌써 4시간을 타고 왔는데 아직 절반이라니, 일반 ADO 버스를 탔다면 이미 도착했을 시간이다.

칸쿤까지 거의 다 왔다!

 

칸쿤에서 약 40km 떨어진 마을. 이미 해가 진지는 한참 전이고, 자정이 지나기 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칸쿤 버스터미널

 

영겁의 시간과 고통스러운 버스에서의 뒤척임 끝에 결국 자정 즈음에 칸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유카탄 주와 킨타나로오 주 사이에 1시간의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장 8시간의 긴 여정 끝에 자유의 몸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야간열차를 탑승하며 기차의 좌석에서 잠을 청하며 10시간 넘게 이동한 적은 있어도, 버스에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칸쿤 호스텔

 

 

버스터미널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미리 예약해둔 숙소에 들어갔다. 숙소 직원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안내를 해주었다. 이미 자정이 넘어버린 시간이니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은 당연하다. 무척 피곤했기에 얼른 잠을 청했다.

 

칸쿤 시내

 

다음 날 아침은 별다른 할 일은 없었고, 그냥 비행기 시간까지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칸쿤의 주요 관광지는 해안가 쪽의 리조트 호텔로, 미국인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상대적으로 시내 쪽은 그렇게 관광 거리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도시를 잠깐 둘러볼 만 하기는 했다. 불가사리와 조개로 되어있는 장식은 나름 칸쿤에서 유명한 조형물인듯?

 

칸쿤 카페

 

딱히 할 것도 없긴 해서, 그냥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멍하니 시간을 죽이다가,

 

칸쿤 공항 가는 ADO 버스

 

공항으로 가는 ADO 버스를 탑승했다. 유카탄에 갈 때는 툴룸 공항을 이용했지만, 돌아올 때엔 왠지 칸쿤 공항 출발이 더욱 저렴해서 이걸 타고 오기게 이르렀다. 칸쿤 버스터미널에는 공항버스 전용 카운터가 있어서, 빠르게 티켓을 구매해서 탑승할 수 있었다.

 

칸쿤 공항 사우스웨스트 카운터

 

그런데 세상에, 칸쿤 공항은 생각보다 훨씬 북적였다. 이번에 이용한 항공사는 미국의 저가(?)항공인 사우스웨스트인데, 워낙 미국인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칸쿤이다 보니 체크인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휴가철이었던 시기라 더더욱.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위탁 수하물 2개를 무료로 제공하던 시기라, 더더욱 줄을 서는 사람들이 많았으리라. 출발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줄이 줄어들지 않고, 항공사 직원이 시카고로 가는 사람들을 호출할 때 거기에 맞춰 새치기를 할 수 있었다.

 

사기적인 칸쿤 공항의 물가

 

배고파서 샌드위치 하나 집어먹을까 했는데, 미국인의 관광지답게 여기의 물가는 미국의 그것에 맞춰져 있었다. 샌드위치 하나가 265페소, 한화로 약 2만원이니 말이 되는가. 그냥 포기하고 미국 돌아가서 먹는 걸로.

 

시카고 돌아오는 비행기

 

얼른 비행기에 탑승했다. 짙은 파란색의 도장이 인상적인 사우스웨스트의 B738. 지금은 이미 폐지되었거나 폐지될 예정으로 알고 있지만, 당시 사우스웨스트의 착석 시스템은 선착순. 대부분 가족 단위 여행객인 특성상 3개의 좌석 중 하나는 비어있는 경우가 꽤 있었고, 마침 1열의 복도석이 비어있길래 냅다 앉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크라우드 스트라이크 발 대란으로 미국 내 많은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결항시키는 사태가 벌어졌었으나, 사우스웨스트의 항공편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윈도우 3.1을 쓰고 있어서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냥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아서라는 것이 정설. 아무튼 잘 도착했으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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