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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에서의 길고도 짧았던 하루를 보내고 나서, 다음날 새벽부터 일찍 기상했다. 쿠스코로 향하는 비행기를 아침 일찍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내가 탑승해야 했던 항공편은 리마에서 쿠스코로 향하는 라탐항공 LA2005편. 6시 4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5시 전후로 공항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리마에 도착했을 때에는 새벽 2시 정도의 꼭두새벽이었기 때문에 꼼짝없이 택시를 타야 했으나, 이번에는 다행이 아침 일찍부터 운행하는 사설 버스 서비스가 있었다. 몇 군데에서 비슷한 버스 노선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중 내가 선택한 것은 QuickLlama라고 하는 녀석이다. 미라플로레스의 숙소 바로 근처에 탑승 장소가 있었고, 미라플로레스에서 4시 20분 쯤에 출발했었기 때문. 사진에 적혀있는 번호로 왓츠앱을 보내면 어렵지 않게 예약이 가능하다. 영어도 잘 통한다.
버스가 원래 픽업 예정시간보다 10분쯤 늦게 왔다. 계속 버스가 오지 않아서 혹시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초조했지만, 다행히 옆에서 같이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좀 늦긴 했지만 버스가 결국 왔고, 20솔을 내고 탑승할 수 있었다. 페루 물가 치고 아주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50솔 정도 내야 하는 택시보다는 훨씬 낫다.
5시 정도에는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서, 금방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 5시 조금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리마 공항은 새벽부터 아주 붐볐다. 특히 안데스 산맥이 국가를 가로질러 육로 교통이 매우 불편한 탓에 페루는 항공교통이 상당히 발달해 있고, 새벽부터 리마에서 출발해서 쿠스코, 아레키파, 피우라 등 전국으로 출발하는 국내선이 뜬다. 인구가 많기도 하고 세계적이 관광국가 페루의 수도이기도 해서인지 국제선 노선도 다양하게 뜨고 있다. 수하물이 따로 없었고 미리 온라인으로 체크인을 끝냈기 때문에 카운터를 스킵하고 바로 탑승구 쪽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고, 보안검색대 근처도 가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기 시작했다. 여기서 깨달았어야 했다. 리마 공항의 열악한 사정을. 이를 몰랐던 나는 일단 아침부터 때우기로 했다.
2층 출국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기념품점과 함께 푸드코트가 줄지어 있었다. 주로 패스트푸드를 파는 곳이었고, 나는 그 중에서 남미식 샌드위치인 산구체를 먹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샌드위치보다는 버거에 가까운 녀석들을 산구체라고 부르는 듯. 안에 닭고기가 들어있었는데, 번이 정말 기름지고 맛있더라. 후딱 먹고 비행기 탑승을 위해 줄을 섰다.
정말 줄이 말도 안되게 길었다. 다행히 줄이 빠지는 속도는 아주 느리지는 않았는데, 그냥 줄 자체가 너무 길었다. 탑승 마감 시각이 6시 20분이었기에, 까딱하면 비행기를 놓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겨우 줄을 서서 탑승권을 확인하는 게이트를 통과하면, 거기서부터가 본격적인 줄의 시작. 발을 동동 구르면서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안검색을 마쳤을 때는 이미 6시 25분이었다. 절망적인 심정으로 게이트까지 달려갔는데, 다행히 아직 탑승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숨을 돌리면서 마지막 게이트를 통과했더니, 알고 보니 버스를 타고 실제 비행기까지 가야 했던 것이다. 뭐, 아무튼 비행기를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가서 비행기 앞에 도착, 탑승해서 자리에 앉았다. 딱히 좌석지정을 하지 않았었는데 거의 맨 앞자리가 걸렸다. 특히 이번 비행기는 만석에 가까워서, 앞에 앉을 수 있다는게 아주 큰 메리트였다.
아쉽게 복도쪽 좌석이라 외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아침 일찍부터 일어났던 탓에 푹 자고 쿠스코에 도착할 수 있었다. 3400미터 정도의 고도 때문에 아침에는 꽤나 추웠다.
이번에 묵었던 숙소는 Dragonfly Hostel. 도시가 고산지대에 위치한 탓에 숙소를 관광 중심지인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 잡으라는 조언을 듣고 결정한 곳이었는데, 뭐 그냥저냥 나쁘지 않은 곳이었다. 우선 숙소에 얼른 짐을 맡기고 바로 간 곳은 볼리비아 대사관. 볼리비아는 한국인에게는 남미에서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관광객에게 비자를 요구하는 나라이다. 도착비자가 비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접국가의 볼리비아 영사관에 직접 방문해서 비자를 발급받는다.
여기는 아르마스 광장에서는 꽤 떨어져 있어서 걸어갈 수는 없고 대부분은 택시를 탄다. 그런데 10솔 남짓한 택시비 내는 것도 너무 아깝다고 느껴져서 한번 버스를 타고 가기로 도전해보았다. 안타깝게도 쿠스코의 버스는 모두 노선번호 따위 없는 미니버스로, 타지인이 타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도 나름 어느 정도의 규칙은 있다.
- 보통 버스 측면에 경유지의 도로명이 적혀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페루에서도 도로명이 주소로 흔히 쓰인다. 보통 버스는 큰길로 다니는 편이기 때문에, 목적지 근처에 있는 큰길의 이름이 뭔지 알아두면 버스를 찾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볼리비아 영사관 앞의 큰길은 Av. de La Cultura인데, 이런 명칭이 버스에 적혀있으면 그쪽으로 갈 확률이 높다.
- 버스에는 기사 말고도 호객을 하는 사람이 한명 더 탑승해 있는데, 목적지의 도로명이나 아니면 그 근처의 랜드마크 이름을 물어보면 거기에 가는지 안가는지 알려준다. 특히 버스터미널 따위를 갈 때에는 그냥 터미널에 가는지 물어보면 된다.
버스비는 1솔 혹은 1.5솔 정도로, 그래도 택시를 타는 것에 비하면 무척 저렴하다.
최대한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갔는데도, 볼리비아 영사관 직원은 빠진 부분이 있다고 전부 다시 작성해오라고 돌려보냈다. 사실 쿠스코 볼리비아 영사관은 정말 악명이 높다. 서류를 지나치게 꼼꼼하게 보고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 부분이 있으면 돌려보내는 식. 리마 같은 곳은 난이도가 훨씬 낮다고 하니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리마에서 받는 걸로... 나 같은 경우에는 비자 신청 시 필수 작성 항목이 아니었던 비상연락망의 연락처 부분이 누락되었다고 다시 작성해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급하게 휴대폰을 꺼내서 신청서를 전부 작성하고, 버스를 타고 인근 대학 근처의 프린트 가게에서 서류를 다시 뽑아와서 비자 신청을 할 수 있었다.
아무튼 볼리비아 비자 발급에 성공하고 쿠스코 시내로 돌아왔다. 시내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에서 빈둥거리며 잠시 고산지대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으로는 숙소 근처에 있는 푸드코트형 식당에 가서 페루화 된 중국요리와 맥주를 먹었다. 중국인 이민의 역사가 오래돼서 중식이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자리잡은 페루인데, 현지화의 영향으로 밥과 감자튀김이 같이 나온다. ㅋㅋㅋ
쿠스코 곳곳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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