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유럽

[친구 따라 두번째 영국] 웨일스 입성 후 카디프 성 방문

여행하는 화학자 2024. 5. 16. 11:21

브리스톨 역에서 기차를 타고 카디프 역에 도착했다. 도시 바로 외곽에 위치해 있는 있는 세번 강 (River Severn) 을 하저터널로 건너고 나면 바로 웨일스이다. 강을 세번 건넌다는 뜻이 아니고. 브리스톨에서 카디프까지 한시간 정도 되는 짧은 거리의 열차를 탑승한 후 내렸다.

카디프 센트럴 역

 

역에서 내리자마자 영어와 함께 병기된 웨일스어의 압박이 엄청났다. 분명 알파벳으로 쓰여있는데 무슨 뜻인지 유추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차라리 옆나라인 네덜란드나 독일어같은 경우 그래도 약간은 어느 뜻인지 추측이라도 할 수 있는데, 아예 다른 어파에 속한 웨일스어는 정말 다른 세계의 언어 같았다...

"Croeso i Gaerdydd Canolog"

 

많은 사람들이 웨일스에 방문할 때 처음으로 찾는 곳이다 보니 곳곳에 웨일스어가 더욱 강조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막상 시내로 나가면 사실상 영어밖에 없기도 하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안 됐던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나라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방법 중 하나가 그 나라의 자국어를 밀어주는 것이기도 하고. 이 웨일스어라는 녀석은 특히 자음과 모음을 무자비하게 섞어놓은 것처럼 생겨먹었다 보니 뇌리에 틀어박히기 아주 좋을 것이다.

 

BBC 웨일스 지부

 

역을 빠져나가자마자 보이는 영국 국영방송 BBC의 웨일스 (Cymru) 지부 건물을 지나고, 이날은 많이 늦었기 때문에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아침의 카디프

 

이날 방문하기로 결정한 곳은 두 군데의 성이었다. 우선 카디프 시내에 있는 카디프 성을 들른 후, 기차를 타고 외곽의 도시 케어필리에 가서 케어필리 성을 방문하는 일정이었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숙소를 나섰는데, 역 근처는 꽤나 현대적인 건물들이 즐비해 있었다. 

 

 

물론 거기서 좀더 시내 상업지구 쪽으로 들어오면 유럽적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카디프 시내 거리

 

여기도 영국은 영국인지, 날씨가 오락가락 하고 있었다. 구름이 살짝 걷혀있긴 했지만 땅바닥은 축축해진 상태였고. 날도 은근 쌀쌀했다.

 

카디프 성의 폐쇄된 출입구

 

좀 걷다 보니 카디프 성의 입구를 발견했는데, 아쉽게도 여기는 막혀 있었다. 다른 입구를 이용하라는 안내문조차 웨일스어로 먼저 쓰여 있고 그 다음 영어가 병기되어 있는 형태였다.

 

카디프 성 외부

 

성곽(?)을 빙 돌아 입구를 찾아서 들어갔다.

 

카디프 성

 

우선 성곽의 내부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다. 여기는 산책로의 느낌이 짙게 느껴져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정원 내의 오솔길을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성채 위로 우뚝 솟아있는 웨일스의 국기가 눈을 사로잡았다.

 

웨일스 성 입구

 

정원 산책을 마친 후 본격적인 성 탐험에 나섰다. 성 건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꽤나 나가는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입구에 별도의 건물로 있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매한 후 성 내부로 향했다.

 

https://www.cardiffcastle.com/times-prices/

 

Opening Times & Ticket Prices • Cardiff Castle

Find out times and opening hours at Cardiff Castle, as well as prices for tickets and tours. The Public Square, Gift Shop and Cafe are open free of charge.

www.cardiffcastle.com

입장료는 글 작성일인 2024년 5월 기준 어른 15.5파운드, 어린이 10.5파운드, 학생 12.5파운드이다.

