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대만

[대만 여행] 중정기념당, 화산1914 그리고 동파육 맛집 까오지

여행하는 화학자 2024. 10. 14. 10:20

셋째날 아침, 호텔 조식 대신 대만인들이 먹는 아침식사를 경험해보기로 결정했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대만답게 아침식사부터 밖에서 해결하기 쉬운 이곳, 사람들이 흔히 먹은 요우티아오 (油條)와 또우장 (豆漿)을 먹어보기로 했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밀가루 반죽을 길게 늘여 기름에 튀긴 요우티아오는 단맛을 뺀 꽈배기와 같은 느낌이 나고, 또우장 또한 단맛 뺀 따뜻한 두유이다. 현지인들의 음식을 사러 밖으로 나왔다.

 

시먼딩의 아침

 

용허또우장 (永和豆漿)

 

물론 아침식사가 얼마나 특별하겠나만, 외국인 관광객으로서 그래도 조금이나마 유명한 곳을 고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특히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니 더더욱. 시먼딩에서 한국인들에게 가장 유명한 집인 용허또우장 (永和豆漿)을 찾아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이미 사람들이 줄서서 음식을 주문하고 있었고, 한국어도 들을 수 있었다. 매장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현지인들 상당수는 그냥 포장해서 가는 모습을 보였다. 나도 호텔에서 먹기 위해 포장을 해서 들어가기로 했다.

 

용허또우장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위의 안내판에 쓰여있듯이, 아침-점심식사 사이 바쁜 시간에는 놓여있는 것 중에 골라서 결제를 하고, 그 외 시간대에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 또우장이나 요우티아오 등은 워낙 수요가 많기 때문에 그냥 골라서 결제하면 된다.

 

또우장과 요우티아오

 

요우티아오는 사실 아침식사치고는 좀 지나치게 기름진 느낌이 있어, 한국인으로서 아침으로 먹기에는 무거운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이 녀석을 또우장에 찍어먹는데, 이 또우장도 왠지 좀 느끼하게 다가왔다. 못 먹을 맛은 아닌데, 아무래도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라 그런가 보다. 예전에 싱가포르에서 점심으로 바쿠테와 함께 먹었던 요우티아오는 국밥마냥 술술 넘어왔었는데 .

 

2018년 11월, 싱가포르의 송파 바쿠테


부모님과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타이베이의 몇 군데를 더 가보고자 했다. 마음같아선 그 유명한 동파육 돌멩이를 보러 고궁박물원을 가고 싶었으나, 여기는 대중교통편이 불편하고 주요 관광지에서 멀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패스. 전날 하루 종일 예스진지 투어를 하느라 도시 밖에 있었다 보니, 고궁박물원을 단념하고도 가볼 곳이 많았다.

 

중정기념당 옆의 공연장

 

시먼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중정기념당 역에서 하차하고 5번 출구로 나오면, 눈을 사로잡는 사막의 누런색을 띤 지붕과 홍색의 기둥을 가진 거대한 건물이 바로 보인다. 이 녀석은 사실 중정기념당 본관은 아니고 옆에 위치한 공연장. 여기서 우측을 향하면 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중정기념당

 

위의 공연장에 비해 색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제단 위에 위치한 이중으로 된 팔각의 지붕이 올려진 건물은 멀리서도 거대하게 보였다. 드넓은 자유광장 너머 고고하게 서있는 모습이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건물 바로 옆으로 대만 국기가 외롭게 펄럭이고 있었다.

 

중정기념당 장개석 동상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매시 정각 이루어지는 근위병 교대식이 막 끝났을 때라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있었다. 교대식을 못 본 것은 아쉽지만, 한산한 분위기에서 건물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중정기념당 천장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보았다. 팔각형의 중심에 중화민국 국장이 칠해져있었다. 그 주변으로 섬세하게 문양이 조각되어 있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자유광장

 

짧은 관람을 마치고 자유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갈 곳은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 중정기념당에서 멀지 않아서 타이베이의 길거리를 구경하며 가보기로 했다. 2km 정도로 길지는 않지만 날이 좋아서 걷기는 힘들지 않았다.

