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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8 - 30. 미얀마 만달레이 (1)

 

바간에서 탄 버스는 해가 지고 나서야 만달레이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후 트럭으로 갈아타서, 그 트럭이 최종 목적지인 호스텔까지 데려다 주었다. 만달레이의 몇 안되는 호스텔인 Downtown @ Mandalay에서 2박을 했다. 호스텔에 미얀마 곳곳을 쏘다니시던 한국인 아저씨가 계셨었는데, 그 뒤로 어찌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운타운 앳 만달레이 호스텔

오랜 시간동안 버스를 타고 나니 일단 배가 고파져서 밥이나 먹으러 갔다. 한국인에게 꽤 유명한 식당인 샨마마에 갔다. 여기는 완전 미얀마 음식이라기보다는 중화풍 요리를 파는 곳이다. 한창 저녁식사 시간에 갔더니 사람이 꽤 많이 있었다. 간판을 겸해 있는 맥주 광고가 한잔 안하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샨마마

여기는 메뉴를 주문해서 먹는 형태도 있고 진열되어 있는 반찬을 선택해서 가져가 먹을 수도 있는 형식이었다. 물론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게 맥주. 특이하게 만달레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맥주가 있었다. 양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맥주라 궁금해서 한번 시켜보았는데 내 입맛에는 미얀마 맥주가 나았다. 나무막대에 못 하나를 박아놓은 병따개가 신기했는데, 병뚜껑을 따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로 팔기도 하는 상품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좀 기다리니 내가 시킨 요리가 나왔다. 무슨 요리를 시켰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약간 독특한 양념 맛이 났다. 국물도 같이 나왔는데 된장국이랑 아주 약간 비슷한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

 

만달레이에서 첫끼

저녁을 해결하고 바로 숙소에 돌아가기는 싫어서, 동네를 좀 둘러보았다. 미얀마가 특이한 점 중 하나가 불교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성탄절을 기념한다는 것이다. 'Merry Christmas'가 적혀있는 장식물을 매우 흔하게 볼 수 있고 LED 조명으로 전나무를 장식해놓았다. 이슬람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서 할로윈을 기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꽤나 신선했던 광경. 산타클로스 모양 장식도 쉽게 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의 성탄절처럼 춥지 않고 그냥 살짝 선선한 날씨였다는 것. 사계절을 사는 사람으로서 동남아의 겨울은 아직도 뭔가 익숙하지 않다.

 

만달레이의 길거리

근처에 만달레이 기차역이 있어서, 혹시 양곤에 돌아갈 때 기차를 타고 갈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자 올라갔다. 역 건물이 꽤 커서 쇼핑몰이라도 있나 했지만 호텔인 듯했다. 역 플랫폼을 내려다보는데, 마침 기차 한 대가 출발을 앞두고 있어서 기차 내부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맥주를 많이 마셨던지라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는데, 역사 내부의 화장실인데도 꼬박꼬박 돈을 받더라. 이런 점에서 한국은 참 멋진 나라이다.

 

만달레이 기차역

기차 시간표가 있길래 확인해 보았다. 양곤으로 가는 기차 시간대가 딱히 좋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서 그냥 버스를 타기로 했다. 라시오로 가는 기차를 타면 협곡을 가로질러 높게 지어져서 아찔해보이는 곡테익 철교에 방문할 수 있다고 하는데, 새벽 4시에 기차를 탈 자신이 전혀 없어서 그냥 포기했다.

 

만달레이 역 기차 시간표

밤에 호스텔에서 만났던 중국인 1과, 중국인 2,3과 함께 다니기로 했다. 중국인 1과 처음 말을 트게 되었는데, 둘이 같이 여행 온 2와 3을 1이 꼬셔서 하루동안 같이 다니게 되었다. 만달레이는 관광지가 넓게 퍼져있는 편이라 하루 투어를 잡아서 다니는 편이 좋다. 보통 아마라푸라, 잉와, 사가잉 등을 포함한 일일 투어를 숙소에서 제공한다. 우리는 마침 딱 4명이라 택시 한 대를 대절해서 다닐 수 있었다.

 

다음 날 처음 간 곳은 아마라푸라. 아침 10시에 탁발식을 진행한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도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10시가 되니까 어린 승려들이 줄을 지어서 탁발을 했다. 