  

카디프 성 내부

 

1세기 경 로마인들에 의해 요새로 처음 세워진 곳이 바로 이 카디프 성이다. 물론 고딕 양식의 이 성은 그 당시 지어진 것은 아니고, 요새가 건축된 후에 여러번 재건을 하고 난 결과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감상하며 성을 둘러보았다. 사실 옥스포드에서 블레넘 궁전을 잔뜩 구경하고 난 뒤라 그런지 성 내부에서 아주 특별한 모습을 찾지는 못했다.

 

 

성 메인 건물을 빠져나와 옆에 우뚝 솟아있는 킵 (Keep) 을 향해 걸어갔다. 언덕 위에 웨일스의 국기가 걸려 있는 이 중세시대의 성을 따라 걸어올라갔다. 흔한 유럽 느낌의 성과는 달리 노르만족이 세운 이 성에서는 영국의 느낌이 물씬 났다.

 

카디프 성에서 바라본 시내

 

이 킵의 벽을 올라가면 카디프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등장한다. 성이 위치한 공원과 뒤쪽의 현대적인 건물이 이질적이었지만,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스카이라인에 변화를 주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뒤에 보이는 경기장은 Principality Stadium이라는 이름의 럭비 경기장이다.

 

카디프 성

 

아무튼 성은 성이니, 고랑을 파서 만든 해자가 눈에 들어온다. 연휴의 마지막 날, Bank Holiday를 맞아 다수의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었는데, 개중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들도 있었다. 역시 어디에나 있는 중국인들...

 

지하 터널

 

킵에서 다시 성 본관으로 돌아갈 때는 같은 길을 이용하는 대신 성에 나있는 지하통로를 이용하였다. 마치 영화나 게임 등에 나오는 던전을 직접 탐사하는 느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가스 공격에 대비하라는 안내문

 

특히 이 아포칼립스를 연상시키는 경고문은 이 통로의 음산함을 배가시켜주었다. 한국인 남성 대부분은 군대에서 배워봤을 방독면 착용법에 대해 안내가 되어 있다. 실제로 이 지하통로는 2차 세계대전 때 방공호로 쓰인 역사가 있기도 하고. 이 통로를 따라 걷는 여정이 은근히 설레지는 순간이었다.

 

가레스 베일 기념비

 

웨일스 출신의 축구선수 가레스 베일 (Gareth Bale) 이 유로 2020 웨일스 팀의 주장으로 선정된 것을 기리는 기념비가 한구석에 세워져 있었다. 물론 선수의 석상 같은 건 아니고 웨일스의 문장과 그 밑에 이름 정도가 새겨져있는 정도이긴 한데. 

 

카디프 성 군사 박물관

 

카디프 성 입장권에는 Firing Line Cardiff Castle of the Welsh Soldier 라는 군사 박물관의 입장권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공짜로 볼 수 있다니 놓치지 않고 들어가보았다. 동판으로 된 전쟁을 묘사한 작품이 무척 디테일하서 살짝 기괴하다는 인상조차 들었다.

 

카디프 성 군사 박물관

 

내부는 박물관 이름처럼 웨일스를 지키던 병사들에 관련된 박물관이었다. 안에는 헬멧이나 방탄모를 써볼 수도 있는 체험관도 있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둘러보기 좋았다.

 

성 세례 요한 교회의 정원
성 세례 요한 교회

 

점심시간이 되었고, 배가 고파진 우리는 영국에서 계속 못 먹고 있었던 피쉬 앤 칩스를 찾아 헤맸다.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먹을 것이 정말 다양한 나라이다 보니까 계속 우선순위가 밀려서 결국 귀국일 전날이 되어서야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피쉬 앤 칩스

 

피쉬앤 칩스와 함께 소스 하나를 곁들이는 세트가 단돈 8.5파운드! 게다가 학생에게는 10% 할인까지 해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미국의 대학원 학생증도 되나 시험삼아 해봤는데 의외로 가능하더라. 양이 제법 많아서 결국 남겼다가 나중에 마저 먹었다고 한다.

 

이제 배도 찼겠다, 카디프 외곽의 소도시 케어필리로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