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여행 준비하기 - 항공권
남미라는 지역은 한국인이 여행하기에는 참 쉽지 않은 곳이다. 우선 물리적 거리부터가 문제.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대륙이다 보니 항공권도 무지막지하게 비싸고, 24시간은 걸리는 총 비행시간 덕에 짧게 여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 한국에서는 아무리 짧게 여행한다 해도 주요지역 한두군데를 방문하기 위해서 2주 이상은 투자해야 한다. 보통 여행자들은 남미를 최소 한두달, 혹은 반년동안도 여행하는 것 같다.
그나마 나는 미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마침 7월에 2주 정도 휴가를 낼 수 있게 되어 여행지를 물색하던 와중, 차라리 물가 비싼 미국 내에 있거나 캐나다에 가기보다는 이참에 멀리 가서 저렴한 물가를 즐기자는 마인드로 남미행을 갑작스레 결정하게 되었다. 안그래도 미국에 있는 동안에 남미는 한번 가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기회는 빨리 왔다.
우선 남미에 가기로 결정했으니, 항공권을 알아보아야 한다. 물론 한국에서 출발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미국 출발 남미행도 사실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다. 출발 두달 전에 갑자기 항공권을 예약하게 되니, FSC를 이용한다 쳤을때 싸게 사도 700달러는 내야 한다는 것. 물론 시카고에서 리마까지 단돈 180달러에 모셔주는 스피릿항공이 있었으나, 음...
그러던 중 유나이티드 마일리지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부랴부랴 마일리지 티켓을 알아보았다. 상대적으로 예약 변경/취소가 자유롭고 수하물을 부치기 위해 추가금을 내야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편도 두장으로 표를 발권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도 있고. 남미는 정말 넓은 대륙이다 보니 인아웃 도시를 같게 하면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페루 리마로 입국한다고 하고 출국 도시를 고민해 보았다.
일단 리마로 입국한 뒤, 예전부터 무척이나 가보고 싶었던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가고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일정으로 계획했다. 사실상 대부분의 남미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반시계 방향" 국민루트이다. 볼리비아에 가고 나면 당연히 우유니도 들러야지. 그러면 우유니에서 어떻게 남미를 빠져나올까? 2주밖에 안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1. 산타크루즈 출국. 우유니에서 수크레를 찍고 (혹은 바로) 볼리비아 최대 도시인 산타크루즈로 간 뒤 거기서 출국하는 것이다. 페루와 볼리비아 2개국에 집중할 수 있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볼리비아 비자를 발급받을 때 라파즈, 우유니 등 고산지대가 아닌 저지대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황열병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황열병 접종은 꽤나 비싸다. 내가 다니는 학교 보건소에서 접종을 받아도 180불을 요구하니 이것도 꽤나 돈이 드는 문제이다. 산타크루즈가 관광도시가 아니라서 여행 정보가 없는것도 한가지 문제이고.
2. 산티아고 출국. 우유니에서 버스를 타든 투어를 하든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로 간 뒤,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산티아고를 가고 나서 출국하는 것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선택하는 루트여서 정보가 좀더 많았다. 보통 우유니-아타카마 투어가 우유니에서 출발해서 칠레 국경에서 내려주기 때문에, 동선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아타카마에서 산티아고는 버스로 가기에는 정말 멀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단점은 있다. 또 칠레 물가는 남미에서 사악하기로 유명해서...
크게 이 두 루트를 고민하다가 결국 2번을 선택하기로 했다. 즉, 페루-볼리비아-칠레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리마 인 - 산티아고 아웃 티켓을 구입했다. 시카고-리마 구간은 22k로, 산티아고-시카고 구간은 30k로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마일리지로 표를 구하다 보니 가는 편은 올란도, 보고타에서 총 두번이나 환승을 해야 하는 복잡한 일정이다. 뭐 아무튼 택스만 내고 남미 왕복표를 구했으니. 그렇다면 이번엔 남미 내 항공권이다.
리마 - 쿠스코 구간
남미에 체류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과감히 이카와 와카치나는 포기하고, 바로 리마에서 쿠스코로 가기로 결정. 이 구간은 버스로 가면 24시간 가까이 걸리는 험한 길이기 때문에, 그냥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라탐항공을 통해서 예약할 수 있었는데, 이 항공사는 사이트 지역에 따라서 항공권 가격이 다르더라.
돈을 아끼기 위해서는 당연히 더 저렴한 국가 사이트로 접속해야 하는 법. 페루 사이트를 이용해서 조금 더 저렴하게 표를 구할 수 있었다. 남미 국내선 항공권은 기본 수하물이 없기 때문에 따로 추가해야 한다. 어차피 배낭 하나만 매고 갈 참이기 때문에 10kg 기내 수하물 하나만 추가했더니, 총 약 66달러에 리마-쿠스코를 결제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일찍 했으면 더 저렴했겠지만, 뭐 그런데까지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
칼라마 - 산티아고 구간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우유니-아타카마 투어를 통해 칠레에 입국한 뒤,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에서 버스를 타고 공항이 있는 근처의 도시 칼라마로 간다. 그리고 칼라마에서 산티아고를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고, 아니면 심지어 볼거리가 별로 없는 산티아고를 스킵하고 바로 남쪽의 파타고니아로 가는 경우도 많더라. 칼라마에서 산티아고까지도 수많은 항공사가 있는데, 아쉽게 FSC인 라탐항공은 꽤나 비싸서 우선 목록에서 제외. 결국 저가항공인 JetSmart를 이용해서 수하물 포함 80달러에 이 구간의 항공권을 끊을 수 있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영어 사이트보다 칠레 사이트에서 결제하는게 저렴했다.
아무튼 이렇게 항공권을 해결했다. 이제 상세 일정을 짜는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