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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1 - 23,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사마르칸트에서 또 기차를 타고 부하라에 도착했다. 부하라까지도 아프로시욥이 운행하기는 하지만 자리가 없어 보통열차를 타고 부하라 역에 도착했다. 특이했던 점은 기차역이 부하라가 아니라 옆동네에 위치해있어 역에서 택시를 잡아서 숙소까지 갔다는 것이다. 택시비를 흥정하기는 했지만, 바가지 요금까지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호스텔 도미토리가 아니라 개인실을 예약했다. 둘이 같이 다니는 것이다 보니 호스텔보다는 개인실이 편했다. Payraviy라는 무슨 뜻인지 모를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주인분께서 아주 친절하셨다. 메론을 하나 사갔는데 먹기 좋게 잘라주시기까지 했다. 가격도 저렴하고, 암튼 만족하는 숙소였다.
여행지로서 부하라가 만족스러웠던 점은 사마르칸트와는 또다른 분위기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시내에 있는 연못인 라비하우스 (Lyab-i Hauz)는 뭔가 우즈벡스럽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하우스 (حوض)는 집이 아니라 페르시아어로 연못이라는 뜻이다. 연못 주변으로 카페도 있고 맥주도 마실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냥 앉아서 잠깐 쉬다가 일어나서 다른곳을 둘러보았다.
이때 타슈켄트의 호스텔에서 보았던 인도인 두 명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반갑게 인사한 뒤 어디어디를 여행했냐고 물어봤는데, 그 둘은 사마르칸트에서 바로 부하라로 오지 않고, 사막 유르트 투어를 갔다가 부하라에 왔다고 했다. 나도 유르트나 게르 체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결국 여건이 잘 안 맞아서 단념하긴 했지만, 밤에 유르트에서 캠프를 하면서 별을 바라보는 것도 꼭 다음번에는 해보고 싶다.
오후 꽤 늦은 시간에 부하라에 도착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유명 관광지를 가기보다는 그 주변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부하라는 관광지들이 모두 옹기종기 모여있어 일단 시내에 도착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 없이 그냥 걸어다니면서 구경이 가능하다.
부하라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칼란 모스크와 미나렛. 숙소가 칼란 모스크 근처에 있어서 편했다. 누런 흙빛의 건물들은 석양빛을 반사하여 은근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고, 모스크에서는 상인들이 사진 엽서를 팔고 있었다. 타슈켄트에서는 동양인을 보면 한국인으로 알아봤던 것과는 달리 이쪽에서는 처음에 우리를 보자마자 곤니찌와를 먼저 외치고 있었다. 확실히 우즈베키스탄을 여행하는 동양인은 일본인이 가장 많았다.
해가 완전히 지고 미나렛의 불이 켜졌다.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주목했다. 정말로 낮에 보았을 때, 오후에 보았을 때, 그리고 밤에 보았을 때 전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곳이다.
관광지를 둘러보기에는 늦었지만 바자르는 성업 중! 관광지에 위치한 바자르인 만큼 관광객을 노리는 물건들이 잔뜩 늘어놓여 있었다. 실크로 짜인 목도리(?)는 정말 매력적이었지만 배낭에 공간이 부족할 것이라 예상해서 사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본격적으로 관광지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유독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내가 어딜 방문했는지 많이 찾아보지 않아서 사진을 보고도 우리가 어딜 갔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사실 가는 곳곳마다 다 관광지여서 지나가는 길에 발견하고 들어간 곳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뭐 어쨌든 처음 간 곳은 아래 사진처럼 돔이 여러개 나와있는 구조의 건물이었다.
그 다음에는 부하라 성. 사실 성 내부를 전부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고 아마 일부만 개방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부에는 박물관이 있었다. 성 앞에 낙타를 탈 수 있는 체험장이 있었는데, 사실 여기서 낙타가 불쌍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성 밖에는 나무로 지어진 높은 전망대가 하나 있었는데, 굳이 올라가지는 않았다.
박물관의 전시품 중에 눈에 띄었던 것은 다름아닌 수학 교과서였다. 아랍 숫자로 쓰여있어 무슨 내용인지는 확실하게는 모르겠지만 대충 사칙연산에 관한 내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성 옆에 있었던 한 모스크는 일반적인 페르시아 양식과는 다소 달라서 또 인상깊었다. 특히 기둥이 나무로 되어있어 다른 거대한 모스크들과는 딴판이었다. 볼로하우즈 모스크라고 불리는 이 모스크는 '하우즈'라는 이름답게 옆에 연못이 있었다.
여기부터는 부하라 여행의 중심지에서 꽤 걸어야 나온다. 이쪽에는 모스크보다는 영묘가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영묘들의 디자인이 독특해서 여기 또한 구경할 맛이 났다. 특히 벽에 구멍이 잔뜩 뚫려있는 구조는 왜 이렇게 묘를 디자인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가장 처음 들어간 곳은 영묘...는 아니고 이맘 알 부하리 기념 박물관이었다. 안에 들어갔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바로 옆에 있는 차슈마 아유브 (욥의 샘물). 아유브는 욥의 아랍어 발음. 욥이라는 사람이 (성경에 나오는 욥과 동일인물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스라엘이나 요르단 쪽에서 우즈베키스탄까지는 거리가 굉장히 멀어서 그냥 전설은 전설인 걸로...) 지팡이로 툭 치자 샘이 솟아났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내부에는 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안 먹었다.
조금 더 가면 이스마일 사마니 영묘가 나온다. 우즈베키스탄..이 아닌 타지키스탄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인데, 어쨌든 영묘는 부하라에 있다. 이 '사마니'라는 이름은 현재 타지키스탄의 화폐 단위로 쓰인다. 그거 말고 사실 나는 중앙아시아의 역사적 인물에는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는데, 마치 대나무를 짜서 가방을 만든 것 같은 문양을 가진 외벽은 정말로 독특했다. 그러고보니 한번 타지키스탄에 가서 파미르 고원 트레킹을 해봐야 되는데, 그 꿈은 요원하다.
사마니 영묘가 있는 주변은 놀랍게도 놀이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사실 놀이공원이라 해봤자 앞전에 소개한 키르기스스탄 오쉬와 비슷한 규모의 소련식 놀이공원이다.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한참을 걷느라 지쳤던 둘은 관람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일단 관람차를 타는 비용이 예상보다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 높이 올라갔을 때 바람에 흔들리는 캐빈 안에서 약간 불안하기는 했지만, 뭐 어쨌든 무사히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바로 옆에 있는 시장에 들러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은 간단하게 쁠롭과 케밥을 먹었다. 오른쪽의 토마토와 오이는 우즈베키스탄의 샐러드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재료이다. 특별한 드레싱을 안 쓰고 살짝 양념해서 딜 같은 향신료를 뿌리고 내놓는데.. 맛은 그냥 예상되는 그 맛이다. 여기서도 빵은 기본으로 제공되었다. 사실 이때쯤 해서 우즈베키스탄 음식이 물리기 시작했다. 원래 다른나라에서 음식을 잘 안 가리는 편인데, 중앙아시아 쪽은 음식 종류가 한정돼있어서 좀 힘들더라.
뭐, 라비하우스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부하라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유가 없어 부하라 외곽에 있는 여름궁전은 못 가봐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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