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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9 - 21,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전날 약속했듯이 W와 타슈켄트 중앙역에서 만나서 사마르칸트로 가는 아프로시욥 고속열차에 탔다. 가난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고속열차가 운행한다는 점이 인상깊었으나, 사실 한국의 KTX마냥 속도가 아주 빠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타슈켄트에서 사마르칸트까지 일반열차를 탔다면 4시간 정도 걸릴 거리를 2시간 남짓에 갈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길, 바깥에 보이는 것은 대부분 사막 아니면 목화밭이었다. 목화밭에서는 목화를 추수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사마르칸트 역은 시내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 시내까지 버스나 택시를 타야 한다. 역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이 나온다. 모든 버스가 시내를 가는 모양은 아닌가보다. 대충 물어보면 시내가 어딘지 알 수 있다. 우리는 Amir Hostel이라는 곳에 묵었는데, 시설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숙소에 짐을 놓고 시내 곳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하도 여기저기 다닌 탓에 어디가 어딘지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는 게 흠.
간단하게 영묘를 둘러본 다음, 바로 옆에 있는 구르 아미르 광장으로 향했다. 아미르 티무르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벽돌을 높게 쌓고 내부에 아치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놓은 구조물은 우즈베키스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페르시아의 영향을 크게 받은 탓일 것이다. 이란에서도 이런 비슷한 구조를 아주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칙칙한 황색의 벽돌과 전반적으로 푸른빛의 타일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사실 자세히 보면 전부 조금씩 다른데, 이 차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지라...
좀더 걸어서 나온 곳은 사마르칸트의 랜드마크인 레기스탄 광장. 광장을 감싸듯이 세 개의 마드라사 (모스크와 학교가 결합한 일종의 교육기관)가 웅장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런데서 공부했으면 공부할 맛이 났을라나 모르겠네.
세 마드라사 중 오른쪽에 있는 녀석은 셰르도르 마드라사라고 불리는 녀석인데, 이 건물 위의 호랑이 모양 문양이 굉장히 인상깊다. 아닐 게 아니라, 무려 200솜짜리 지폐에 박제되어 있는 유명한 녀석이더라.
사실 레기스탄의 건물들은 지금은 특별한 용도로 쓰이지는 않고, 기념품을 파는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건물들마다 안에 들어가면 여러가지 잡동사니들을 팔고 있다. 특히 카펫 같은 녀석을 많이 팔고 있더라. 내부의 여러 방 중에는 박물관마냥 물건을 전시해놓은 곳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저녁은 좀 고급진 곳에서 먹기로 하고, Samarkand라는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이 레스토랑은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내부가 화려해서, 처음에 돈을 얼마나 쓰게 될지 좀 긴장이 됐었다. 게다가 메뉴판에 가격도 안 적혀있어서... 그냥 간단하게 메뉴 두 개를 골랐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옆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일렬로 앉더니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보드카와 맥주도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는데, 남자들만 술을 먹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확실히 기존의 투박한 우즈베키스탄 음식이 아닌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들이 나왔다. 가격도 생각보다 저렴해서, 좀 더 시켰어도 됐을 뻔했다. 특히 오른쪽 녀석은 저 페이스트리 안에 고기가 들어있었는데, 정말로 일품이었다. 사실 두 명이서 각각 메뉴 하나씩 먹기에는 양이 적었다.
이 식당 옆에는 와이너리 하나가 있었는데, 어떤 곳인지 참 궁금했지만 W는 그렇게 술에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해서 그냥 넘어갔다. 뭐, 여행에 술이 전부는 아니니까. 그치만 우즈베키스탄의 와인이라니, 좀 궁금하기는 했다.
