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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7 - 28. 미얀마 바간
야간버스를 타면 새벽 6시쯤 바간에 도착하게 된다. 바간에 들어가는 순간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꽤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입장료를 한 번 내면 일정 기간 동안 대부분의 유적에 추가요금을 안 내고 입장할 수 있다. 몇 군데 예외가 있지만.
그 당시는 해가 짧을 때였기 때문에 바깥은 완전이 어둑어둑. 다행히 버스는 여행객들의 숙소까지 안전하게 보내주었다. 나는 바간 외곽 냥우에 있는 한 숙소를 예약했었다. 보통 바간의 숙소는 얼리체크인을 무료로 해주는 곳이 많았지만, 나는 비어있는 방이 없어서 얼리체크인이 불가능. 이틀이나 씻지 못했던 터라 얼른 방 잡고 씻고 싶었는데 불가능했다. 한 시간 넘게 로비에서 빈 자리가 나올 때까지 죽치고 있다가 포기하고 그냥 좀 동네를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숙소가 시내에서 좀 먼 곳에 있다 보니 걸어도 걸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바이크를 대여해주는 곳을 발견하고 그냥 하나 빌리기로 했다. 대충 전기로 다니는 오토바이인데, 바간 사람들은 다들 타고 다닌다. 지역 간 거리가 꽤 되어 걸어다니는 것이 불가능하고, 별다른 대중교통도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당시 오토바이 같은 것도 한 번도 몰아보지 않았던 터라 걱정했지만, 조금 타다 보니 익숙해졌다. (물론 나중에 고생 좀 했다)
냥우 이곳저곳을 쏘다니다 발견한 식당. 간단하게 먼저 아침을 해결하고자 했다. 병아리콩을 넣은 밥을 간단하게 먹고, 미얀마식 밀크티도 함께 먹어주었다. 미얀마도 영국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밀크티가 아주 맛있다. 인도처럼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아 깔끔한 맛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비가 왔었는데, 밥을 먹고 나오니 이바이크 의자가 다 젖어 있었다.
그 다음에 이바이크를 타고 냥우 시장으로. 시장 주변에는 사람도 많고 다른 이바이크가 아주 많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좀 위험. 특히 이바이크의 가속과 감속은 손잡이를 돌려서 하는데, 멈추겠다고 손잡이를 돌렸는데 그게 가속하는 방향이었던 적이 부지기수라. 운동화 신고 다니기 불편해서 쪼리 하나를 샀다.
열시 반 정도 되어 돌아갔더니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서 드디어 씻을 수 있었다. 이틀 동안 몸에서 묵은 기름때를 다 씻어냈더니 너무나 상쾌했다.
그 다음 바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이바이크를 빌린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아니, 안 빌리는 게 멍청한 선택이라고 해야 옳겠다. 여기는 걸어서 못 다닌다. 이바이크 타고도 한참 가야 된다.
금세 출출해져서 이번에 간 곳은 채식 식당인 Be Kind To Animals. 올드바간의 아난다 사원 근처에 있다. 평소에 채식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들어가 보았다. 가지 커리와 오크라 볶음을 주문했는데 둘 다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았다. 그렇지만 다 먹었다. 배가 고픈데 고기 없다고 거르랴.
바간에서는 정말 열심히 돌아다닌 기억밖에는 없다. 이름 모를 사원에 가서 둘러보고 나오는 것 무한반복. 바간 뒤쪽에는 이라와디 강이 흐르고 있다. 이라와디 돌고래가 생각나는 강 이름이었지만 이라와디 돌고래는 강 하구에 살고 여기는 내륙이니 뭐. 강에는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도 있었는데 배를 타지는 않았다. 광활한 평지에 넓은 강이 놓여있는 것이 마음을 탁 트이게 해 주었다.
오후 내내 사원을 빨빨거리며 돌아다녔다.
몇 안 되는 바간에서 돈 "더" 내고 입장해야 하는 곳이다. 골든 팰리스라고 불리던 이 곳은 (미얀마어 이름은 모르겠다) 내부에서 보이는 깔끔한 성의 모습이 안 들어가고는 못 배기게 하고 있었다. 안에 딱히 특별히 볼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관광지 와서 입장료 아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들어갔다.
