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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6. 미얀마 양곤

결국 내 일정을 양곤 - 바간 - 만달레이 - 양곤으로 정해버렸고, 양곤은 첫날 무박1일, 마지막날 무박1일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밤새 쿤밍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뒤척인지라 무척이나 피곤했기 때문에 많이 돌아다니기보다는 공항버스의 종점이었던 술레 파고다 근처를 최대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했다. 게다가 한국에서 입고 있었던 긴팔이 그대로인 상태여서 최대한 움직이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어찌됐든 미얀마를 즐기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양곤 시내는 내가 경험했던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를 냈다. 특히 건물들에게서 서양 건축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조금 풍겨졌다.

 

아침에 도착했기 때문에 일단 배가 고픈 상태. 뭘 먹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찾은 곳은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999 샨누들. 딱 아침식사를 하기에 적당한 곳이라 생각되었다. 말 그대로 샨족의 요리를 내오는 듯한 이 식당은 얼마 전 부산에서 열렸던 한-아세안 정상회담에 초청되어 거기서 미얀마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던 곳이다.

 

999 샨누들 입구

배가 고팠던 나머지 국수와 함께 스프링롤도 하나 시켰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있는 메뉴인 스티키 누들인줄 알고 시켰던 저 국수는 사실 스티키 누들이 아니라 그냥 일반 샨누들이었다. 그냥 일반적일 쌀국수의 식감이라서 의아했었는데, 잘못 시켰다는 걸 뒤늦게 알았던 것이다. 스프링롤은 채식주의 메뉴였는데, 채식주의랑 관련없이 여튼 맛있었다. 고기 안 먹어도 죽는 것도 아닌데. 여기는 동남아 다른 곳이 그렇듯 (한국인 기준으로) 정체불명의 음식들을 파는 와중에 그래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식당 중 하나이다.

 

샨누들과 스프링롤

 

 

 

첫날은 그냥 한없이 시내를 돌아다녔다. 술레파고다 버스정류장 맞은편에는 쇼핑몰도 있어서 거기도 한번 둘러보았다. 미얀마는 쇼핑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보안검색을 해야 한다. 나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가방 내의 내용물을 보여주고 나서 쇼핑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서는 정말 최고의 장소이다. 아무리 겨울이라고 하더라고 열대지방이기 때문에 낮에는 햇볕이 뜨겁고 꽤 더운 곳이 미얀마이다. 12월 말임에도 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갔었다. 그래도 날씨가 습하지는 않았고 밤에는 18도 정도까지 내려갔던 것이 좀 다행이었다.

 

술레파고다 앞 육교
미얀마 길거리

조금 활동반경을 넓혀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향한 곳이 보족 아웅산 마켓. 여기는 미얀마의 전통 공예품을 주로 파는 곳이다. 물론 나는 돈을 아끼기 위해 과감히 넘겼다.

 

보족 아웅산 마켓
양곤 길거리

술레 파고다도 가보았다. 미얀마 현지인들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돈을 내야 한다. 돈을 내면 스티커를 하나 주는데 그것을 옷에 붙임으로써 돈 내고 입장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술레 파고다는 양곤 시내에 있는 파고다인데, 파고다는 미얀마에서 사찰의 역할을 한다. (다른 미얀마 파고다와 비슷하게) 온통 금으로 뒤덮여있다. 혹시 미얀마의 경제사정이 열악해졌을 때 이 금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술레 파고다
술레 파고다
술레 파고다
술레 파고다
육교에서 바라본 술레 파고다

대충 저녁을 먹기로 했다. 미얀마는 지리적 특성 탓인지 인도요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술레 파고다 옆 골목에는 인도요리를 파는 식당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는 트립어드바이저에서 평이 좋았던 식당 한 군데를 찾아 (지난번 이란에서 먹었던 베르얀과는 완전 다른 음식인) 비르야니와 닭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동남아답게 물가는 확실히 저렴했다.

 

비르야니와 닭고기

 

 

 

미얀마의 또 한 가지 특징은 한국 출신의 버스를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한국어가 쓰여진 버스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 한국어가 쓰여져 있는 버스는 한국산 버스라는 뜻이고, 결국 좋은 버스라는 의미가 된다나 뭐라나. 어쨌든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약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미얀마에서 부산 서면까지 가는 버스!

더 시간을 때우다가 만달레이 가는 버스를 타러 터미널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양곤 시내에서 터미널에 가는 버스는 36번을 타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는 먼저 공항에서 짐을 찾아야 했기에 공항버스를 타고 먼저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버스터미널로 가는 노선은 없거나 그랬던 것 같아서 나는 그랩을 잡아서 양곤 공항에서 버스터미널로 갔다. 직선거리로는 공항에서 터미널이 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가 잘 안 돼 있어서 차로는 꽤 오래 걸렸다.

 

미얀마의 시외버스 터미널은 한국처럼 실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버스회사들이 실외에 건물을 차리고 따로 있는 형태이다. 나는 미리 예약해두었던 JJ express 사무실을 찾아서, 거기서 버스티켓을 교환받을 수 있었다. 버스터미널 내에는 간단한 간식거리를 살 수 있는 마트나 요기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양곤 버스터미널

버스터미널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려있었다. 미얀마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가 불교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을 꽤나 화려하게 기념한다는 점이다. 양곤 시내에서도 곳곳에서 Merry Christmas 장식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영국의 지배 탓일까?

 

버스회사의 성탄절 장식

버스를 타고 한참 달린 뒤 어느 휴게소에 나를 세워줬다. 휴게소는 나름 시설이 괜찮았는데, 매점 말고도 KFC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뭘 따로 사먹지는 않았지만 버스를 타고 중간에 세워주는 휴게소에서 배를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미얀마 휴게소의 K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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