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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말, 학기를 마치고 지칠 대로 지쳐버린 나는 갑자기 여행 바람이 불었고, 연말에 갈 여행지를 물색하고 있었다. 연말 성수기인 데다가 며칠 뒤에 출발할 항공편을 찾자니 딱히 갈 만한 데가 없었다.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곳이 일본이랑 중국 정도인데, 일본은 그당시 한창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 하도 많이 갔던지라 패스, 중국은 이미 지난 실크로드 여행 때 비자 받는 것부터가 고역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와서 패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미얀마였다.
사실 미얀마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싱가포르에 교환학생으로 있던 시절, 학기 중간에 주어지는 일주일 간의 휴가 때 어디로 갈지 고민했던 여행지 중 한 곳이 미얀마. 결국 인도네시아로 가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도 미얀마는 다른 동남아 (특히 태국, 라오스 등)에 비해 때묻지 않고 사람들이 순박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 표현은 조금 인종차별적인 표현으로 느껴진다) 미얀마는 아직까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는 아니지만, 2018년부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무비자가 허용되면서 입국이 훨씬 수월해지기도 했고, 그 전부터 여행을 주제로 하는 TV 프로그램에서 미얀마를 몇 번 방영한 바가 있어서 더욱 흥미가 생겼다.
하여튼 미얀마에 가기로 결정하고 항공권을 알아봤는데, 생각해보니 겨울은 동남아 여행 성수기이다. 미얀마 가는 직항 항공권은 수요가 적어 비싸고 일반적으로 태국이나 베트남을 경유해서 간다. 그런데 연말 성수기다 보니 태국이나 베트남을 경유하는 표가 비싸고, 그나마 덜 비싸게 구할 수 있는 표는 중국을 경유해서 가는 것이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라면 시간대는 나쁘지 않아 밤에 출발해서 다음날 아침에 미얀마에 도착하고, 또 미얀마에서 밤 늦게 출발하는 일정으로 예약을 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갈 때는 중국 쿤밍을 경유해서 미얀마 양곤으로 가고, 돌아올 때에는 상하이를 경유해서 한국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비행기표를 받아들고 나니 멍청한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보통 미얀마를 여행할 때에는 최대 도시인 양곤과 그 주변, 그리고 수많은 파고다가 유명한 바간을 빼놓지 않고 가며, 거기에 나는 바간과 멀지 않은 미얀마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까지 해서 크게 세 군데를 돌고 오기로 했다. 그런데 양곤에서 바간, 만달레이까지는 차로 8~10시간 가량 가야 하는 아주 먼 거리이다. 즉, 갈 때는 쿤밍 경유 만달레이행, 올 때는 양곤에서 돌아오는 표로 끊었으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는 계산. 사실 그 일정도 검색은 했었는데, 왠지 모르게 실제로 표를 예매할 때는 양곤 왕복으로 표를 샀더라.
어쨌든 비행기에 탔고, 자정이 좀 넘은 시간에 비행기는 쿤밍에 도착했다. 기내식 같은 건 전혀 없었고 (심지어 음료 서비스도 없었다. 물 정도만 제공했던 걸로 기억. 당연히 전면 모니터도 없고 비행 시간 내내 천장 모니터에서 나오는 재미없는 영상만 봐야 했다.) 또 여기서 불편했던 점이 나온다. 중국 공항이 모두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은 뒤 다시 체크인해야 한다더라. 양곤 가는 비행기를 타기까지 5~6시간 가량 대기해야 하는데. 괜히 배낭을 도둑맞을까 염려되어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뒤척거리며 휴대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출국 직전에 급하게 산 미얀마 가이드북을 보다가 시간을 때웠다.
밤을 쫄딱 새고 나니 새벽 4시 경이 되었고, 배가 고파졌다. 출국장으로 올라가보니 공항은 이미 훤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 이것이 대륙의 기상인가! 베이징이나 상하이처럼 아주 큰 도시가 아닌데도 체크인 카운터의 규모가 컸고 그 커다란 규모의 공항에 사람이 아주 넘쳐나더라. 다행히 24시간 하는 국수집이 있길래 들어가서 곱창국수를 하나 시켜먹었다. 딱 중국스러운 그 맛이다.
새벽 6시쯤 되었을까, 동방항공 체크인 카운터가 드디어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니, 만달레이 가는 비행기가 양곤 가는 것보다 한 시간 더 먼저 있었다. 젠장! 역시 단기여행은 계획을 조금은 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와 가까운 지리적 특성 탓인지 미얀마, 태국, 인도 등의 도시로 가는 항공편이 꽤 많이 보였다.