첫째날은 비교적 가까이 있는 지역들을 탐방했다면, 그 다음날은 좀더 멀리 있는 곳들로 갔다. 가장 처음 간 곳은 비비하눔 모스크. 숙소에서 레기스탄 광장 뒤쪽으로 해서 걸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음, 솔직히 하자면 이쯤되면 모스크가 질리기 시작할 것이다. 분명히 신비로운 푸른빛은 참으로 아름다운데, 모든 건물들이 비슷한 색을 띠고 있으니 뭐가 뭔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우즈베키스탄 음식이 상당히 단조로운 만큼이나 건축물도 다양성이 부족했다고 할까? 물론 나는 건축에 있어 문외한이기 때문에 내가 보지 못한 뭔가가 있을수도.
비비하눔 모스크 옆에 있는 시압 바자르에서 잠깐 쇼핑도 하고 쉬엄쉬엄 돌아가녔다. 나와는 달리 W는 기념품에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돈도 별로 없고 배낭에 기념품을 넣을 공간도 없고 해서 최대한 안 사는 쪽으로 했는데, 기념품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특히 알록달록한 문양의 실크 제품들...
다음 목적지는 울루그벡 천문대. 꽤 먼 거리였지만 젊은 우리는 걷기로 했다. 우리가 돈이 없지 체력이 없나! 가는 길에 무슨 모스크 비슷한 건물이 하나 나와서 잠시 들어가보기로 했다. 하즈라트 키즈르 모스크라고 불리는데, 사실 모스크에는 별 관심 없었고 저 위층에 그늘로 도시를 전망할 수 있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길을 쭉쭉 걷고 또 걸었다. 중간에 아프라시압 박물관을 지나갔다. 고구려 사신 벽화가 있는 걸로 유명한 박물관이지만, 입장료도 받고 또 그다지 흥미가 없었던 터라 그냥 박물관 입구만 서성이다 쭉 직진. 땡볕에서 오래 걷기 싫으면 버스 타고 가는게 답.
울루그벡 천문대에 도착했다. 경주의 첨성대는 탑이 있어서 거기서 천체를 관측하게 설계된 반면, 울루그벡 천문대는 굴이 나있어서 그 굴로 들어간 다음 굴 안쪽에서 반대쪽에 나있는 구멍을 통해 보는 형태인 듯하다. 생각보다 볼만했다.
천문대를 둘러본 뒤 다시 걸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사실 버스비가 별로 비싸지 않아서 버스를 타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 같지만, 우리는 그냥 돌아가면서 주변 경관들을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공동묘지를 지나 (구글지도에 의하면 유대인들이 묻힌 듯 하다) 사마르칸트에서의 마지막 목적지인 샤히진다에 갔다.
샤히진다는 입장료를 받는 곳이지만, 우리는 의도치 않게 무료로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사마르칸트를 여행하면서 내 머릿속은 푸른빛의 모스크로 이미 포화된 상태였지만, 샤히진다는 뭔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모스크가 옹기종기 모여있으니 색다른 경관을 선사했다. 샤히진다도 영묘들이 모인 곳이라는데 도대체 뭔 영묘가 이리 많은지.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어가서 쉬던 중, 사마르칸트의 야경은 어떤지 궁금해서 밖에 나와보았다. W는 피곤했는지 좀 쉬겠다고 했고, 나 혼자 나와서 레기스탄 광장으로 가보았다. 길이 나있는 곳으로 가면 뭔가 돌아가는 느낌이 나서 길이 아닌 곳으로 가보려고 했는데, 결국 이상한 데로 가버리게 되어 시간을 낭비했다. 레기스탄 광장에 도착하니 광장 내부에 뭔가 공연이라도 한다는 듯이 의자가 놓여 있었다. 광장 내부로 들어가려 했더니, 저 의자는 아무나 앉는 게 아닌지 경비에게 제지당했다. 광장 밖에는 공연을 보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보니 이 공연은 레이저쇼였고, 레기스탄의 마드라사 자체를 스크린으로 해서 조명을 쏴주는 형식이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공연이어서 그런지 그 감동은 배가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레이저쇼인 줄 알았는데 후반부에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무용이라든지 우즈베키스탄의 발전상 따위를 보여줬다. 여튼, 레이저쇼를 보면서 사마르칸트의 마지막 밤을 달랠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다시 버스를 타고 사마르칸트 역으로 이동, 이번에는 부하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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