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미국

[시애틀] 2. 잠 못 이루는 시애틀(?)

여행하는 화학자 2023. 1. 30. 06:28

 

눈 내리던 시애틀

호스텔에서 첫날밤을 보낸 다음날, 미처 챙겨오지 못했던 세면용품을 사기 위해 나왔더니 눈이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어쨌든 시애틀도 서부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서부는 따뜻하고 눈 같은 거 안 내리는 줄 알았던 나에게는 소소한 충격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긴 했는데, 단지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여행 중에도 못 참는 월드컵

마침 월드컵 조별예선 포르투갈전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보고 있었는데 심지어 승리해서 16강에 오를 수 있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한국은 참 신기한 나라이다. 2018 월드컵에서도 결국 16강에 못 오르긴 했지만 마지막 경기 독일전을 기적적으로 이기지 않았던가. 아무튼 승리를 거머쥔 한국 팀을 축하해준 후  잠시 숙소에서 쉬다가 길을 나섰다.

 

파이크 플레이스의 한 해산물 가게

시애틀에서 가장 유명한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이다. 상인들이 팔뚝만 한 생선을 던지고 받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생선가게. 해산물이 귀한 곳에서 살고 있다 보니 눈 돌아가는 건 당연. 그렇지만 이걸 사서 들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비싼 것은 차치하고) 눈으로만 즐기고 아쉬움을 뒤로 했다. 이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해산물 시장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것들도 팔고, 특히 수공예품을 파는 가판대도 많았다. 어차피 숙소 코앞에 있는 곳이라 일단 뒤로하고, 시장 건너편으로 갔다.

 

스타벅스 1호점

시장 맞은편에는 떡하니 스타벅스 1호점이 자리하고 있다. 사실 처음 스타벅스가 영업을 시작한 진정한 1호점은 아니지만, 근처에 있었던 1호점을 닫고 여기로 옮긴 거라고 하니 뭐. 아무튼 흔히 보는 스타벅스 로고가 아닌 과거의 로고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1호점 내부에는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소는 없고, 한쪽에는 기념품이 잔뜩 쌓여 있고 옆에는 음료를 받을 수 있는 바가 있다. 음료는 뭐 다른 스타벅스와 큰 차이가 없지만,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기념품들이 있어서 한번 눈을 들여볼 만 하다.

 

스타벅스 옆에는 페이스트리를 파는 집이 있었다. Piroshky Piroshky라는 이름의 가게였다. 러시아 요리인 피로시키 (пирожки)에서 따온 가게 이름인 듯. 나름 구글 지도에서 평점이 좋은 집이라 궁금했기도 하고, 살짝 배가 고파지기도 해서 하나 집어들었다. 맛은 좋았는데, 8달러나 되었다는 게 함정. 한국 돈으로 치면 저 조그만 게 1만원이나 한다. 한국의 길거리 음식 가격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관광지인데 뭐...

항구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뒤쪽을 돌아보기로 하고 무작정 걸어 보았다. 뒤쪽에는 바다 옆으로 나 있는 항구가 있다. 관광지 바로 뒤쪽으로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도 꽤 신기하게 느껴졌다.

 

껌 벽 (Gum Wall)

파이크 플레이스 뒷길을 걷다 보면 또 시애틀의 명물인 껌 벽이 나온다. 벽에 껌을 뱉어놓은 게 한가득. 냄새부터가 그 껌의 과일향 비슷하게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많이 불쾌해서 서둘러 길을 빠져나왔다. 원래 평소에도 껌 씹는걸 좋아하지 않아서 더더욱 기분이 나빴을 지도...

 

파이크 플레이스에서 먹었던 점심

다시 파이크 플레이스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생선 튀긴 걸 넣어서 만든 샌드위치. 관광지답게 음식 가격은 사악했지만 뭐... 내륙지방에 살아서 해산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해안가 도시에 놀러가게 되면 많이 먹는 편이다. 해산물이 쏟아지는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

 

스페이스 니들

소화를 시킬 겸 슬슬 걸어서 도착한 곳은 스페이스 니들. 사실 전망대 올라가는 건 별 관심도 없고 너무 비싸기도 해서 그냥 앞에서 사진만 찍고 넘어갔다. 

스페이스 니들 모양 인형

그래도 들어가서 기념품 가게는 들러보았는데 인형이 참 귀엽더라... 크흠

 

스페이스 니들 옆에는 치훌리 가든 (Chihuly Garden and Glass) 이라고 불리는 곳이 위치해 있다. 여기도 스페이스 니들과 마찬가지로 입장료가 제법 비싸다. 사실 여기도 갈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했었는데, 결국 입장하는 것으로 결정. 입장료를 내야 하는 곳에 들어갈지 말지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는 이 경험이 그 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인지 생각해 보는 것. 스페이스 니들과 같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도시를 전망할 수 있는 경험은 매우 흔하지만, 시카고의 윌리스 타워나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 아치 처럼 상징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아서 올라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화려한 유리공예를 볼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흥미가 생겼기 때문. 입장료는 33달러인가 했던 것 같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치훌리 가든의 유리공예

박물관 내부에는 치훌리의 인터뷰 영상을 틀어놓은 곳도 있는데, 유리라는 물질 특성상 거대하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원하는 모양대로 유리가 나오질 않아서 부수어 버리기 십상이고. 혼자 들어가서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는데 사진 찍는 걸 좋아하면 정말 꼭 가봐야 할 시애틀의 명소이다.

 

케리 파크 가는 길

박물관에서 나오니 슬슬 해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번 목적지는 시애틀의 야경 명소인 케리 파크. 언덕 중턱에 걸쳐있어서 시애틀 다운타운 전경을 내려다보기 좋은 위치에 있다. 스페이스 니들에서 버스를 타고 공원 앞에서 내렸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이 상당히 오르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케리 공원 근처의 한 저택

케리 공원이 위치한 곳은 나름 부촌인지, 화려하고 거대한 대저택이 많이 위치해 있었다. 보통 미국의 도시 구조를 생각해보면 슬럼화 된 시내에 빈민가가 있고 중산층들이 서버브에 살고 있는 것을 떠올려 보며, 여기의 도시구조가 꽤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이게 일반적인 건가?

 

시애틀 시내 전경과 멀리 보이는 레이니어 산

내가 갔을 때는 마침 공기가 맑아서,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 레이니어 산까지 볼 수 있었다. 정말 야경 맛집이다! 도시에서 멀지 않아서 도시 풍경을 확실히 눈에 새길 수 있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산까지 볼 수 있으니.

 

대관람차

다시 숙소 근처 파이크 플레이스로 돌아와서 멍하니 돌아다녔다. 바닷가 근처에는 대관람차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들어가지는 않고 밖에서 구경만 했다. 이렇게 시애틀에서의 둘째 날을 마무리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이라는 유명한 영화 제목이 있는데, 왜 이곳은 잠 못 이루는 곳일까 생각해 보았다. 특히 겨울에 춥고 해가 일찍 지는 시애틀은 밤에 할 게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역시 사람들의 카페인 과다 섭취 때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