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 가이드와 함께하는 예스진지 투어 (2): 진과스와 지우펀, 아메이차루
스펀 관광을 마친 후 바로 관광버스로 이동했다. 다음 목적지인 진과스 (金瓜石). 이름부터가 생소해서 원래 개별여행을 고민했을 때에는 딱히 가려고 하지 않았던 곳이지만, 예스진지 투어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아무튼 가봐야지. 스펀에서 진과스/지우펀까지 개별이동한다면 기차를 타고 루이팡으로 간 후 거기서 버스를 타고 가면 되긴 한다. 그런데... 배차간격이 그렇게 좋지는 않은 버스와 기차인지라 한꺼번에 둘다 가려면 그냥 예스진지 투어를 하는 게 훨씬 낫다.
과거에 금광이 있어서 번성하던 마을인 진과스. 그 때문인지 지명에도 금이 붙어있다. 지금은 더 이상 광산으로 쓰이지는 않고 관광지로나 명맥을 유지하는 느낌. 예스진지 투어를 하게 되면 보통 광부도시락을 먼저 먹고, 그 다음 자유시간을 조금 가지게 될 것이다.
다른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광부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대만 물가에 비해서는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스펀에서 간식을 먹은 것 말고 아무것도 못 먹은 투어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식당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고.
한국인이 얼마나 많이 방문했으면 광부 도시락이라고 한국어로도 적혀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대만에서는 이런 도시락을 삐엔땅 (便當)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어의 벤또 (弁当)에서 유래한 말.
광부도시락은 밥 위에 숙주나물과 다른 채소가 곁들여지고 거기에 구운 돼지갈비를 올린 형태이다. 밑반찬으로 김치도 나오는데 가이드 말로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고...ㅋㅋ 미국생활 하면서 김치 안 먹는 삶에 익숙해진 나는 크게 감흥이 없었지만, 부모님들은 정말 만족하시는 모습을 보고 다행이라는 다는 생각을 했다.
대놓고 식당 한구석에 태극기가 걸려있으니, 이 식당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해서 꽤나 많이 팔 수 있었을 것이라.
그 와중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휴대폰이 일제히 울리더니 재난문자가 수신되었다. 영어 번역만 보면 공습경보가 발령된 모양. 한국에서는 시도때도 없이 휴대폰에 이런 문자가 날아오기 때문일까, 딱히 사람들은 별로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자를 읽어보니 중국에서 인공위성이 발사된 모양. 대만인 친구에게도 물어봤는데 같은 얘기를 하면서 별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마침 대만 총통 선거를 며칠 앞둔 상황이라 대만 정부가 사과도 했다는데, 몇달 뒤 한국에서도 북한의 오물풍선 발사에 공습경보로 오해할 만한 재난문자를 발송했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재미있기도 했다.
https://www.seoul.co.kr/news/international/2024/01/10/202401105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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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만침공시, 한국이 대만 다음으로 큰 피해 일본, 중국보다 우리 경제충격 커…중국 보복 때문, 오는 13일 미중 대리전 성격의 대만 대선을 앞두고 중국과 미국이 격렬한 말 폭탄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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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프닝이 지난 후, 식사를 마치고 나서 잠시 진과스를 둘러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이드는 황금박물관 방문을 원하는 사람만 따로 줄을 세워서 인솔을 했는데, 우리도 한번 가보자는 의견으로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마을에 철도도 놓여있는 걸 보니 정말 광산 마을에 온 것이 실감났다.
유리벽에 '金'이라고 새겨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황금박물관. 인당 NT$80, 약 3300원을 지불하고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전시물들이 다양하지는 않고, 저 금괴에 손을 넣고 인증샷을 찍으러 방문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도 구멍에 손을 집어넣어 금을 만져보았다. 그 와중에 저렇게 사람들이 금을 만지면 닳아 없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도 들었다.
이제 과거 광산도시의 분위기가 나는 진과스를 떠나서 지우펀 (九份)으로 향했다. 진과스에서 멀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로 이름을 떨치는 지우펀이다 보니,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차량 진입이 제한되고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안내가 있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따로 도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았다.
