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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1. 6. - 8. 이란 야즈드
시라즈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 야즈드에 도착했다. 시라즈가 나름 지하철도 다니고 도시 느낌이 강하게 났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야즈드는 상당히 전통적인 느낌이 많이 났다. 실제로 야즈드는 약 2천년 전부터 존재했던 도시이고, 이슬람도 없었던 그 시대의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첫날 꽤 늦은 시간에 도착한 바람에 얼른 택시를 타고 호스텔에 들어갔다. 방이 지상에도 있고 지하에 있는 구조였는데, 내가 묵었던 지하방에서는 와이파이도 안 터지고 데이터도 안 잡혀서 불편했었다. 뭐, 여기는 한국이 아니니까. 야즈드는 자메 모스크를 중심으로 숙소가 그 주변에 퍼져있는데, 사실 사람들은 야즈드 시내를 보기보다는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러 투어를 잡는 편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투어를 잡기로 하였다. 일단 배가 고파서 숙소 근처의 고급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데, 한국인 한 분이 나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그분은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란 여자와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나랑 같은 호스텔에 묵는다고 했는데, 정작 호스텔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내가 묵은 방에 일본인 여자 한 분이 왔다. 그 분도 얼른 야즈드 주변의 관광지를 가고 싶어해서, 우리 둘은 같이 택시투어를 하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택시투어에는 카라낙, 착착, 침묵의 탑, 그리고 조로아스터교 사원이 포함되어 있다. 택시비를 흥정해서 인당 11달러 정도의 저렴한 비용으로 투어를 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흥정할 생각이 없었는데 동행하신 분은 여행을 많이 다닌 내공으로 기어이 깎기에 성공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카라낙. 거기에는 흙으로 지은 성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사람이 살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더이상 사람이 살지는 않는다. 성 내부는 정말 미로처럼 돼있고, 곳곳에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옥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옥상에 올라오니 탁 트인 하늘과 전경이 보기 좋았다. 정말 도시 전체가 흙빛이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도시라서 산들도 민둥산이었다.
저 위의 구조물은 굴뚝인지 뭔지 잘 모르겠다.
성 구경을 실컷 한 후, 운전기사는 우리를 성 바로 옆에 있는 카라반사라이로 안내했다. 여기는 말 그대로 과거 실크로드 무역이 행해지던 때 카라반들을 위해 지어진 곳이다. 천장 한가운데 빛이 들어오도록 채광창이 설치되어 있었고, 벽 곳곳에 말을 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었던 게 특징이다.
여기는 아마 카라반사라이 바로 옆에 있는 건물이었던듯.
구경을 다 끝내고 나가는 길에 어떤 할머니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우리에게 차 한 잔을 주고 거기에 곁들여 먹을 각설탕까지 건네주었다. 이란인들의 차와 손님 사랑은 못말린다. 잠시 차 한잔을 하면서 숨을 돌리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카라낙을 떠나서 잠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냥 아무데나 가자고 했더니 길가에 있는 현지인 식당에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닭고기 요리를 시켜서 간단하게 먹고, 후식으로 차도 먹었다. 이러한 현지인 대상의 식당은 사실 외국인이 가기는 쉽지 않은 곳인데, 택시투어를 하다보면 이런 곳에 가게 되는 일이 많다.
간단한 식사 후 간 곳은 착착이라는 사원이다. 산 중턱에 사원이 위치해 있었는데, 차에서 내린 뒤 계단을 타고 조금 올라가서 들어갈 수 있었다. 조로아스터교 사원인데 이란 사람들도 참배하러 많이 와있었다.
사원 내부는 동굴이었는데, 동굴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착착'이라는 이름은 물방울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이 사원 주변으로는 물이 조금씩 흘러서 나무가 자라고 있었는데, 산 아래로 내다보이는 풍경은 완전히 황무지였다.
