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스톨 역에서 기차를 타고 카디프 역에 도착했다. 도시 바로 외곽에 위치해 있는 있는 세번 강 (River Severn) 을 하저터널로 건너고 나면 바로 웨일스이다. 강을 세번 건넌다는 뜻이 아니고. 브리스톨에서 카디프까지 한시간 정도 되는 짧은 거리의 열차를 탑승한 후 내렸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영어와 함께 병기된 웨일스어의 압박이 엄청났다. 분명 알파벳으로 쓰여있는데 무슨 뜻인지 유추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차라리 옆나라인 네덜란드나 독일어같은 경우 그래도 약간은 어느 뜻인지 추측이라도 할 수 있는데, 아예 다른 어파에 속한 웨일스어는 정말 다른 세계의 언어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웨일스에 방문할 때 처음으로 찾는 곳이다 보니 곳곳에 웨일스어가 더욱 강조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막상 시내로 나가면..
남미라는 지역은 한국인이 여행하기에는 참 쉽지 않은 곳이다. 우선 물리적 거리부터가 문제.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대륙이다 보니 항공권도 무지막지하게 비싸고, 24시간은 걸리는 총 비행시간 덕에 짧게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 한국에서는 아무리 짧게 여행한다 해도 주요지역 한두군데를 방문하기 위해서 2주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보통 여행자들은 남미를 최소 한두달, 혹은 반년동안도 여행하는 것 같다. 그나마 나는 미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마침 7월에 2주 정도 휴가를 낼 수 있게 되어 여행지를 물색하던 와중, 차라리 물가 비싼 미국 내에 있거나 캐나다에 가기보다는 이참에 멀리 가서 저렴한 물가를 즐기자는 마인드로 남미행을 갑작스레 결정..
2022년 12월, 중요한 일을 마무리하고 간만에 여유로워져서 여행을 나서기로 결정한 곳은 시애틀. 겨울에는 내내 흐리고 비가 온다고 해서 조금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도시로 떠나고 싶어서 결정한 곳이었다. 오랜만에 비행기도 타보고. 비행기를 찾아보니 무려 가는 데 네 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곳이더라. 그래도 오랜만에 비행기를 오래 탈 수 있으니 좋은 건가? 시애틀로 향하기 위해 먼저 찾은 곳은 시카고 오헤어 공항이다. 미국의 다른 공항들과 마찬가지로 별로 구경할 건 없었지만, 마침 유나이티드 라운지 이용권을 가지고 있어서 라운지에서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라운지는 정말 북적였고, 먹을 만한 건 별로 없었다. 라운지 입장권이 없었으면 발도 들이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무료로 들어가서 ..
2018. 10. 21 - 23,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사마르칸트에서 또 기차를 타고 부하라에 도착했다. 부하라까지도 아프로시욥이 운행하기는 하지만 자리가 없어 보통열차를 타고 부하라 역에 도착했다. 특이했던 점은 기차역이 부하라가 아니라 옆동네에 위치해있어 역에서 택시를 잡아서 숙소까지 갔다는 것이다. 택시비를 흥정하기는 했지만, 바가지 요금까지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호스텔 도미토리가 아니라 개인실을 예약했다. 둘이 같이 다니는 것이다 보니 호스텔보다는 개인실이 편했다. Payraviy라는 무슨 뜻인지 모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주인분께서 아주 친절하셨다. 메론을 하나 사갔는데 먹기 좋게 잘라주시기까지 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암튼 만족하는 숙소였다. 여행지로서 부하라가 만족스러웠던 점은 사마르칸트..
2018. 10. 16 - 19,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2) 드디어 결전의 날.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를 신청하러 가는 날이었다. 내가 신청했던 당시 (10월 18일)은 여행 성수기는 아니어서, 꼭두새벽부터 서두르지는 않고 7시반쯤 해서 갔던 것 같다. 호스텔에서 여차여차 해서 Oybek 역까지 이동한 후, 나와서 좀더 걸어서 대사관까지 갈 수 있었다. 바로 옆에 한국대사관이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대사관 입구는 두 군데가 있는데, 한국대사관을 마주하지 않은 반대쪽 입구로 갔더니 익히 알려진 대로 이름을 적는 종이가 있었다. 나는 다섯번째쯤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이름 순서대로 입장할 수 있다나 뭐라나. 뭔가 일본인처럼 생긴 여자 한 명이 눈에 띄었다. 그렇게 이름을 적고 내 차례가 될 때까지 기..