버스는 지우펀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주차장에 우리를 내려주었고, 경사진 도로를 따라 지우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왕복 2차로의 좁은 길이다 보니 주말에는 차량으로 미어터지나 보다. 우선 지우펀으로 들어가서 가이드의 판촉 설명을 듣고, 그 후에 자유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스펀 폭포를 뺀 우리는 다른 투어 그룹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었는데도, 이미 좁디좁은 골목길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흔히 한국인들이 '지옥펀'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다 그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이 길만 벗어나니 사람이 줄어서 여유있게 걸어다닐 만했다.
지우펀 자체가 산 중턱에 위치해있다 보니, 곳곳에 위치한 전망대를 통해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있었다. 복작복작한 거리에서 사람에 치이며 받았던 답답함을 전부 날려버릴 수 있는 탁 트인 산과 바다. 지우펀 여행 중 잠시 숨을 돌리러 가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지우펀의 상징과도 같은 홍등이 눈에 들어오는 거리를 걷다 보면, 눈에 띄게 아름다운 건물이 하나 나온다.
흔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바로 이 건물. '아메이차루'라는 이름이 말하는 것처럼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벌써부터 가게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맞은편에도 찻집이 하나 있었는데, 여기도 입장하려는 줄이 길었다. 여기는 건물 자체는 수수하나 아메이차루 건물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매력이 있다. 인파에 지쳐있던 우리도 괜히 길에서 걷기보다 안에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 하기로 하고, 둘 중에 고민하다 결국 아름다운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겉보기에만 아름답고 내부는 부실한 집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들어가자마자 그 걱정은 한시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내부의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조명과 자기 장식물들은 여기로 들어온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고, 인당 NT$300 정도 하는 차 세트를 주문했다.
전통 방식의 다기 세트와 찻잎, 그리고 뜨거운 물이 제공되었다. 우선 직원이 어떻게 차를 우려내면 되는지 시범을 보여주었다. 예전에 한번 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도 오래 전이다 보니 가물가물해서, 다시 처음부터 배우는 느낌으로 살펴보았다. 직원의 시범을 녹화해서 돌려보기도 하고. 찻잎을 자사호에 넣고 뜨거운 물을 한번 넣고 버린 다음, 새 물을 붓고 우려내는 형식. 찻잎은 2-3회 정도 다시 우릴 수 있었다. 다식과 같은 간단한 전통 간식이 나와서 차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슬슬 해가 지고, 테라스 쪽으로 나가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아까 전망대에서 본 그 바다의 모습이 배경으로 깔려있고 홍등이 건물을 누렇게 밝힌 모습을 보니 두 색이 대비되어 더욱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냈다.
슬슬 돌아갈 때가 되어서 나가는 길. 계산대 앞에 찻잎이나 아까 먹었던 간식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원하면 사서 가져갈 수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 하나 사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느새 해가 다 지고, 지우펀을 대표하는 홍등이 밝게 빛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조금이나마 여유있었던 낮의 모습과는 달리 해가 지고 나니 이 아름다운 건물을 관람하기 위해 이 일대는 발디딜 틈이 없어졌다. 찻집에서 여유있게 지우펀의 풍경과 대만의 차 문화를 즐기고 나온 것은 확실히 잘한 선택이었다. 예스진지 투어를 하면서 이런 야경을 충분히 즐기고 싶다면 겨울에 방문해야 한다. 여름에는 해가 충분히 지기도 전에 복귀 버스를 타야 할 테니.
슬슬 돌아갈 시간이 되어, 버스로 돌아가고 무사히 타이베이로 복귀할 수 있었다. 예스진지 투어가 종료되면 저녁 8시 즈음이 되고, 이때 가이드에게 시먼딩 곳곳의 맛집을 추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민을 좀 하다 우리는 그냥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그 유명한 삼미식당을 가기로 했다.
그 유명한 연어초밥을 비롯해 볶음밥과 다른 음식들을 시켜서 나눠먹고, 타이베이 둘째날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