다시 야즈드 쪽으로 돌아와서, 야즈드 시내 외곽에 있는 침묵의 탑으로 갔다. 여기도 조로아스터교와 관련이 깊은 곳이다. '침묵의 탑'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여기는 과거에 조장(鳥葬)을 하던 곳이다. 언덕 위에 시체를 놓으면 새들이 그것을 먹게 하는 장례의 방식이다. 아무래도 시설이 야즈드 시내에서 몇 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이다 보니, 탑 아래쪽에는 방문객들을 위해 설치된 시설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침묵의 탑에는 두 개의 언덕이 있는데, 그 중 큰 언덕에 올라가보았다. 올라갈 때에는 빨리 가기 위해서 길이 아닌 곳으로 올라갔고, 내려갈 때에는 안전하게 길을 따라서 내려왔다. 언덕 위에서는 야즈드 시내와 그를 둘러싸는 사막, 그리고 작은 언덕을 볼 수 있었다. 큰 언덕 위에서 큰 언덕 자체의 모습을 볼 수는 없다는 게 약간 아쉬..웠나?
한 시간 정도 침묵의 탑에서 머무른 다음 기사는 조로아스터교 사원으로 우리를 데려다줬다. 사실 나는 이미 바쿠에서 한번 조로아스터교 사원 (아타쉬가)를 보고 왔던 터라 크게 흥미는 없었다. 건물 위에 새 모양의 동물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파라바하르 (Faravahar)라고 불리는 조로아스터교 전설 속에 등장하는 동물이다. 사실상 이 종교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동물. 이란과 아제르바이잔 지역에 이슬람이 전파되기 전까지만 해도 국교나 다름없었던 종교인데, 이슬람 세력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확장하면서 이 지역은 완전히 이슬람화가 되었다.
뭐 어쨌든, 바쿠의 아타쉬가에 비해서 여기는 볼 게 정말 없었다. 건물 옆에 작은 전시관이 있어서 거기에 조로아스터교의 풍습을 담은 사진들을 보고 나왔다.
여기가 끝인줄 알았건만, 기사는 시간이 좀 남는다며 돌라타바드 정원 (Dowlatabad Garden) 이라는 곳에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말 그대로 페르시아식 정원인데, 건물 구조가 상당히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다. 이 건물의 윗부분에는 뾰족한 못 같은 것이 많이 박힌 모양의 탑이 세워져 있는데, 침묵의 탑에서 보았던 구조물을 떠올리게 했다.
해가 다 질 때가 되어서야 투어가 끝났다. 내가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동안 다녔던 일일투어 중 가장 알찼던 투어이다. 야즈드는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매력적인 곳이었다! 저녁에는 호스텔 옆에 있는 자메 모스크라는 곳을 보았다. 자메는 페르시아어로 금요일이라는 뜻인데, 이 모스크는 야즈드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숙소로 들어와서 좀 쉬고 있는데, 호스텔에 있던 호주 남자 한 명 (아버지뻘 되는 나이)과 국적을 까먹은 서양남자 한명이 나랑 일본인 여자에게 같이 나가서 카페에 가자고 했다. 숙소 옆에 있는 다른 호스텔이 운영하는 카페인데, 옥상으로 올라가니 전망이 꽤 아름다웠다. 마음 같아서는 맥주 한 잔을 주문해서 먹고 싶었지만, 여기는 이란이다. 술을 팔 턱이 없다. 셀러리가 들어간 건강한 맛의 레모네이드 한 잔을 시켜서 먹으면서 호주 남자가 주문해준 감자튀김을 조금 뺏어먹으면서 야즈드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그 호주 남자는 나와 같이 다음날 이스파한으로 가기로 했다. 일본인 여자는 그 즈음 테헤란에서 열린 일본의 가시마 앤틀러스와 이란의 페르세폴리스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관람하는 스케줄을 맞춘다고 해서 일정을 맞추지는 않았다. 둘은 같이 택시를 타고 야즈드 버스터미널에 간 다음 이스파한 가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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