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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연말과 2024년 연초를 한국에서 보내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를 한군데 방문해 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열심히 표를 알아보던 중,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미국-한국-대만-미국 여정으로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가지고 있던 유나이티드 항공 마일리지를 다 털어서 한국행 왕복을 결제한 건데, 미국-한국-미국을 하는 것과 여기에 같은 동아시아 지역의 경유지로 대만을 추가하는 것과 마일리지 차감이 동일한 것이었다. 연말 극성수기이다 보니 한국행은 독일을 경유해야 했던 것이 걸렸지만...

 

그야말로 정신나갔던 여정.

 

아무튼 이렇게 항공권을 결제하고, 부모님과 같이 대만 여행을 하기로 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무척 설렜지만, 그와 동시에 걱정이었다. 혼자 여행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은 아주 익숙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여행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체력은 아직 젊은 20대의 체력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감안하고 여행 계획을 최대한 널널하게 짰다. 부모님은 나와 함께 같은 비행기로 대만에 입국한 후 하루 일찍 한국으로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나에게는 3박4일이지만 부모님에게는 2박3일로 무척이나 짧은 시간. 뺄 건 과감하게 빼야 하는 촉박한 일정이었다. 사실상 부모님이 대만에서 꽉찬 하루를 보내는 날은 단 하루. 결국 고민하다가, 그래도 타이베이 근교를 알차게 돌아볼 수 있는 예스진지 투어를 넣기로 했다. 조금 더 여유로운 관람을 위해 스펀 폭포도 제외하고. 그리하여 일정이 이렇게 짜였다.

 

1일차: 대만 입국 후 바로 타이베이 101로 고고, 시먼딩에서 저녁 먹고 구경하기

2일차: 예스진지 투어로 하루 알차게 보내기

3일차: 중정기념관 관람 후 점심식사, 그 후 부모님 배웅해드리기

 

그 유명한 동파육과 배추 모양 옥석이 있는 고궁박물원은 뺐지만, 여기는 뭐 워낙 위치가 애매해서 여기 하나 가보겠다고 다른 많은 곳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처음부터 부모님과 함께할 것을 알고 있었으면 조금이라도 이른 비행기를 타고 대만에 갔을텐데, 아쉬운 상황이었다.

 

인천공항 1터미널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결국 여행일이 다가왔다. 나에게는 처음으로 대만에 방문하는 설레는 날이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또다시 한국을 떠나는 아쉬운 날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태평양 건너 사는 입장으로 한국을 떠나는 날은 항상 슬픈 노릇이다. 다음에 다시 보자는 작별인사를 하고 한국을 떠날 채비를 했다.

 

아시아나 A330-300

 

우리를 공항으로 데려다줄 아시아나항공의 A330-300 여객기. OZ713의 편명을 달고 인천에서 타이베이 근교의 타오위안 공항까지 이어준다. 공항에 일렬로 주기되어 있는 비행기들은 보는 것은 항상 설렌다. 가끔은 비행기들이 부럽기도 하다. 이 녀석들은 밤낮없이 항상 전세계를 누비니. 다음 생은 비행기로 태어나면 어떨까... 하는 개소리를 떠올리면 탑승했다.

 

좌석 모니터 실화..입니까?

 

이번에 탑승한 항공기는 구형이었나 보다. 좌석 모니터에서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아시아나에는 피해야 할 몇몇 기재가 있는 모양. B777의 개노답 삼형제인 3956과 함께 A330에도 좀 오래된 기재들이 남아있는 모양. 최근에 단거리 노선을 이용할 일이 많지 않았던 탓인가 좌석 모니터는 대부분 신형이었는데, 터치도 안돼서 리모컨으로 조절해야 되는 화면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래도 인천에서 타이베이까지는 3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니, 굳이 좌석 앞에 뭐가 달려있지 않아도 크게 상관이 없다. 이 항공사는 가끔 유럽행 장거리에도 구기재를 넣어주기도 하니.

 

기내식

 

기내식은 평범한 단거리 기내식이었다. 미국에서 이보다 긴 노선들을 타면서도 기내식 비슷한 것도 안 주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제 단거리 노선에서는 딱히 기내식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인천공항 식당이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다고 느껴서, 공항에서 배를 좀 채우고 탑승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나 생각도 든다.

 

타오위안 공항에 착륙

 

시간이 지나고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한 비행기. 대만 국적기인 에바항공과 함께 홍콩의 국적기 캐세이 퍼시픽 소속 비행기가 함께 보였다.

 

타오위안 공항

 

공항에 와서 후딱 입국심사를 마쳤고, 준비해둔 미국 달러를 환전함과 동시에 따로 신청해 두었던 포켓와이파이도 수령했다. 공항을 떠나기 전 한국인이라면 놓치지 않을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대만 여행지원금. 미리 온라인으로 신청을 해놓아서 추첨을 할 수 있었고, 세 명 중 어머니만 당첨. NT$5000, 한화 약 20만원의 꽁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대만여행이 훨씬 설레기 시작했다. 대만의 교통카드인 이지카드에 충전된 형태로 수령했고, 여기에 부모님도 지하철을 이용해야 했기에 이지카드 자판기에서 두 장을 더 구매했다.

 

이지카드 자판기

 

이지카드 자판기 사용법이 익숙치 않아서 조금 헤메다가 겨우 카드를 구입하는 법을 찾아내서, 두 장 살 수 있었다. 기계에서 거스름돈이 지급되지 않고 넣은 만큼 잔액이 채워지는 시스템이어서, 원하는 금액만 충전하기 위해 옆의 매점에서 물 한 병을 사고 큰돈을 깨야 했던 걸로 기억. 사실 타이베이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이지카드 사용이 가능한 점포가 생각보다 많아서, 원하는 액수보다 많이 들어갔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긴 했다.

 

 

호텔 객실

 

시먼역 바로 코앞에 위치한 미드타운 리처드슨 호텔. 단체 관광객들도 좀 있는 모양이었고, 한국인들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곳이었다. 3인이 묵기에 비싸지 않은 가격에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아무튼 짐도 풀었겠다. 이제 시내를 구경하러 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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