그림 장인의 작품. 하나 업어가고 싶었지만 작은 배낭 하나 매고 왔던지라 마땅히 그림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서 아쉽지만 생략.
계속 돌아다니다 보니 일출 스팟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간은 일출로 유명한 동네이기도 하기 때문에 괜찮은 곳을 미리 물색해 두어야 혼잡한 곳을 피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파고다 위로 올라가서 일출을 보곤 했는데, 요즘은 안전상의 이유로 파고다에 올라가는 것을 대부분 막았는데,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파고다가 좀 있었다.
그런데 문제 시작. 어느 순간부터 나는 비포장도로를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흙길이었는데 어느순간부터 그냥 길이 아닌 곳으로 가고 있었고, 나는 위험을 직감했으나 그냥 무시하고 더 진행했다. 어느 순간 바닥에 홈이 파인, 곳이 나왔다. 아마 다른 이바이크가 지나갔던 길이었던 것 같다. 그 홈을 따라가다 홈을 벗어나는 순간 이바이크에서 넘어지고 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내 몸보다는 이바이크 망가져서 물어줘야 하지 않을까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다행히 피가 많이 나지는 않아서 금방 수습하고, 바이크도 겉보기에는 멀쩡했다. 천천히 달리고 있어서 그랬나 보다. 정리하고 갈 길을 가는데, 풀밭과 그 뒤에 보이는 파고다가 분위기 있었다.
그 후 해가 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쉐지곤 파고다에 갔다. 바간에서 가장 유명한 파고다. '쉐'가 미얀마로 '금'을 뜻하는 만큼 여기도 탑 전체가 금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석양이 질 때쯤 방문하니 금빛으로 빛나는 모습이 더 인상깊었다.
저녁은 볶음밥과 간단한 닭튀김, 미얀마 맥주까지. 완벽했다. 미얀마 사람들은 이런 느낌의 식당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모양이다. 문제는 밥을 먹던 중에 두 번이나 정전이 났던 것. 인터넷에서 회전초밥집이 정전돼서 사람들이 회전하면서 초밥을 먹고 반값을 환불받았다는 글이 생각났지만, 여기는 그런 거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바로 일출을 보러 갔...으나, 날씨를 보라. 일출을 볼 턱이 없었다. 전날 찜해두었던 일출 장소로 올라간 뒤 파고다를 타고 올라간 것이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다. 그냥 열기구 뜨는 것 좀 본 게 전부. 아쉬웠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도 날씨가 안 좋아 열기구 뜨는 걸 못 본 기억이 있었는데 그때가 재현되었다.
그 다음 조금 더 돌아다녀 보았다. 옆으로 누운 거대한 불상도 보고 어제 갔던 시장 한번 더 가보고. 저 불상 있는 데에서 어떤 사람한테 기념품 강매당했다. 너무 간절하게 부탁해서 그냥 눈 딱 감고 사주기로 했다. 거기다가 세계의 돈을 모으고 있다고 해서 천원짜리 한 장 더 쥐어줬다. 정작 여행을 끝낸 이후 그 기념품은 손도 대지 않았다.
잠깐, 이란에서도 천원 뺏긴 기억이 나는데?
특이한 점으로는 이런 식으로 스님들 얼굴이 곳곳에 걸려있고, 학력이 같이 써였다. 미얀마어를 하나도 몰라서 이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다. 학력으로 한국어가 적혀 있는 것도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먹은 점심.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유일한 음식점이었고 중국 느낌이 나는 음식을 팔고 있었다. 미얀마도 중국에 가까운 곳이다 보니 미얀마에서 파는 음식들도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이 있었다. 식당에 사람이 몇 명 없긴 했지만 음식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숙소에서 좀 기다리고 있으니 버스가 나를 픽업하러 왔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로 간다. 만달레이까지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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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2달만에 쓴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니 글 쓸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틈틈이 기록해놓아 두고두고 그때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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