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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한국으로 들어가기는 조금 아쉬워서 홍콩에 있는 친구를 보고 한국에 돌아갈까 하다가 싱가포르항공에서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스탄불 - 싱가포르 - 홍콩 편도티켓을 파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구매했다. 마침 싱가포르는 내가 잠시 공부를 했던 곳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있는 여정이라 생각되었다. 이스탄불에서 싱가포르까지는 열 시간 남짓 걸리는 나름 장거리 비행. 그래도 전세계 최고의 항공사 중 하나로 꼽히는 싱가포르항공은 어디 가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잠을 잘 자시 못하는지라 열심히 영화나 보면서 멍하니 있었다.
아침 6시 쯤 되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11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남아의 날씨는 무덥고 습했다. 게다가 이스탄불에서 입고 있었던 긴팔옷을 그대로 입고 있어서 더욱 덥게 느껴졌다. 환승 대기 시간은 약 14시간, 그 동안 싱가포르를 최대한 즐기고 가자.
원래는 교환학생 시절 만났던 친구들한테 연락해볼까 했지만 그냥 관두고 혼자 돌아다니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었던 게, 장거리 비행 후 시차적응도 안되던 상태여서 도저히 오래 돌아다닐 힘이 안 났던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그냥 싱가포르의 음식들을 먹으면서 추억을 회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우선 공항에서 배낭과 짐 일부를 맡기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창이공항 지하에 있는 푸드코트에 우선 가서 용타우푸를 먹었다. 원하는 재료를 고르면 조리해준 뒤 밥 또는 국수와 같이 내놓는 음식이다. 국물이 담백해서 아침에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다.
그 다음 추억을 되살려보러 간 곳은 마리나 베이 샌즈. 왠지 모르게 쇼핑몰에 한국인이 정말 많았다. 여기서는 싱가포르의 명물인 카야토스트를 먹으면서 오전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원래 카야토스트는 야쿤이 젤 맛있는데 여기는 토스트박스밖에 없었다. 먹어본 결과, 역시 야쿤이 최고였다. 같이 먹은 커피는 연유를 살짝 넣어서 만든 가장 기본적인 코피(Kopi)이다. 평소에는 단걸 잘 안 먹어서 연유 빼고 설탕만 조금 넣은 코피 오 (Kopi O)나 여기에 설탕까지 뺀 코피 오 코송 (Kopi O kosong)을 더 많이 먹었었는데 피곤하니 당 보충이 절실해지더라. 간만에 먹은 코피오는 예전에 먹었던 그맛이었다.
하버프론트의 비보시티에서 또 아이쇼핑을 하다가 이번에는 바쿠테를 먹으러 갔다. 클락키에 있는 그 유명한 송파 바쿠테. 돼지갈비를 깊게 우려낸 국물이 일품. 게다가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국물을 무료로 리필해주기까지 한다. 조금 더 현지인답게 먹기 위해 중국식 꽈배기인 요우티아오를 함께 주문. 튀긴 밀가루 반죽에 불과하지만 국물을 빨아들인 이 녀석은 정말 최고다.
그 후에 오차드로드를 돌아다니다가 피로함을 이기지 못하고 빠르게 공항으로 복귀. 아침에 들렀던 푸드코트에 다시 가서 이번에는 락사를 주문했다. 코코넛 밀크와 생선으로 국물을 만들어서 쌀국수와 함께 내는 음식인데 이 녀석과 비슷한 맛을 내는 음식을 지구상에서 볼 수 없었다. 내가 싱가포르에서 제일 좋아했던 음식이다 보니 안 먹을 수 없었고, 다행히 싱가포르를 떠나기 전에 맛볼 수 있었다. 사진이 없다 ㅠㅠ
다시 창이공항에 들러 홍콩행 항공편을 탔다. 한 가지 놓쳤던 부분이 있는데, 창이공항은 보안검색을 비행기 탑승 직전에 한다는 점이었다. 이스탄불 면세점에서 샀던 라크는 기내에 들고 탈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아쉽지만 3만원 쯤 하는 라크를 떠나보내고 다시 비행기를 탔다. 자정이 다 되어 홍콩에 도착하였고, 심야버스를 탔더니 새벽 두 시가 다 되어 침사추이에 도착했고, 예약해두었던 호스텔에 묵을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친구를 만나 먼저 몽콕에 있는 우유푸딩을 먹으러 갔다.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에도 나왔던 그 집인데, 가격은 아주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관광객 뿐만 아니라 홍콩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 로컬 느낌 물씬 나는 가게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점심으로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특이한 국물 맛이 나는 국수를 시켰다.