2018. 10. 16 - 19,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1) 안디잔에서 하루 푹 쉬고, 다음날 오후가 돼서 타슈켄트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에 왔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기차역처럼 내부에 카페나 음식점들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여기는 우즈베키스탄이었다. 기차역 대합실 내에는 의자만 달랑 놓여있었다. 열차 출발 시간 한시간도 더 전에 미리 짐을 다 싸들고 역에 도착한 나는 망연자실해져, 하염없이 멍하니 있기만 했다. 하필 심카드도 개통하기 전이라 더더욱. 그냥 배낭 들쳐매고 밖이나 돌아다닐까 생각도 했었는데, 비까지 와서 그냥 포기했다. "Oq yo'l! (Have a good trip!)" 우즈벡어와 영어로 잘 가라는 글귀가 적힌 출입문을 나가서 기차를 타러 갔다. 가장 등급이 낮은 표를..
2018. 10. 12 - 15, 키르기스스탄 오쉬 2018. 10. 15 - 16,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중국에서 열심히 달려오느라 힘들었기에 볼거 없는 키르기스스탄 오쉬에서 3박이나 해버렸다. 밤에 숙소에 들어갔더니 4인실 중에 이름 모를 여행자 한 명만이 있었다. 너무나 피곤했던 나는 인사할 겨를도 없이 쓰러져버렸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그 여행자는 온데간데 없었고, 체크아웃 때까지 방을 혼자 썼다. 게스트하우스는 따로 건물이 있는 게 아니고 아파트의 한 부분을 개조해서 쓰는 듯했다. 3박이긴 했지만 사실 마지막날 아침에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났기 때문에 실제로 키르기스스탄에서 머물면서 여행한 기간은 이틀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딜 특별히 가지는 않고 (그럴 생각도 없었고)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달라진 환경..
2018.10.12, 중국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국경지대라 보안 문제 때문에 사진이 많지 않습니다) 해가 뜨기도 전에 카슈가르 기차역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쉬켁으로 가는 길은 보통 막혀있고 일반인들이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르케슈탐 고개를 넘어 오쉬로 가는 것. 이마저도 바로 가는 게 아니라 카슈가르에서 버스를 타고 우차(乌恰)로 가서 1차 검문을 통과하고, 거기서 쉐어택시를 타고 실제 국경으로 간 다음 키르기스스탄 입국 후 다시 쉐어택시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여행하던 때는 오쉬까지 가는 직통버스를 운행하지 않는다나 뭐라나. 일단 매표소에서 우차까지 가는 표를 끊고 승강장으로 갔다. (약 30위안) 버스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나를 반..
2018. 10. 10 - 10. 12,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슈가르 투루판에서 기차를 타고 밤새 달려 결국 카슈가르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정말 중국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실제로 주민의 대부분이 위구르인이기도 하고. 자연적으로 중국 동부 해안과 3시간 정도의 시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대를 써서 해가 9시는 돼야 뜨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신장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2시간 늦은 시간대를 사용하긴 하지만. 카슈가르 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올드타운 내부는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걸어서 숙소로 가야 했다. 이 지역에는 호스텔이 별로 없어 선택의 폭이 좁았는데, 그 중 나는 올드타운 유스호스텔이라는 곳에 묵었다. 투루판과 마찬가지로 숙소에 들..
2018. 10. 8. - 10. 9,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투루판 시닝에서 또다시 밤기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투루판 북역에 도착했다. 원래는 우루무치를 가려 했으나, 우루무치는 도시일 뿐이라는 말에 혹해 급하게 기차표를 바꿨다. 투루판은 중국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인데, 10월 중순이 다돼가는데도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는, 정말 더운 곳이었다. 과거 실크로드가 지나는 수많은 곳 중 하나로 여러 문화재가 있는 곳으로, 꼭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투루판에 가는 길에도 장예나 둔황 같은 주옥같은 여행지들이 많았지만, 짧은 시간 내에 이스탄불까지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 과감히 포기하였다. 여튼, 위구르 자치구는 들어가는 것 부터 사람을 매우 귀찮게 했다. 역에서 나가려고 하는데 공안이 날 불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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