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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24. - 28. 터키 이스탄불 (1)

 

안탈리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 사비하 괵첸 공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실크로드의 서쪽 끝인 이스탄불 - 과거에는 콘스탄티노플이라고 불렸던 그곳 - 에 도착한 것이다. 물론 전통적인 이스탄불은 유럽쪽에 있고 나는 아직 아시아에 있었으니 완전히 도착한 것은 아니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15리라 정도 하는 하바버스를 타면 금방 유럽 쪽으로 갈 수 있다.

 

사비하 괵첸 공항에서 출발하는 하바버스는 유럽 쪽의 탁심 광장까지 운행하는 것과 아시아 쪽의 카드쾨이까지 가는 것이 있으며, 내가 묵을 숙소가 있는 술탄아흐메트까지 가기 위해서는 어쨌든 갈아타야 했다. 일단 카드쾨이까지 가는 버스가 더 싸기도 했고 아시아에서 유럽에 입성할 때 배를 타고 가보고 싶기도 해서 카드쾨이행 버스를 탔다. 원래 14리라였는데 나중에 보니까 버스기사가 착각하고 20리라를 받은 뒤 11리라를 돌려줬었다.

 

카드쾨이에서 내리면 바로 항구가 보인다. 여기서 반대쪽 유럽지구까지 갈 수 있는 페리를 탈 수 있었다. 다른 교통수단과 마찬가지로 페리도 교통카드를 찍고 탈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티켓 자동판매기가 있어 교통카드를 살 수 있었다.

 

카드쾨이 선착장

페리를 타고 내리면 드디어 유럽 이스탄불 구시가지에 도착이다. 술탄아흐메트에 가기 위해서는 에미뇌뉘 역으로 간 뒤 트램을 한번 더 갈아타야 했다. 어쩔 수 없다. 술탄아흐메트 역에서 내려서 더 걸어가면 스타벅스가 있었는데, 그 바로 옆 건물에 내가 묵을 호스텔이 있었다. 예약을 안 했는데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비수기라 그런지 여행하는 사람들보다는 이스탄불에 돈 벌러 온 중동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늦은 저녁을 먹으러 숙소 밖으로 내려가자마자 그 유명한 술값 사기꾼이 나에게 접근했다. 터키 여행을 계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그 사기. 친한 척 접근해서 같이 술 먹으러 가자고 하면 99% 사기이니까 조심하자. 안그래도 배가 고파서 짜증난 상황이었는데 사기꾼만 들러붙으니 기분만 더럽드라.

 

숙소 옥상에서 본 이스탄불 시내

다음날 처음으로 간 곳은 돌마바흐체 궁전이다. 이스탄불에는 다양한 (그리고 입장료가 비싼) 관광지들이 많이 있는데, 음, 모두 들를 필요가 있을까? 궁전은 한 곳만 들어가도 족하다는 생각으로 톱카프 궁전은 과감하게 빼버리고 돌마바흐체 궁전에 가기로 했다. 60리라 정도 하는 비싼 입장료인 데다가 하렘 구역은 추가금을 내고 들어갈 수 있다나. 그 당시 하렘은 모종의 이유로 입장이 불가능했고, 나는 궁전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트램 종점인 카바타쉬 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궁전에 들어갈 수 있다.

 

돌마바흐체 궁전 입구
돌마바흐체 궁전

궁전은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서, 건물 내에는 문 밖으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몇몇 있었다. 하늘만 맑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 당시 이스탄불은 하늘이 하루 종일 흐림이었다.

 

돌마바흐체 궁전 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돌마바흐체 궁전의 정원
돌마바흐체 궁전
돌마바흐체 궁전의 정원

궁전 구경이 끝난 뒤 탁심 광장에 갔다. 이스탄불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일까. 수많은 사람이 놀러 나왔다. 탁심 광장에서 시작해서 이스티클랄 거리라는 이름의 번화가가 뻗어있었고,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도 많이 보였다. 거기서도 물론 먹은 것은 케밥이었다.