예전에 홍콩 갔을 때 안 가봤지만 나름 유명한 동네인 삼수이포로. 여기는 전자제품이 유명한데 아이폰 등을 저렴하게 득템할 수도 있다는 듯 하다.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패스했다. 한국으로 치면 약간 남대문시장 비슷한 느낌이 났다. 물론 규모는 홍콩 쪽이 훨씬 작았지만.
그다음 현지인 친구가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옹핑 빌리지로. 나는 예전에 가 봤지만 또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전철을 타고 한참 가서 란타우 섬의 뚱충으로 가면 케이블카 타는 곳이 나온다. 바다를 건너서 옹핑빌리지로 올라갔다. 사실 옹핑 빌리지 자체는 볼 게 아주 많지는 않다. 그래도 한번은 가는 것도 괜찮을듯.
저녁은 다시 시내로 와서 정말 현지인들만 오는 식당에 갔다. 메뉴는 전부 한자로 되어있어 읽을 수도 없고, 비주얼부터가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 느낌이라 그냥 나는 친구를 믿고 주문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꽤 맛있었다. 저 소시지는 한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소시지와는 딴판으로 향신료를 때려박은 듯한 맛이었으나, 중앙아시아를 다니며 향신료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괜찮았다.
다음 날은 마카오를 가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홍콩에서 마카오에 갈 때는 페리를 타고 가는데, 마침 내가 갔을 때는 홍콩에서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가 새로 개통했을 때. 궁금해서 한 번 타보기로 했다. 강주아오 대교 입구는 홍콩 공항 근처에 있는데, 마침 짐도 맡길 겸 해서 구룡역 AEL 타는 곳에 가서 미리 짐을 부쳤다. AEL은 순식간에 공항까지 날 데려다 주었다. 공항 터미널 밖으로 나오면 강주아오 대교까지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강주아오 대교 터미널은 규모가 공항만큼이나 컸고, 마침 주말이어서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마카오까지 가는 버스표를 구매한 다음 출경 심사를 했다. 버스표는 65달러인가 했던 것 같은데 페리보다는 확실히 저렴했다. 단,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페리를 타는 것에 비해 시간적인 이득은 없다시피 했다. 그래도 마카오에서 바로 홍콩공항으로 갈 사람들에게는 확실히 이득이긴 한 듯.
마카오에 도착해서 일단 점심으로 포르투갈식 식당으로 들어갔다. 현지인 보증 맛집이긴 했다. 그 후에는 콜로안으로 가서 에그타르트도 먹어주고.
그리고 마카오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여행을 완전히 마무리했다. 마카오도 두 번째 오는 곳이지만, 홍콩과 비슷하면서 다른 매력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리고 약 65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원래 더 길게 머물고 싶었지만 돈과 시간 문제 때문에 결국 여정을 조금 더 타이트하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여행을 너무 사랑해서 1년 단위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는데 그들은 정말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일상생활을 벗어나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거기에는 큰 반대급부가 따르기 때문이다. 학업과 직장, 그리고 한국에서 소중히 여겼던 것들. 이런 것들을 포기하고 타지로 떠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나 또한 여행을 하면서 일찍 귀국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더 오래 여행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하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닥치는 돌발상황, 예상하지 못했던 걸림돌, 이들을 타파하거나 우회하면서 삶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 당시에는 힘들고 지쳤지만 지나고 나면 후에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이 여행 이후로 장기여행을 다닐 수는 없었지만, 항상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낯선 곳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채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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