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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대만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백, 혹은 수만가지가 있겠으나, 그 중 하나는 대만이 위스키로 유명한 국가라는 것. 과거부터 특히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인 만큼, 고급 위스키를 저렴하게 득템할 수 있는 것으로 한국의 주당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행지이다. 대만 자체적으로도 위스키를 생산하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카발란 (Kavalan)의 증류소를 찾아가보았다. 2018년 실크로드 여행 당시 마지막 인천공항 입국면세점에서 샀던 술이 카발란 위스키였는데, 대만에서 이런 좋은 위스키를 생산한다는 사실에 놀랐었는데, 결국 증류소를 직접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타이베이에서 거리가 있는 이란 (宜蘭)이라는 소도시에 위치해 있기에, 당일치기 방문을 위해서는 반나절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타이베이에서 우선 이란 버스터미널 혹은 이란역으로 이동 후, 거기서 다시 카발란 증류소로 향하면 된다. 타이베이에서 이란까지는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면 되는데, 산맥을 뚫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버스가 빠른 편이다. 그러나 나는 대만의 기차를 이용해보고 싶었기에, 이란으로 갈 때는 열차편을 이용해보기로 했다.

 

이란 가는 방법, 버스 vs 기차

 

타이베이 공항철도 역 짐 보관소

 

대만을 떠나는 날이었기에 짐으로 가득 찬 캐리어 두 개를 양손으로 끌고 호텔을 나섰다. 평소였으면 지하철을 이용했을 텐데, 캐리어 두개를 혼자 끌고 이동하기에는 곤란했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공항철도 역으로 갔다. 금액이 충전된 이지카드가 있어서 요금 지불도 편리하더라. 

 

타이베이 공항철도 역에는 수하물을 바로 부칠 수 있는 인타운 체크인 시설이 있어, 대만의 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 여기서 바로 짐을 보내고 빈손으로 공항으로 갈 수 있다. 나도 미리 짐을 부치려고 했는데, 온라인으로 체크인을 마쳤을 때에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하는 신분 상 공항에서 대면 체크인이 필요했는데, 이게 안되니 인타운 체크인이 불가능했다는 문제점. 울며 겨자먹기로 락커 두 개에 각각 캐리어를 넣고 이란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러 갔다.


타이베이 기차역

 

역 중앙에 거대한 광장이 인상적인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들어왔다. 자동발매기가 곳곳에 있어서 사람을 거치지 않고 기차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이란까지는 2시간 반 걸리는 저렴한 일반열차가 있고, 1시간 초반대로 훨씬 빠르지만 비싼 특급열차가 있었다. 타이중이나 가오슝 등 대도시를 이어주는 서부에는 고속철도가 깔려있으나,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희박한 동부는 아직 고속철도는 없기 때문의 한국의 새마을호를 연상시키는 이 특급열차를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나는 특급열차중에서도 하루에 몇 편 안 다니는 푸유마 (普悠瑪) 호를 이용할 수 있었다. NT$220, 한화로 9천원 정도로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역에도 위스키 광고가 걸려있다.

 

시내 모든 일반철도가 지하화된 타이베이. 승강장도 지하에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서부터 위스키 광고가 걸려 있어 술 여행을 하러 가는 설렘을 상기시키며 내려갈 수 있었다. 에버펠디 (Aberfeldy)라는 이 위스키는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다.

 

타이베이역

 

내가 탑승할 화롄행 푸유마호는 아침 9시 20분에 있다. 서울역, 도쿄역 혹은 시카고 유니언역의 그 거대한 규모에 비교했을 때, 한 나라의 수도에 있는 것치고는 승강장의 규모는 크지는 않았다.

 

푸유마호 열차가 도착했다

 

열차가 도착하고,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탑승하기 시작했다. 여기가 출발역은 아니었던지라 열차에는 이미 있던 사람들이 내리기도 했고 그 자리를 그대로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열차 내부

 

좌석 앞에 있던 열차 내부 안내는 신칸센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한국인 단체관광객 팀도 있어서 그런지 곳곳에 한국어가 들렸다. 아마 화롄으로 가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개중에는 아침부터 대만 맥주를 어디서 사와서 마시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열차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

처음에 타이베이를 출발한 열차는 타이베이 시내구간은 지하로 통과하고, 신베이로 벗어나며 지상구간이 나타났다. 산골짜기와 터널을 뚫더니 어느 순간부터 필리핀해를 따라서 남하하기 시작했다. 햇빛에 반사되는 바닷물이 일렁이는 것이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이란역 승강장

 

역 대합실

 

역 대합실은 낡은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오래되긴 했지만 그 덕에 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한국의 무궁화호만 간간히 다니는 작은 역사를 보는 듯했다.

이란역 입구

 

이란역에 도착해서 역 밖으로 나왔다. 정글을 연상시키는 괴상한 건물 외벽의 벽화(?)와 기린 조형물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쪽이 이런 걸로 유명한 곳이었나..? 오늘은 시간상의 문제로 카발란 증류소만 방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쉽게 이란을 깊게 파헤치지는 못했다.