 

대만대 약대 건물

 

지나가는 길에 대만대의 메디컬 캠퍼스가 있었다. 여기도 서울대처럼 병원과 관련 캠퍼스는 좀더 시내 중심부에 있는 형태였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본캠퍼스에 약대가 있는 서울대와는 달리 여기는 약대까지 같이 묶여있다. 맞은편에는 대만대 병원이 있다.

 

화산시장

 

'화산시장'이라고 쓰인 간판 아래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군중심리라는 게 있어 이런 상황이면 괜히 줄을 서보고 싶어졌으나, 도대체 무슨 줄인지 감조차 오지 않아서 단념. 나중에 알고 보니 내부에 푸드코트가 있어 식사를 하는 줄이라고 했다. 역시 외식문화가 발달한 대만답다. 우리는 바로 이따가 점심식사를 하러 따로 갈 거여서 여기는 들르지 않았다.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 입구

 

원래 술 만드는 양조장이었던 곳을 전시장으로 개조한 것인데, 그 때문인지 입구 쪽에 맥캘란 위스키 매장도 하나 있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DDP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라 느껴지기도 했고, 오래된 폐공장을 새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에서 해방촌 신흥시장과 같은 서울의 여러 핫플레이스가 연상되는 부분도 있었다.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

 

회색 벽돌의 나름 고풍스러운 건물이 보였고, 뒤에 붉은 벽돌의 건물도 보였다. 몇 군데를 들어가 보았었는데, 그 중 한 곳은 음악 관련용품을 파는 곳이었고 다른 한 곳은 피너츠의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피너츠 굿즈샵

 

스누피가 귀여워서... 하나 살 수밖에 없잖아?


버스중앙차로

 

부모님의 한국행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 1시 반까지는 타이베이역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여기서도 짧게 시간을 보낸 것으로 만족했다. 그 전에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는데, 아마 한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대만 식당일 딘타이펑에 가볼까 했다가 사람이 많을까 우려되어 다른 식당을 찾았다. 타이베이도 도시 곳곳에 버스 중앙차로가 설치되어 있어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방문한 까오지 (高記). 상해 요리를 파는 주로 취급하는 식당으로, 타이베이 내에 몇 군데 지점이 있다. 아직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아니어서 따로 기다릴 필요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까오지

 

내부에 들어가 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시끌벅적했다. 딘타이펑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유명한 식당이라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성젠바오

 

가장 먼저 나온 성젠바오 (生煎包). 마침 한국 방문 시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먹었던 음식이기도 하고 2018년 중국 방문 시 칭다오에서도 먹었던 녀석. 샤오롱바오와 달리 기름으로 튀겨서 바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오이무침과 새우볶음밥

 

기본적으로 양파와 단무지 정도는 곁들임으로 나오는 한국의 중화요리 전문점과는 달리 여기는 따로 그런 게 나오지 않더라. 기름진 중국 요리가 느끼하셨는지 부모님은 매대로 가서 반찬을 하나 사오셨다. 탄수화물과 지방 가득한 테이블에 초록빛이 하나 생기니 훨씬 보기 좋았다.

 

동파육

 

대망의 동파육. 원화로 3만원 가까이 할 정도로 가격대가 있는 요리였기에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동파육은 제대로 먹어본 적은 없어서 왜 수많은 사람들이 좋아할까 궁금했다. 파와 고수를 곁들여서 연잎 모양의 꽃빵 (荷葉餅)에 싸서 먹었는데, 고기가 정말 입에서 녹아 없어질 정도로 부드러웠다. 

 

우육면

 

그리고 마찬가지로 기대가 많이 되었던 우육면. 전날 투어에서 가이드가 NT$200 미만의 우육면 집은 가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여기서는 방문 당시 (2024년 1월) 무려 280원. 불그스름한 국물 색과는 달리 생각보다 아주 맵지는 않았고, 꼬들꼬들한 식감의 쇠고기가 일품이었다.

 

딘타이펑과 융캉제

 

포장주문만 가능한 딘타이펑의 본점과 융캉제 입구를 바라보면서 숙소로 돌아갔고, 부모님을 공항철도 역까지 바래다 드렸다. 이제 하루동안 혼자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