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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3. - 6. 이란 시라즈와 페르세폴리스 (2)

 

시라즈에서의 둘째날은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페르세폴리스에 가기로 결정했다.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어렵고, 호스텔에서 택시투어를 짜주었다. 그날 페르세폴리스 투어를 가는 사람은 나랑 필리핀 남자 한명, 총 두명이었다. 페르세폴리스를 포함하여 그 주변에 있는 관광지까지 돌아보는 당일치기 투어였다.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다녀올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 도착한 것은 아케메네스 왕조의 첫 수도인 파사르가다에 (Pasargadae)였다. 기원전에 존재했던 도시이니만큼 지금은 거의 폐허가 되었고 몇몇 흔적만이 남아있지만, 그 웅장함은 아직 어느 정도 남아있었다. 파사르가다에 입구에 도착하면 처음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키루스 왕의 무덤이다. 허허벌판에 무덤 딸랑 하나만 있었지만, 무덤의 규모가 꽤 커서 멋진 곳이었다.

 

키루스 왕의 무덤

파사르가대 내부를 순환하는 버스가 있었다. 걸어갈까 하다가 거리가 꽤 멀어보여 그냥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꽤 한참 가야 다음 장소가 나오는데, 걸어가지 않길 잘한 것 같다. 탑승 비용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고. 열심히 어디가 어떤 곳인지 설명을 들었었는데, 무슨 건물이었는지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비록 유적지가 많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 규모 자체로 보았을때 규모가 컸던 도시였음은 분명하다.

 

파사르가다에
파사르가다에
파사르가다에

짧게 구경을 끝낸 후 차를 타고 이동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민둥산에 덤불만 듬성듬성 나있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차에서 볼 수 있는 풍경

이번에 도착한 곳은 네크로폴리스라고도 불리는 낙쉐 로스탐 (Naqsh-e Rostam)이다. 다리우스 1세를 비롯한 몇몇 왕족이 묻혀있는 곳이라고 한다. 절벽을 깎아 묘로 만들었더니 그 규모와 웅장함이 어마어마했다.

 

낙쉐 로스탐
낙쉐 로스탐
낙쉐 로스탐

드디어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페르세폴리스에 간다. 마찬가지로 낙쉐 로스탐에서 차를 타고 조금 더 가야 나온다. 주차장부터 굉장히 넓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도착하고 매표소로 가서 입장료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매표소 측에서 가이드 투어를 권해주었다. 마침 사람이 두 명이어서 가이드 비용도 줄어들고, 유적만 떡하니 놓여있는 곳에서 가이드가 있으면 더 나을 것 같아서 가이드 투어를 신청했다.

 

처음으로 간 곳은 '만국의 문'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페르세폴리스의 입구라고도 할 수 있는 곳. 앞에서 AR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장비를 착용하면 페르시아 제국이 융성했던 시기의 그 모습이 재현되어 등장한다. 지금은 폐허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그 당시의 모습은 훨씬 웅장하고 화려했다.

 

만국의 문
만국의 문

이란의 전설 속의 동물 호마의 조각상이 보인다. 이 녀석은 이란에서 상서로운 동물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동물을 모티브로 한 회사 로고 (이란항공 등)가 많이 보였다.

 

호마

페르세폴리스의 주궁 아파다나로 들어가는 계단 아래에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해 주었는데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난다.

아파다나
아파다나

열심히 페르세폴리스를 구경하다가 멀리서 사진을 찍어봄으로써 페르세폴리스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때 점심도 못 먹고 배고팠었는데, 필리핀 남자가 나한테 호스텔에서 가져온 사과 하나를 주었다. 사실 같이 다니는 내내 거의 아무 말도 안 했었는데, 처음부터 마음을 닫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페르세폴리스
페르세폴리스

하루 투어를 마친 다음날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창문으로 빛이 들어와서 그렇게 예쁘다는 나시르 올 몰크 모스크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핑크 모스크라고 흔히 부르는 이 모스크는 창문이 동쪽으로 나 있어서 아침에 가장 아름답다. 늦게 일어난 나는 밥도 안 먹고 급하게 모스크로 향했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렸나, 모스크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는데, 몇몇은 작정하고 왔는지 삼각대까지 들고 오더라.

 

나시르 올 몰크 모스크

다양한 색의 유리로 햇빛이 들어오고 모스크 건물 내부를 비추는 모습이 참 황홀했다.

 

나시르 올 몰크 모스크

건물 외벽은 대놓고 핑크빛이지는 않지만, 여타 페르시아 모스크에 비해서 파란빛이 적고 핑크빛이 조금 더 메인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어쨌든 시라즈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만큼 꼭 아침 일찍 와서 둘러봐야 할 것이다.

 

'핑크' 모스크라고 불리는 이유

다시 숙소에 들어와서 아침도 먹고 부족한 잠을 청하다가, 이번에 간 곳은 허페즈의 묘. 허페즈 (حافظ)는 메블라나 루미, 오마르 하이염 등과 함께 이란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하나이다. 이란 여행을 준비하면서 페르시아 시가 그렇게 아름답다는 말을 들었는데 (물론 페르시아어를 잘 모르는 나는 아직 그 진가를 맛보지 못했다) 이란인의 시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허페즈가 묻힌 곳을 보러 여기까지 오고, 옆에는 시집을 파는 기념품점도 있었다. 

 

허페즈 묘
허페즈 묘

허페즈 묘를 둘러보고 간 곳은 쿠란 게이트라고 불리는 곳. 테헤란이나 이스파한에서 시라즈로 올 때 지나가는 유서 깊은 곳이라는데, 내가 갔을 때는 공사중이어서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몇몇 사람들이 도로 양옆으로 있는 언덕에 올라가곤 했는데, 나는 너무 피곤해서 그것까지는 못하고 그냥 저 대문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쿠란 게이트

저녁을 먹고 해가 진 후에 에람 정원으로 가 보았다. 원래 안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서 갔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폐장 직전이어서, 잠깐 둘러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도 페르시아 정원의 그 길쭉한 연못이 눈에 띄었고, 생각보다 정원이 잘 가꿔져 있어서 낮에 올걸 살짝 후회가 되었다.

 

에람 정원
에람 정원

짧게 둘러본 후 밖으로 나오니 한 택시가 나에게 호객을 했다. 그냥 무시하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다. 시라즈에도 지하철이 있다. 노선이 한 개뿐이어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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