 

아마라푸라의 탁발식

 

탁발식이 끝나고 승려들은 한 곳에 모여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런 삶이 매일 반복되면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는데, 종교에 몸담는 게 참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본인의 삶의 모습이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 승려들에게는 어떻게 생각될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탁발식 후 식사하는 승려들

마침 우리도 출출해져서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간단하게 국수를 해먹었다. 사실 나는 배가 고프긴 했지만 먹을 엄두가 안 났는데, 중국인들은 길거리에서 음식을 사먹는 것에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개인적으로 살짝 문화 차이를 느꼈던 부분. 사실 내가 애초에 길거리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긴 하지만, 위생 같은 건 전혀 신경 안쓰고 바로 주문하는 모습이 내심 신기했다.

 

정체 불명의 국수

아마라푸라 관광을 짧게 끝내고 간 곳은 사가잉 다리. 사가잉으로 가기 위해서 건너야 하는 다리인데, 이 다리 자체도 왠지 관광명소가 되었다.

 

사가잉 다리와 다리에서 내려다본 이라와디 강의 풍경

아마 처음 간 곳은 '우민 파고다'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다. 정말 파고다가 많기 때문에 그 중에 관광객들에게 인기 많은 곳들만 꼽아서 가는 듯 했다. 흰색 바탕에 금으로 장식한 풍경이 딱 인스타 감성이 느껴지는 곳이다.

 

우민 파고다
우민 파고다

아이들이 기도 드리는 모습이 귀엽다. 미얀마인들에게 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우민 파고다

파고다 구경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생선을 뭉쳐 튀긴 정체불명의 음식이 눈에 띄었다. 튀김 하나를 사먹어봤는데, 딱 튀김 맛이다.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정체불명의 음식
음식을 준비하는 여인
그림 그리는 아저씨

어딘지는 기억 안나지만, 점심도 관광지 내부의 간이 식당에서 정말 현지식으로 먹었다. 미얀마 음식은 다른 동남아 음식에 비해서는 향신료가 덜 들어가서 자극적이지 않다.

 

점심

점심식사 후에는 잉와로 이동했다. 잉와에 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나서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 남짓 가야 한다. 자전거를 같이 태워서 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배삯을 따로 내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잉와 가는 배

잉와에 도착하면 사람들이 마차 이용권을 팔고 있다. 마차를 안 타도 되기는 하는데 잉와가 생각보다 넓은 구역인지라 그냥 돈 조금 내고 타는 게 좋다.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 가격이다.

 

잉와의 다양한 모습들

잉와 구경을 실컷 하고 만달레이 투어의 마지막인 우베인 다리로 향했다. 아니, 일몰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처음에는 그냥 멀찌감치 떨어져서 일몰을 구경하려 했다가, 그냥 한번 올라가 보기로 했다. 다리에는 난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꽤 위험해 보였고, 그 많은 사람들의 하중을 다리가 견딜 수 있는지도 미지수였다. 그래도 지금까지 꿋꿋이 버티는 걸 보면 뭐.

 

우베인 다리의 인파

다리에 올라선 뒤 일몰을 구경했다. 해가 진 후 빠져나와서 우리가 탔던 차를 찾는 것만 해도 30분이 넘게 걸릴 정도로 우베인에 몰려있는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차에서 내릴 때 차의 위치나 어디서 만날지 등을 미리 파악하고 움직이는 게 좋을 듯 하다.

 

다리 위에서 본 일몰

저녁은 간단하게 인도음식으로. 마살라 차이가 맛있었던 식당이었다. 미얀마의 담백한 밀크티와는 다른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의 밀크티였다.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 끼어있는 지리적 특성 탓에 중국음식 말고도 인도음식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특히 밀가루 반죽을 얇게 익힌 빵인 로티가 일품이었다.

 

 

 

로티 굽는 영상

 

저녁을 맛있게 먹고 다음날의 일정을 맞이하러 일찍 잤..을 것이다. 물론 그 자기 전까지 편의점 구경이라든지 이것저것 추억들이 있었다. 중국인 1은 하루 일찍 떠나고 다음날은 중국인 2, 3과 함께 만달레이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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