실제 비행기에 탑승한 시간은 이미 해가 뜨고 난 뒤. 탑승구가 아니라 버스를 타고 한참 달린 뒤 나온 허허벌판에서 탈 수 있었다. 물론 여기서도 좌석 모니터 따위는 기대할 수 없었다. 기내식은.. 있었나?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확실한 건 기내식이 없었거나 샌드위치 한 조각으로 때웠거나 둘 중 하나였다. 싼 게 비지떡이지 뭐야. 그나마 쿤밍에서 양곤까지는 비행시간이 길지 않아서 나름 버틸 만했다.
양곤 공항에 도착한 후 짐을 찾은 뒤, 공항 내의 짐 보관소에 바로 배낭을 맡겼다. 국제선 입국장 내에 짐을 맡아주는 데가 있는데, 배낭을 받자마자 맡겨버린 데에도 참 기구한 사연이 있다. 양곤 왕복을 해버려서 동선이 꼬일 대로 꼬여버린 나는 양곤에서 당일치기를 한 후 바로 야간버스로 바간에 가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씻지도 못하고 꾀죄죄한 몸을 이끌고 양곤 시내를 하루 종일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입었던 긴팔조차 갈아입지 못하고! 항공편은 너무 비쌌기 때문에 돈을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선택. 한 가지 위안은 터미널이 시내에서 멀고 오히려 공항 쪽에 가깝다는 것. 그래도 만달레이로 입국해서 만달레이 -> 바간 -> 양곤 순서로 방문하는 게 최선이었다.
뭐, 그래도 일단 미얀마에 왔으니 최선을 다해서 여행해봐야지. 500짯 하는 공항버스를 타고 술레 파고다 앞으로 왔다.
<미얀마 여행에서 동선을 짤 때>
미얀마는 땅이 정말 정말 정말 넓고, 도시 간 이동하는 데 시간이 정말 많이 든다. 물론 야간버스가 나름 잘 되어있지만, 야간버스에서 편안히 잠을 자는 것은 쉽지 않다. 미리 잘 계획해서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민코스인 양곤, 만달레이, 바간, 냥쉐를 둘러본다고 했을 때, 만달레이로 입국해서 바간과 냥쉐를 둘러본 후 양곤으로 출국한다던지 하면 편리하다. 만달레이는 직항이 없고 무조건 환승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외에 뭐 짜익티요를 간다던가 메르귀 제도를 간다던가 한다면... 애도
<환전>
미얀마의 환율은 짯(Kyat, Ks)이라고 불리고, 대충 1000짯이 8-900원 정도 하는 환율이지만, 그냥 편하게 1짯 = 1원이라 생각하는 게 편하고 과소비를 줄여준다. 한국에서 바로 환전이 불가능하고, 달러를 가져가서 환전해야 한다. 그런데 이 나라가 참 웃긴 게, 권종에 따라 환율을 다르게 쳐 주고 (100불이 제일 환율이 좋다) 지폐가 훼손되어 있으면 환율이 깎이는 이상한 제도가 있다. 한국에서 달러를 가져갈 때 웬만해서 100불짜리로 챙겨가고 지폐가 구겨지거나 찢어지지 않게 조심히 보관하면 된다. 환전은 그냥 공항에서 전부 다 해도 크게 손해 보지는 않는다. 남으면 귀국 시 면세점에서 탈탈 털거나 다시 달러로 환전할 수도 있다.
<유심>
공항에 저렴한 선불 플랜이 많고 직원들도 친절하다. 유심 없이 시내에서 길 못 찾아서 헤맬 바에는 그냥 공항에서 하는 게 속 편하다.
<양곤 공항에서 시내>
공항에서 시내 (술레 파고다 앞) 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 번호는 따로 없지만 딱 보면 AIRPORT라고 써있어서 공항버스임을 알 수 있다. 나름 에어컨 빵빵하고 차도 괜찮았던 걸로 기억. 빨간 색 버스가 술레 파고다 쪽으로 간다. 다른 색은 다른 곳으로 간다. YBS라는 앱 (안드로이드 기준. 아이폰에서는 있는지 잘 모름)을 설치해서 버스 노선이나 경로를 확인해서 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공항 버스는 2019년 말 기준으로 24시간 운영했는데, 배차간격이 들쑥날쑥했던 걸로 기억. 뭐, 그냥 그랩 잡아서 타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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