카발란 증류소 가는 길

 

이란역에서 카발란 증류소까지는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다. 버스를 타면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으나, 하루에 몇 편 안 다니기 때문에 시간을 맞추는 것이 어려운 점. 몇몇 버스가 있는데, 752번 버스, 그리고 주말 한정 녹12번 버스 등을 타면 증류소 바로 앞까지 가긴 할 수 있다. 나는 버스 시간이 안 맞아서 역 앞에 대기중인 택시를 잡았다. 카발란이라고 말하면 알아서 데려다 주며, NT$300 정도 나왔다.

 

카발란 증류소

 

대만과 서양의 건축양식이 조화된 듯한 건물이 돋보이는 증류소 본관이다. 카발란은 한자로는 噶瑪蘭이라고 표기하며, 대만의 원주민 중 하나이다. 실제로 이란 지역에 오래 전부터 거주했던 원주민 부족의 이름이다.

 

카발란 증류소 내부

 

연말연시 기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크리스마스 트리에 붉은색으로 써진 새해를 기념하는 것들이 한가운데 떡하니 있었다. 그러나 옆에 놓여있는 오크통들은 여기가 위스키 증류소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고 있었다. 좌편에 커피잔을 들고 따봉을 날려주는 수염 아저씨 조형물이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카발란 증류소

 

 

아, 저 티없이 맑은 증류액이 흐르는 모습은 하여금 술이 고파지게 만든다.

솔리스트 라인업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영어로 진행되던 투어에 겨우 참가할 수 있었다. 원투어를 한다고 무료 시음을 시켜준다거나 하는 게 아니며 공간 자체가 투어 없이도 자유롭게 출입 가능하게 되어있다 보니, 시간이 맞으면 가이드 투어를 하고 안 맞아도 자유 관람을 하면 된다. 투어 시간은 자주 바뀌는 듯 하니 카발란 홈페이지를 참조할 것. 내가 방문했던 2024년 초에만 해도 영어 투어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진행되었었는데, 현재는 오전 11시에만 진행되는 듯. 원칙적으로는 예약을 해야 했으나 나는 예약 없이 투어에 낄 수 있었다.

 

 

양조장 소개_예약 정보 | 카발란 위스키 | Kavalan Single Malt Whisky

그리하여 카발란 양조장은 대만이라는 아름다운 섬,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란양 평야에서 탄생하였습니다. 백 년 설산을 품은 깨끗한 수원은 감미롭고 부드러운 물을 위스키의 감동적인 스피릿

www.kavalanwhisky.com

 

카발란 위스키 시음장

 

투어가 종료되고 가이드는 자연스럽게 우리를 시음장으로 안내했다. 물론 가이드 투어를 하지 않아도 전혀 문제없이 입장할 수 있다. 저렴한 라인업은 NT$100, 솔리스트 라인업은 NT$200에 시음할 수 있는데, 보통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세트로 주문하면 싼 라인업 2잔, 비싼 라인업 2잔으로 총 NT$600으로 4잔을 시음할 수 있다. 각 잔당 양이 많지는 않아 맛보기라 생각하면 된다. 가격이 저렴하지만은 않지만, 여기서 시음한 잔마다 그 가격에 상응하는 쿠폰을 지급한다. 내 경우에는 100원짜리 2장, 200원짜리 2장 쿠폰을 받았으며, 이는 증류소 내의 판매점에서 사용하면 금액만큼 할인해준다. 상품 하나당 쿠폰은 하나만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50mL 미니어처 4개를 사는 것을 추천.

 

미스터 브라운 카페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마침 이란으로 돌아가는 버스가 머지않아 여기를 지나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버스 시간을 맞춰 나가기 위해 기다릴 겸 2층의 미스터 브라운 카페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비프 샌드위치와 카발란 위스키가 소량 함유된 커피를 먹을 수 있었으며, 가격은 대만 물가치고는 비싸지만 한국의 점심식사 가격을 생각하면 적절한 수준.


카발란 증류소 근처의 시골 풍경

 

증류소 바깥은 영락없는 시골길의 모습이었다. 차들도 드문드문 다니고, 길거리에는 논과 공장 건물들만 보일 뿐. 방문 시기가 대만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 며칠 전이어서, 현재 총통으로 부임 중인 라이칭더의 이름이 걸려 있는 홍보물도 보였다.

 

하늘을 나는 기차(?)

 

이란도 나름 볼거리가 있는 도시이며, 특히 사람들은 온천으로 유명한 바로 옆의 도시인 자오시 (礁溪)와 묶어서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당장 출국을 앞두고 방문할 다른 곳이 있었기에, 아쉬움만 남기고 이란을 떠나기로 결정하였다.

 

이란 버스터미널
1665번 버스 내부

 

이란에서 타이베이 가는 버스는 한 시간에도 몇 대가 있는데, 나는 타이베이 역 방향이 아닌 타이베이 남부로 향하는 1665번 버스를 탑승했다. 그 이유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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