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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이 타이베이에 방문하면 꼭 해야 하는 근교 투어. 조금 더 자유로운 여행을 추구하는 나이지만,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이번은 다르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코스를 어떻게 결정할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대도시인 타이베이를 둘러보는 동시에 대만의 아름다움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예스진지를 다녀보기로 결정했다. 예스진지는 가이드 투어도 가능하고 개별로도 갈 수 있는데, 이는 본인의 여행 스타일에 맞추면 된다.
특히 사람에 따라 바위에 불과한(?) 예류를 빼고 싶으면 투어 대신 직접 대중교통으로 스펀과 지우펀만 가볼 수도 있고, 이렇게 가면 지우펀에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할 수도 있다. 지우펀과 진과스에서 더 넘어가서 황금폭포 등 다른 것들을 보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도 있고.
타이베이에서 지우펀, 스펀으로 각각 향하는 버스도 있고 구글지도로 검색하면 경로가 다 나와서 편하긴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 혹은 친구들과 여행하는 게 아니니 편하게 투어를 선택했다. 한국어로 진행하는 투어는 클룩, 마이리얼트립, KKday 등에서 신청할 수 있고, 보통 예류, 스펀, 지우펀이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취향에 따라 스펀폭포나 진과스가 추가로 들어가는 형식이다. 인당 만원 정도의 저렴한 투어도 있고 3-4만원이 넘어가는 녀석도 있는데, 우리는 인당 만원 초반대의 투어를 신청했다.
보통 투어를 신청하면, 시먼역이나 타이베이역에서 집결해서 함께 출발한다. 우리는 마침 숙소가 시먼역 바로 앞이었기 때문에 많이 걷지 않고 바로 투어 집결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다른 지역에 숙소를 잡았다면 지하철을 타고 집결지로 이동을 해야 한다.
한국어에 능통한 대만인 가이드가 친절히 지역 이곳저곳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버스를 타고 있는 중에도 타이베이 곳곳을 지나가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타이베이역 주변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백화점과 각종 학원들이 함께 위치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입시학원들도 많았고, 개중에는 토플이나 GRE를 다루는 곳도 있었다. 한국어 학원도 보이는 게 포인트. 아무튼 위치 좋은 곳에 학원이 있으니 대치동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시먼역에서 한번, 타이베이역에서 한번 사람을 태운 버스는 동쪽으로 질주하여 첫 목적지인 예류 지질공원을 향했다. 타이베이 시내에 있을 때는 그렇게 티가 나지 않았었는데 조금만 외곽으로 나오니 험한 산세가 드러났다. 대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이기는 한데, 지형이 형성된 지 오래되어 산이 비교적 완만한 한국과는 반대로 대만은 타이베이에서 가까운 곳에서도 높은 산들을 볼 수 있었다.
예류 지질공원 (野柳地質公園)에 도착했다. 투어비 자체는 저렴하지만 관광지 입장료는 따로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도착할 때마다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이 직접 표를 구매할 수 없이 가이드가 인원수에 맞춰서 수금을 한 후 (인당 NT$120, 한화로 약 5천원) 티켓을 일괄 구매하는 형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우선 입구에서 어떤 모양의 바위들을 볼 수 있는지 알아본 다음에 입장하였다.
버섯 모양 바위들은 예류 지질공원의 상징과도 같다. 신기하게도 버섯바위가 듬성듬성 형성되어있는 형태가 아니라 사진에서 볼 수 있다시피 빼곡히 밀집되어 있다. 우리가 방문한 1월은 대만 여행 성수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역시 한국인들도 많았고. 예전에는 관광지에서 흔한 관광객 중 한 명이 되는 것이 싫어서, 유명한 관광지들을 피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 위주로 여행을 다니는 소위 홍대병에 걸렸었던 적이 있다. 요즘은 '남들 가는 유명한 곳들도 못 가고 았는데 관광지도 얼마 없는 곳으로 갈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더 들지만.
