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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셋째 날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났다. 아침 일찍 밴쿠버로 넘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이다. 시애틀과 밴쿠버는 약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사실 당일치기를 하기에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가보겠냐는 일념으로 교통편을 예약했다. 숙소에서 아침을 허겁지겁 먹고 해도 뜨기 전에 숙소를 나섰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그냥 산책 삼아 걷기로 했다. 아무리 서부지만 새벽에는 꽤 쌀쌀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번에 탈 버스는 플릭스버스인데, 따로 버스터미널이 있는게 아니라 차이나타운 한 구석의 길가에서 버스를 탄다. 출발은 7시 30분에 하는 일정이지만, 7시 15분까지는 도착을 해놓아야 안정적으로 탈 수 있다. 실제로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기사에게 잔소리를 한바가지 듣고 탑승하는 모습이 보였다.
버스를 타고 기사는 사람들에게 캐나다 입국심사서를 나눠주었다. 미리 적어놓고 국경에서 제출하면 되는 형식이다. 딱히 작성이 어렵진 않았다.
버스는 북쪽으로 I-5 고속도로를 따라 가고, 몇몇 도시는 정차하기도 하면서 국경을 향했다.
한참을 달린 버스는 드디어 캐나다 국경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따로 출국심사가 있지는 않고 캐나다 측 입국심사만 통과하면 미국에서 출국 처리가 되는 형식이다. 항공편으로 캐나다에 입국하는 미국인이나 캐나다인이 아닌 사람들은 eTA를 신청해야 하지만, 육로로 입국하는 경우는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입국심사는 간단하지만, 미리 서류를 (여권과 함께 I-20 등 미국에서 합법체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했다) 준비해야 했다.
버스는 그 뒤로도 한 시간 가까이 달려서 밴쿠버에 드디어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터미널은 기차역과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어서 간편했다.
4시간 정도 버스를 타다 보니 배가 고파져, 우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마침 기차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차이나타운이 위치해 있어서 그쪽으로 향했다. 밴쿠버는 북미에서 아시아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차이나타운의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그만큼 맛집도 많이 위치해 있다. 그 중 내가 방문한 곳은 프놈펜 (Phnom Penh)이라는 이름의 캄보디아-중국 음식을 파는 곳이었다. 방문했던 당시 토요일이었는데, 혼자 갔음에도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식당이었다.
내가 주문한 비빔 쌀국수는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독특한 맛이었다. 간이 상당히 싱겁게 되어있어서 양념의 맛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고기와 고명이 잔뜩 올라가 있고 처음 먹어보는 맛이어서 좋았다. 같이 주문한 레모네이드는 사실 라임을 넣어 만들었는데, 뭐 그럭저럭... 이렇게 먹고 팁 포함 25달러쯤 냈나? 그래도 캐나다와 미국의 환율 차이를 생각해보면 꽤 저렴하게 먹은 느낌.
점심을 먹고 또 슬슬 걸어서 다운타운 쪽으로 향했다. 시애틀에 있던 내내 우중충하고 비와 눈이 내리던 것과 비했을 때 밴쿠버에서는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를 즐길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은 다운타운 코앞에 위치해 있는데, 차이나타운을 벗어나면서 보이는 하버 센터 건물이 참 인상적이었다. 전망대 타워가 건물 안에 쏙 박혀있는 느낌이다.
다운타운과 붙어있는 힙한 동네 가스타운. 증기 시계갸 명물이다. 한 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더라.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자니 날씨가 쌀쌀해서 잠시 워터프론트 전철역 내부로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역 내부에는 스타벅스가 하나 있는데, 미국 바깥에서 가장 먼저 생긴 스타벅스라고 한다.
여기서 더 걸어가면 밴쿠버 컨벤션 센터가 나오고, 그 앞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흥미가 생겼으나 살인적인 입장료를 보고 바로 포기. 대신 그 주변을 걸으며 바다를 좀 즐길 수 있었다. 사실 밴쿠버의 지형 특성상 그렇게 바다같은 느낌이 나지는 않지만, 뭐. 바다 비슷한 것도 없는 동네에 살고 있으니 이 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
다운타운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으니 시애틀로 돌아가기까지 얼마 안 남은 상황. 사실 마음같아서는 가고 싶은 곳이 산더미였으나, 시간상의 문제로 포기. 다운타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힙한 동네인 예일타운로 가보기로 했다.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조금 있어서 이번에는 지하철을 탔다.
마침 도착한 예일타운은 연말을 맞아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었다. 플리마켓이 열려서 사람들이 공예품을 팔고 있었고 마차도 하나 운영중이었다.
밴쿠버까지 왔는데 술을 맛보지 않고 그냥 돌아갈 수 없지. 축제 분위기를 뒤로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맥주집을 갔다. 위의 사진에도 보이는 Yaletown Distillery이다. 맥주 가격은 한 잔에 4달러였나 5달러였나? 아무튼 꽤 저렴했다.
이제 슬슬 시애틀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물론 아직 캐나다에서 꼭 해야 할 것 중 하나를 못했다. 바로 캐나다의 명물 푸틴 (poutine)을 맛보는 것. 푸틴은 캐나다 동부 퀘벡 지역의 음식이긴 하지만 밴쿠버에도 유명한 집이 몇 군데 있었다. 그 중에 Fritz European Fry House라는 곳에서 하나를 주문했다. 기차 시간을 맞춰야 해서 바로 먹지는 못하고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고 나서야 먹을 수 있었다.
아무튼 다시 돌아갈 시간. 지하철을 타고 다시 퍼시픽 유니언 역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암트랙 기차를 타고 시애틀로 돌아가는데, 밴쿠버에서 암트랙을 타고 미국으로 들어가는 경우 출발 시각 1시간 전에는 미리 역에 도착을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미국 입국심사를 역에서 미리 하고 열차를 탑승하기 때문. 다행히 사놓았던 푸틴을 들고 미국 입국심사를 받을 수 있었고,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금방 열차에 탈 수 있었다.
기차는 또 4시간 정도를 달려 시애틀에 도착했다. 특이한 점으로는 출국심사 전에 세관신고서를 작성해서 입국심사 직원에게 보여주는데, 이걸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국경에서 열차가 정차하고 국경 직원이 탑승한 뒤 세관 검사를 하기 때문. 나는 이걸 기차 안에서 잃어버려서 당황했었는데, 다행히 직원이 "이상한 물건 안 가지고 있지?" 하고 그냥 통과시켜 주었다. 아무튼 당일치기로 다녀온 밴쿠버는 생각보다 아쉬웠다. 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시간이 너무 적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왔기 때문. 나중에 다시 방문하기로 약속하고 다시 시애틀에서의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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