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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지극히 평범한 런던에서의 첫날

여행하는 화학자 2016. 7. 16. 00:14

생각보다 침대버스는 불편했다. 위층이 앉을 수도 있고 추천을 많이 하길래 위층으로 잡았는데 막상 누워보니 침대가 너무 좁아서 허리가 좋지 않은 나에게는 너무 불편했고, 자다가 중간에 깨서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지니 굉장히 불편한 상황.. 뭐 그래도 23파운드 주고 먼 거리를 이동했다는 동시에 1박을 때울 수 있었음에 만족! (메가버스 골드는 나름 고급 서비스라고 최저가가 15파운드. 일반 메가버스를 타면 1파운드에 탈 수도 있는데 일반 버스에서 밤을 보내는 건 생각보다 많이 피곤하다.




아침 8시경에 도착한 빅토리아 버스 스테이션. 런던을 상징하는 로고 중 하나인 붉은 동그라미에 파란색 막대기에 COACHES라고 써져 있다. 내가 묵은 호스텔은 빅토리아 역에서 지하철로 1정거장 떨어진 핌리코 역 근처에 있었는데 먼 거리는 아니어서 걸어갈 수 있었다. 



런던의 상징 언더그라운드! 지하철을 부르는 말은 나라마다 다르더라. 유럽에서는 Metro라고 많이 했던 것 같고, 영국 런던에서는 Underground, 아시아권에서는 MRT라는 단어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던 듯. 그런데 또 글라스고에서는 Subway라고 한다.. 무슨 차이일까



우선 호스텔 주변 동네나 둘러볼 겸 걸어다니기로 했다. 핌리코에서 빅벤까지 강가 옆에 있는 도로를 따라 걸어갔다. 런던은 확실히 에딘버러나 글라스고에 비해 조금 더 현대적인 (다시 말해, 옛스러운 멋이 없는) 건물들이 많았다. 



Tate Bratain이라고 하는 미술관. 테이트 모던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여기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듯 하다. 아직 오픈 시간이 되지 않아,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여기 말고도 볼 것이 많았거든.




쭉 가다 보니 나온, 템즈 강에 설치된 이상한 모형의 조형물.



그 조형물 밑에는 이런 명판이 있었다.



서울 중심을 한강이 관통하는 것과 비슷하게 템즈 강은 런던 중심을 관통한다. 꽤 폭이 넓어 보인다. 물론 넓디넓은 한강 폭에는 못 미치지만. 꽤 멋진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는 런던을 짙게 낀 먹구름이 샘내고 있다. 우중충하다는 표현이 정말 맞다.



빅벤...은 아니고 웨스트민스터 궁전이다. 엄밀히 말하면 빅벤은 이 궁전에 위치해 있는 시계탑의 별칭이다. 마침 여기를 지날 때쯤 시간은 10시를 향해 있었다. 빅벤에서 울리는 요란한 종소리 10번... 처음에는 신기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종탑이 있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들어가보자 했는데, 하필 이 날은 일요일이라 방문객 출입이 제한되는 날이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사진만 찍었다. 저기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은 미사를 드리러 온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사실 웨스터민스터는 이 일대를 부르는 시(city)의 이름이기도 하다. 웨스터민스터 시는 런던을 구성하는 지역 중 하나인데, 빅토리아 역과 트라팔가 광장 등도 이 웨스터민스터 시에 속핬다.



잠시 웨스트민스터 지하철역에 내려 오이스터 카드를 샀다. 핌리코에서 살 수도 있었는데, 거기는 현금을 받지 않더라. 파운드는 현금으로만 쓰고 싶어서 일부러 핌리코에서 사지 않았다. 오이스터 카드 자체의 보증금인 5파운드와 충전할 가격인 10파운드, 총 15파운드를 넣어 카드를 받아들었다.

 런던은 오이스터 카드를 샀을 때와 사지 않았을 때 교통비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서 런던에 하루라도 머문다면 오이스터를 사는 것이 이득이다. 게다가 오이스터를 사용하면 하루에 교통비가 6.5파운드 이상 나오지 않는다. (1, 2존만 이용했을 때에 한하여 그렇지만, 사실 관광객이 1, 2존을 벗어날 일은 흔하지 않다.) 버스만 이용하면 4.5파운드 이상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첫날은 호스텔과 런던 주요 지역을 이어주는 24번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먹고 싶었으나, 아침식사라는 말에 걸맞지 않는 어마어마하게 비싼 금액은 가난한 여행자를 받아들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보통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한 번 먹으려면 10파운드쯤 주어야 한다. 돈 없는 나는 길거리를 헤매다 크로아상과 커피를 3파운드가 안되는 저렴한 가격에 파는 곳을 찾아 허기짐만 간신히 달랠 수 있었다.



24번 버스를 타고 향한 대영박물관. 저 흰 컨테이너(?) 안에서 보안검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이나 다른 아시아권 국가에 비해 훨씬 강도 높은 보안검사를 유럽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안 그래도 파리, 브뤼셀에 테러가 난 지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은지라...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대영박물관에 어울리지 않게 입장료는 무-료! 물론 박물관 곳곳에 5파운드 정도 기부해 달라는 애절한 안내판과 기부함이 많이 놓여 있었다. 모든 유물을 제대로 관람하려면 하루 꼬박으로는 턱도 없으리라. 일단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유물들이 있는 곳을 먼저 둘러보았다. 



개인적으로 박물관에서 사진 찍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지라, 사진은 몇 장 안 찍었다. 아마 대영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많은 전시관은 이집트관일 것이다. 메소포타미아관만 해도 그다지 사람이 많지 않아 쾌적하게 관람할 수 있었는데, 이집트관은 정말 북적였다.


얼마나 오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배도 고프고 좀 쉬고 싶기도 해서 빠져나왔다. 일단 숙소에 돌아가 좀 쉬다가 난도스에 갔다. 워낙 전세계 곳곳에 있는 체인이라 처음에는 갈 생각이 없었는데, 에딘버러에서 만났던 사람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어서 런던에서 한번 맛은 보기로 결정했다.



뭐든지 비싼 런던답게 이녀석도 비쌌다. 10파운드 정도? 그렇지만 런던에서 10파운드짜리 음식을 먹는 것은 한국으로 따졌을 때 만원짜리 음식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정말로 무난한 맛이었다.



그 다음 다시 24번 버스를 타고 간 곳은 트라팔가 광장. 일요일이라 그런지, 게다가 다음날이 휴일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광장에서 그들의 연휴를 즐기고 있었다. 마침 이때 잠깐 하늘이 개어 햇빛을 조금이나마 맞이할 수 있었는데, 이 햇살 이후로 파리 여행을 마칠 때까지 햇빛을 한 번도 못 봤다는..



트라팔가 광장에서 걸어서 갈 수도 있는 코벤트 가든. 어떤 아저씨가 조그마한 상자 안에 온몸을 집어넣는 묘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유럽 곳곳의 광장에는 저렇게 신기한 구경거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참 많다.



코벤트 가든에 있는 마켓.



교통 박물관..인데 입장료가 어마어마하여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지켜야 했던 것 중 하나인 '편익이 적을 만한 것들은 과감하게 포기한다'를 지켜가고 있었다.



런던 곳곳에는 이런 전용 극장이 있어 한 뮤지컬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할 건 없는데 호스텔에는 들어가기 귀찮아, 빅토리아 역 근처를 서성이다 맥도날드에서 스무디를 사서 잠시 앉았다. 한국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때우지는 않기로 했지만(나중에 그 다짐은 없던 일이 되었다) 잠깐 앉아 쉬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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