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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중요한 일을 마무리하고 간만에 여유로워져서 여행을 나서기로 결정한 곳은 시애틀. 겨울에는 내내 흐리고 비가 온다고 해서 조금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도시로 떠나고 싶어서 결정한 곳이었다. 오랜만에 비행기도 타보고. 비행기를 찾아보니 무려 가는 데 네 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 곳이더라. 그래도 오랜만에 비행기를 오래 탈 수 있으니 좋은 건가?
시애틀로 향하기 위해 먼저 찾은 곳은 시카고 오헤어 공항이다. 미국의 다른 공항들과 마찬가지로 별로 구경할 건 없었지만, 마침 유나이티드 라운지 이용권을 가지고 있어서 라운지에서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라운지는 정말 북적였고, 먹을 만한 건 별로 없었다. 라운지 입장권이 없었으면 발도 들이지 않았을 것 같지만, 그래도 무료로 들어가서 잠깐 시간 좀 때울 수 있었다.
이번에 탄 항공기는 737 MAX 9. 처음 타보는 기종이었다. 두 번이나 추락사고를 내서 퇴출당할 뻔했던 MAX 8이 떠올랐으나, 뭐 괜찮겠지. 여타 미국 국내선같이 좌석 모니터 같은 건 없었고, 대신 기내 와이파이로 엔터테인먼트를 서비스하는 형태. 좌석지정도 안 되는 싼 표를 샀더니 거의 맨 뒷자리로 배정받았다. 웬만하면 베이직 이코노미는 피하는 걸로... 여타 국내선답게 소프트 드링크 정도만 무료로 제공되었고, 주류나 음식은 얄짤없이 돈을 내야 했다. 비행기에 타면 웬만하면 맥주 한잔은 하는 성격이나, 돈까지 내면서 먹고 싶지는 않았기에 패스.
시카고에서 시애틀까지는 4시간 반에서 5시간 정도나 걸리는 장거리 비행이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베트남을 갈 수 있는 시간이다. 고작 국내선 타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린다니... 역시 대륙은 대단하다. 음악 듣다가 지루해 미칠 지경이 되어 창문 너머를 봤는데 대륙의 장엄함이 그대로 눈에 들어오더라.
지루한 비행을 견디고 결국 비행기는 시택 공항에 내렸다. 이 날 새벽부터 여행 채비를 했던 나는 급속도로 피곤해져서, 서둘러 숙소로 갈 수 있는 교통편을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공항에서 시내를 잇는 경전철이 놓여 있었고, 요금도 시내까지 3달러로 매우 저렴했다. 오헤어 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려면 5달러 줘야 하는 시카고에 비하면야...
경전철은 굉장히 깨끗하고 쾌적했다. 공항에서 경전철 역까지 꽤 걸어가야 한다는 점이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한 10분에 한대 정도는 오는 느낌이다.
우선 역에서 티켓을 구매했다. 현지인들은 Orca라고 하는 이름이 참 멋진 교통카드를 쓰는 듯 하지만, 며칠 있다가 돌아가는 입장에서 굳이 교통카드를 살 필요까지는 없다. 일회용 티켓은 따로 개찰구에 넣는 건 아니고, 그냥 소지하고 탑승하면 된다. 불시에 검표원들이 열차에서 표를 검사하는 듯. 심지어 실물 표를 사는 대신 모바일 앱을 깔아서 표를 살 수도 있다.
숙소로 잡은 호스텔이 마침 다운타운 한복판에 있어서 굉장히 편리했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더니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두워졌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보이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아쉽게도 대부분의 가게들이 이 시간에는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었다는 것.
장시간 비행에 지쳐있던 나였지만, 한 가지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있다. 마침 시애틀에 도착한 날은 첫째주 목요일로, 많은 박물관들이 무료로 개방하는 날이었던 것이다. 특히 시내 남쪽에 위치한 비행기 박물관 (Museum of Flight)이 무료로 야간개장 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바로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은 실제로 보잉의 공장이 위치해 있기도 하고 현재 공항으로 쓰이기도 하는 킹 카운티 국제공항의 바로 옆에 있다. 아무래도 보잉의 항공기 위주로 전시가 되어있긴 하지만, 그 외 항공우주 분야 전반을 다루는 박물관이었다. 처음 간 곳은 우주왕복선 등을 다루는 부분이었고, 바로 옆에는 항공기의 실제 사이즈가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가 있었다.
전시되어 있는 비행기들은 직접 들어가서 내부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무려 콩코드가 전시되어 있는 것이다. 사실 콩코드는 보잉에서 만든 건 아니긴 하지만, 아무래도 그 자체의 상징성 때문인지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 초음속 비행에 맞게 설계되어서인지 내부는 상당히 불편했지만,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한번 타보고 싶긴 하다.
항덕들이라면 그래도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시애틀의 비행기 박물관이었다. 더 오래 있고 싶었으나 너무 피곤해서 금방 숙소로 돌아와서 다음날 일정을 위해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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