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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짬을 내어 당일치기로 나들이를 가보았다. 이번 목적지는 일리노이 주 중앙에 있는 작은 도시 스프링필드. 별 볼일 없는 도시인 것 같지만, 나름 일리노이의 주도가 위치한 중요한 곳이다. 아무래도 시카고가 일리노이의 북동쪽에 치우쳐져 있다 보니 주 전체에서 접근이 용이한 지역을 주도로 선정했겠지만, 이 지역은 다운스테이트 일리노이 (Downstate Illinois)에 위치해 있는다. 일리노이주가 시카고의 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옥수수밭이 드넓게 펼쳐진 농촌지대가 대부분이다 보니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다르다. 특히 이 주도인 스프링필드는 시카고보다도 세인트루이스와 더 가까울 정도이니...

차를 길가에 세우고 길을 둘러보았다. 미국 중부의 소도시는 대부분 주말에는 다운타운에 노상주차가 무료이기 때문에, 나도 굳이 주차장에 세우지 않고 길에 차를 세웠다. 다운타운은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은 적막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건물 앞에 굴러다니고 있던 넝마만이 여기에 사람이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영락없는 노숙자의 흔적이다. 아무리 소도시라지만 노숙자는 어디에나 있다.

그래도 나름 규모는 작지만 극장도 있고, 내부에서는 뭔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구글지도를 켜서 어떤 곳인지 살펴봤는데, 생각보다도 작은 규모의 극장이었다.

스프링필드 자체는 그렇게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스프링필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목적지는 이곳일 것이라. 실제로 여기는 미국의 대통령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살면서 정치활동을 했던 곳으로, 링컨의 생가가 있던 곳과 주변 지역이 국립 사적지 (National Historic Site)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여기도 미국의 여타 국립공원을 관할하는 NPS가 관리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국립공원은 빼어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지정되기 때문에 역사성으로만 의미가 있는 여기는 NHS로 달리 관리되고 있는 것이다.

NHS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여기도 비지터 센터에 들르면 NPS의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아직 제대로 된 국립공원은 한번도 못가봤는데, 기념품은 꽤 퀄리티가 괜찮아 보였다. 하나 사볼까 혹했는데, 뭐 나중에 다시 오게 되면 사기로 하고 이번엔 패스.

링컨을 기념하는 NHS인 만큼 기념품도 링컨의 콘서트라도 열린 것마냥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이 Lincoln Home National Historic Site는 총 네 블럭 정도의 넓지 않은 구역에서 관광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고, 이름이 말해주듯 링컨이 살았던 집도 있다. 내부는 무료로 입장을 할 수 있는 대신 비지서 센터에서 미리 입장권을 받아야 한다. 워낙 집이 협소하다 보니 인원수를 통제하기 위해서 이렇게 하고 있는 모양. 앞에 예약자가 있다 보니 바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바로 앞에 위치한 Obed & Isaac's Microbrewery & Eatery 라는 곳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 하고 내가 입장할 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 넘게 지난 후에 NPS 레인저의 인솔 하에 들어갈 수 있었다. 모자를 쓰고 유니폼을 입은 NPS 레인저의 모습이 제법 멋져보였다.

내부는 그 당시 링컨이 살았던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여기는 응접실 (Parlor Room).

링컨의 아이들인 로버트와 에디가 체스를 두고 놀던 방. 방마다 다른 요란한 무늬의 벽지가 눈에 들어왔다.

가이드를 계속 해서 그런지 레인저의 입담이 좋았다. 여기는 2층으로 되어있는 집인데, 남아있는 링컨 시대의 물건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만질 수 있는 물건이 이 난간이라고 하더라. 계단이 경사지기도 해서 열심히 짚으며 올라갔다.

여기는 침실. 마찬가지로 요란한 문양의 벽지가 눈에 바로 띈다.

그 외에 다이닝룸이나 다른 방들 투어를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링컨의 아들인 로버트가 집을 기증해준 덕분에 지금도 우리가 링컨이 실제로 살던 곳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하더라. 여기는 링컨이 살던 집이지만 사실 출생지는 일리노이가 아닌 다른 곳인데, 링컨이 태어난 생가가 또 켄터키 주 엘리자베스타운 근처에 있다고 한다. 여기도 그쪽으로 갈 일이 생기면 한번 들러봐야겠다.

집 주변에도 이렇게 그 당시의 거리를 재현해 놓았다. 앱을 설치하면 AR을 통해서 조금 더 생생하게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딱히 스프링필드가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해서 그런지 거리는 전반적으로 썰렁한 분위기인데, 생각보다 볼게 많지는 않아서 일단 다른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던 중 철도건널목의 차단기가 내려가 있어서 보니, 마침 바로 옆에 암트랙 스프링필드 역이 있었고 열차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참에 한번 기차역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기로 했다.

시카고에서 세인트루이스를 거쳐 캔자스시티로 향하는 링컨 서비스 미주리 리버 러너 (Lincoln Service Missouri River Runner) 열차. 타고내리는 사람들이 좀 있었는데, 현대문명을 거부하여 차를 몰거나 비행기를 타지 않는 아미시인들도 기차는 허용하여 타 지역으로 이동을 위해 열차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름 시카고에서 남부와 서부 지역으로 가는 주된 통행로 상에 위치한지라, 이 역에서는 캔자스시티행 열차 말고도 텍사스의 샌안토니오, 혹은 더 나아가 LA까지 향하는 텍사스 이글 (Texas Eagle) 열차도 이용할 수 있다.

조금 더 차를 몰아서 일리노이 주 의회 의사당 (Capitol) 쪽으로 갔다. 처음으로 들른 곳이 일리노이 주립 박물관 (Illinois State Museum). 여기도 아쉽게 레노베이션 중이라 운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이 지역이 일리노이 주정부의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인데,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일리노이 주 의회 의사당 (Illinois State Capitol). 당연하겠지만(?) 링컨 동상이 떡하니 있었다.

이 건물 바로 앞은 서부 개척시대를 상징하는, 시카고에서 LA를 이어주었던 루트 66 (Route 66) 표지판이 있다. 미국인들에게 이 66번 국도를 따라 로드트립을 하는 것이 또 엄청난 낭만이라고 하던데, 언젠가 한번 나도 해보고 싶다.

캐피톨 바로 앞에 있는 링컨 말고도 도시 곳곳에서 링컨 동상을 세워놓아서 이 도시의 링컨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을 실제 사이즈로 재현한 듯한 동상에서 190cm가 넘는 장신이었다는 링컨의 위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뒤에 보이는 현 캐피톨 건물과 유사하게 생긴 이 붉은 돔의 건물은 스프링필드가 세워질 당시 쓰였던 옛 캐피톨 건물.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여기도 공사중이라서 임시 폐쇄 중이었다. 아쉬웠지만, 다음에 이 개방되면 다시 들를 기회가 있길 바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 주변으로 다운타운 비스무리한 게 형성되어 있긴 한데, 역시 사람 한 명 보기 힘들 정도로 휑했다. 다운타운이 쇠락하고 도로변의 쇼핑몰만 번성하는 게 도시의 이상적인 모습은 아니라 느껴지는데, 워낙 대중교통이 부실하고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보니 어쩔수 없다는 점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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