다른 각도에서 공원 쪽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파도가 거세게 치는 와중에 뒤로 지층이 드러난 절벽이 대비가 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사람이 많은 곳을 벗어나서 바라본 찬바람이 부는 바위절벽의 겨울에서는 좀 적막한 느낌까지 들었다.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는 특이한 모양의 바위들도 볼 수 있었다. 파도에 바위가 조금씩 깎여나가서 특이한 모양이 생성됐는데, 이런 형태의 바위를 타포니 (Tafoni) 라고 한다나. (링크 클릭 시 환공포증 주의)
바위의 실루엣이 여왕의 머리를 닮아서 여왕 바위라고 이름지어진 이 녀석은 예류 지질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스팟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가이드 투어로 온 우리는 사진은 스킵하고 차라리 지질공원을 더 멀리까지 둘러보기로 했다. 애초에 가이드도 여기서 사진 찍는 걸 권하지 않았고. 이 바위는 지금도 침식이 진행중이라, 미래에는 결국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하니까, 이 바위를 직접 보고 싶은 사람들은 하루빨리 대만을 가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공원이 넓어서 가이드 투어 시에는 전부 돌아가기에 시간이 부족하고, 우리는 공원 중간의 기념품점에서 커피를 사마시면서 조금 쉬었다가 돌아왔다. 금방 시간이 되었고, 버스는 스펀으로 향했다.
다시 한번 터널이 즐비한 고속도로를 타고 스펀으로 향했다. 중간에 가이드가 천등은 어떻게 할지, 그리고 닭날개 볶음밥은 어떻게 할지 미리 주문을 받았다. 참으로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근교 네 군데를 둘러보는 여행이니 최대한 시간을 아끼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아무튼, 대부분이 하는 4색의 천등은 NT$250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천등에 날릴 글씨를 쓰는 곳도 참 공장식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짬이 꽤 되는지, 사람들에게 자리를 후다닥 배정해주고 천등을 깔아주었다. 준비가 완료되면 바로 불 피워주는 담당 아저씨에게 천등을 넘겨주고 다음 사람을 받는 형태였다. 친구, 연인, 그리고 가족들끼리 방문한 사람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서로의 복을 빌어주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도 물론 그렇게 했고. 천등의 색마다 상징하는 것이 다른데, 그 중 학업에 해당하는 부분에 올해는 논문이 나오게 해달라고 글을 적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으로서는 가망이 없어 보인다.
루이팡역에서 지룽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스펀을 지나 징퉁역까지 운행하는 핑시선에는 지금도 시간이 맞으면 열차가 운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기찻길에서 천등을 날리는 것이 스펀의 매력. 특히 마을 한가운데로 기찻길이 지나는 것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이 낯섦이 대만 여행에 매력을 배가시킨다. 한국에도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로컬 노선이 남아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천등을 다 날린 다음에는 미리 주문해 놓았던 닭날개볶음밥을 먹었다. 사실 볶음밥이라기에는 닭날개 안에 밥을 넣어서 구운 형태에 가깝다. 양이 많지는 않아서 배부르지는 않고 그냥 요기만 하는 수준이었지만, 투어 중 따로 점심식사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하나 사먹어보는 걸 추천. 예류에서 실컷 걸은 다음에 와서 그런지 별거 아닌 스트릿푸드에 불과한 녀석이 천상의 맛으로 느껴졌다.
스펀역 옆으로 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다. 차는 못 다니고 도보로만 다닐 수 있는 징안 현수교 (靜安吊橋). 다리 높이가 꽤 높고 흔들다리이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힘들 수 있지만, 강과 마을, 그리고 배경으로 펼쳐져 있는 산맥을 한눈에 보기에는 최고이다.
기찻길 주변으로 간식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별 특별할 것 없는 땅콩 아이스크림이지만, 스펀까지 와서 먹으니까 괜히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 좋았다.
스펀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다음 목적지인 진과스로 향했다. 폭포까지 포함된 투어를 선택하면 스펀 관광 후 폭포로 갔는데, 우리는 폭포는 포기하고 조금 더 여유로운 일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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