 

이스티클랄 거리

오후가 되니까 흐렸던 하늘이 아주 조금 맑아졌다. 지하철을 타고 금각만 사이의 다리 위에 놓인 할리치 역으로 갔다. 조금 걸으면 그 유명한 갈라타 다리에 갈 수 있다.

 

금각만의 다리

갈라타 다리에는 세월을 낚는 낚시꾼들이 일년 내내 가득하다. 갈라타 다리 위층에는 낚시꾼들이 빼곡히 있고 아래층에는 흔히 고등어 케밥이라고 한국인에게 알려져 있는 발륵 에크멕 (balık ekmek - 물고기 빵이라는 뜻)을 파는 음식점들이 있었다. 나는 나중에 한국인에게 매우 유명한 에민 아저씨 집에 가기 위해서 여기서는 먹지 않았다. 다리 끝의 광장에는 홍합 돌마를 파는 노점과 프레첼 비슷한 빵인 시미트를 파는 노점이 있었다. 홍합 돌마는 안 먹어봤지만 시미트는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다.

 

갈라타 다리. 멀리 언덕 위에 갈라타 탑이 보인다

어차피 이스탄불에서 4박이나 잡아놨기 때문에 천천히 구경하자는 생각으로 일찍 숙소에 들어가 쉬고 다음 날을 맞았다. 하루쯤은 유럽 지구를 벗어나서 아시아 지구에 가보기로 마음먹고 시내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슬슬 걸어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는 마르마라이를 타기 위해서 시르케지 역에 갔다. 잠깐 오리엔트 특급살인 영화가 떠올라서 시르케지 기차역에 들렀다. 과거에 실제로 운행했던 오리엔트 특급이 이곳에서 출발했기 때문. (물론 마르마라이 타는 곳은 별개이다)

 

시르케지 기차역

마르마라이를 타고 해협 반대편 위스퀴다르 역에 도착해서 올라왔다. 여기는 또 유럽 부분과는 묘하게 다른 매력이 있었다. 역에서 내려서 바다 건너 유럽 쪽을 볼 수 있었다.

 

위스퀴다르에서 바라본 유럽지구
정체 모를 동상

원래 목표는 여기서 점심을 먹은 뒤 아시아 지구를 활보하다가 참르자 언덕에 올라가는 것이였지만,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선 가까운 맥도날드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시키고 비를 피했다. 비가 완전히 그치지는 않아서, 언덕을 올라가는 건 포기하고 그냥 위스퀴다르 주변을 둘러보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위스퀴다르 주변에는 작은 시장이 하나 있어서 둘러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위스퀴다르 길거리
터키에서 많이 먹는 물고기인 함시(hamsi)를 파는 곳

비를 피해 실내에서 돌아다닐 곳을 찾다가 발견한 곳인 Tepe Nautilus라는 이름의 쇼핑몰. 까르푸도 있고 그 외에도 다양한 가게가 입점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마르마라이 전철역과도 붙어있어서 돌아가기도 편리한 위치에 있었다. 돈만 많았다면 쇼핑을 좀 했을텐데, 그 당시 여행 막바지라 돈이 정말 없었다.

 

쇼핑몰 입구

다시 에미뇌뉘 쪽으로 돌아가서, 잠시 카페에 들어갔다. 라떼와 함께 모자이크라는 이름의 케익을 주문했는데, 이 모자이크라는 이름은 케익 사이에 박혀있는 견과류 (아마 피스타치오) 덕에 붙은 이름인 듯. 진한 초콜릿을 먹었더니 빗속에서 고생하면서 걸어다녔던 게 조금은 풀렸다. 바로 옆에는 이집션 바자르라는 전통시장이 있어서, 둘러보면서 하루를 마칠 수 있었다.

 

에미뇌뉘 광장 이집션 바자르 앞의 갈매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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