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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초, 한국에 방문한 동안 오사카에서 가족여행을 한 후 이틀 동안 일본에 더 머물 수 있었다. 히로시마, 나고야 등 오사카에서 너무 멀지 않은 여행지를 찾아보다가,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시코쿠의 카가와 현에 방문해 보기로 결정. JR 간사이 와이드 패스로 다카마쓰까지의 교통이 커버된다는 극장점이 있기도 하고, 마침 다카마쓰에서 인천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이 50달러 정도로 매우 저렴하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시코쿠를 안 가볼 수 없지. 이렇게 일본의 4대 주요 섬을 모두 방문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신오사카에서 다카마쓰까지는 직행 열차편은 존재하지 않고, 신칸센을 이용해 오카야마로 이동 후 거기서 열차를 갈아타서 이동하는 것이 정석. 물론 버스를 타면 환승 없이 좀더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지만, 3시간 이상으로 오래 걸리고 불편한 버스보다는 그래도 빠르고 편한 철도 이동을 선호하는지라 정석대로 이동했다. 마침 이용하고 있던 간사이 와이드 패스가 다카마쓰까지의 열차 요금 전부를 커버하기도 하고. 신칸센 행선판을 보니, 도쿄행 노조미가 5-10분 간격으로 계속 다니고 거기에 중간중간 히카리와 코다마가 운행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 반대 방향으로 탑승해서, 도카이도-산요 신칸센의 최고 등급인 하카타행 노조미(のぞみ) 47편에 오를 수 있었다. 오카야마역 정차 전에 또다른 필수정차역인 신코베역에서만 잠깐 서는 가장 빠른 편 중 하나였다. 

 

 

대학 다니던 시절 간사이만 8박9일로 여행하면서 그때도 와이드 패스로 오사카-오카야마를 신칸센으로 이동하곤 했었는데, 그 이후 까마득한 시간이 지나 정말 오랜만에 타는 신칸센도 같은 구간이라니 감회가 새로웠다. 

 

 

3-2 배열 특유의 신칸센 좌석 배치였으나, 이 구간이 딱히 사람이 많은 구간은 아니었어서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왼쪽 창가에 앉으면 그래도 시내와 세토내해가 좀 보일 줄 알았는데, 택도 없었다. 미리 구매해둔 알중의 상징 스트롱제로를 홀짝이며 45분 남짓한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공공장소에서의 음주가 불법인 곳에 거주하다 보니 열차에서 대놓고 술을 마시는 게 조금은 눈치가 보였으나, 앞에 앉은 직장인이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어느새 도착한 오카야마역 (岡山駅). 옆에는 오카야마에서 히로시마 간 짧은 구간을 전역정차로 운행하는 코다마 863호가 대기 중이었다. 신칸센끼리 스케줄이 잘 짜여있어 환승을 통해 편리하게 작은 역들까지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부러웠다.

 

 

나름 인구 70만의 중견도시이고 신칸센의 필수 정차역 중 하나이니 역 규모 자체는 꽤 컸다. 좀더 구경을 해보고 싶었지만 이미 전에 와본 곳이기도 하고 다음 열차에 얼른 탑승해야 하기에 아쉬움만 달래고 다시 열차를 타러 이동했다.

 

 

신칸센과 일반 산요 본선 말고도 다양한 노선이 분기하는 지점이다 보니 승강장에서 다양한 처음 들어보는 행선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 시코쿠 방면 승강장을 이용하면 된다.

 

 

이 승강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주 행선지는 다카마쓰일 테이지만, 아무래도 관할 회사가 달라지다 보니 굳이 역명까지 표기하지는 않고 시코쿠라고 퉁치는 모습. 특이하게 단순한 행선지 말고 세토우치 지역을 운행하는 관광열차인 La Malle de Bois의 승강장이라고까지 적혀있다.

 

 

오카야마에서 다카마쓰로 운행하는 열차는 특급은 아니고 쾌속 등급인 마린 라이너 (マリンライナー). 운임과는 별도로 이용요금을 내야 하는 특급과는 달리 쾌속인 이 열차는 운임만 내고 전철 탑승하듯이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 1호차는 특이하게 2층으로 구성되어 위층은 그린샤, 아래층은 일반 지정석으로 운영하는데,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이용하면 지정석을 무료로 예약할 수 있어서, 캐리어를 가지고 이동해야 하는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한국의 무궁화호를 연상시키는 내부. 정말 특별할 것 없고 그냥 열차였다. 좌석간격이 넓어서 무릎 앞에 캐리어를 끼울 공간 정도는 되었으나, 다행히 운행 내내 옆에 아무도 타지 않아 그냥 옆좌석에 캐리어를 두고 이동할 수 있었다. 바다를 건너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는데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1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한 다카마쓰(高松). 이로써 지난 5월에 다녀왔던 홋카이도에 이어 일본의 주요 4개 섬 모두에 방문하게 되었다. 두단식 승강장으로 이루어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역이었다. 나갈 때 보니 간사이 와이드 패스가 자동 개찰구에서 먹히지가 않아 역무원에게 표를 보여주고 나설 수 있었다.

 

 

그동안 오사카역에서 봤던 거대한 인파와는 대비되는 썰렁한 모습의 역사. 그래도 카가와현에서, 아니 시코쿠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역이기 때문에 나름 역사 내에 스타벅스도 있고 쇼핑몰도 있고 한데.. 그래도 쓸쓸한 모습은 지울 수 없었다.

 

 

빵-긋 하는 얼굴 모양의 스티커가 붙여진 역사를 바라보면서 숙소로 나섰다. 저녁을 일찍 먹었던 탓에 살짝 출출해져서 우동이나 먹어볼까 했는데, 대부분의 우동집은 아침과 점심에만 장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냥 편의점에서 간식거리 조금 사들고 나왔다. 역 바로 앞에 JR에서 운영하는 괜찮은 호텔이 있었지만, 혼자 여행하는 상황에서 굳이 좋은 호텔에 묵을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으로 길 건너에 있는 1박에 5만원짜리 허름한 비즈니스 호텔로 입장. 

 

 

다카마쓰에서 숙박하지만 정작 다른 지역만 갔던(?) 짧은 2박3일의 카가와 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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