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여행] 중국의 서쪽 끝, 위구르 문화의 중심 카슈가르
2018. 10. 10 - 10. 12,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카슈가르
투루판에서 기차를 타고 밤새 달려 결국 카슈가르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정말 중국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딴판이었다. 실제로 주민의 대부분이 위구르인이기도 하고. 자연적으로 중국 동부 해안과 3시간 정도의 시차가 남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대를 써서 해가 9시는 돼야 뜨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신장 지역에서는 자체적으로 2시간 늦은 시간대를 사용하긴 하지만.
카슈가르 역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올드타운 내부는 차량이 진입할 수 없어 걸어서 숙소로 가야 했다. 이 지역에는 호스텔이 별로 없어 선택의 폭이 좁았는데, 그 중 나는 올드타운 유스호스텔이라는 곳에 묵었다. 투루판과 마찬가지로 숙소에 들어갈 때 보안검색대가 있었다. 일단 체크인을 한 뒤, 중국을 빠져나갈 방법부터 알아보았다. (여기서 중앙아시아를 벗어날 때까지 caravanistan.com이라는 사이트를 많이 참고했는데, 중앙아시아에서 배낭여행을 할 때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된다.)
그 당시 카슈가르에서 키르기스스탄 오쉬까지 가는 버스 운행이 중지된 상태여서 개별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동행자를 구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넘어온 사람은 많았는데 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좀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카슈가르 올드타운을 둘러보았다.
우선 쌈사 (밀가루 반죽 속에 다진 고기를 채워서 화덕에 구운 음식) 두 개로 배를 채우고 쁠롭 (중국어로는 좌판抓饭이라고 함)을 먹었다. 볶음밥의 일종이기는 한데 사실상 밥에 기름을 들이부어 만드는 수준이라 상당히 느끼하고 기름지다. 사실 이 녀석은 중앙아시아의 주식이라... 그 지역을 여행하려면 넘겨야 할 고비 중 하나. 물론 맛있긴 하다. 단지 오래 먹으면 물릴 뿐.
중국에서 가장 큰 모스크인 이드가 모스크에 가 보았다. 내부에 정원이 넓게 조성되어있기는 했으나 딱히 화려함이나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크다는 말이 무색하게 모스크는 볼품 없었고 딱히 안에 뭔가를 전시해 놓은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시닝의 동관 모스크가 더 볼만했다.
올드타운 밖으로 나가보았다. 사실 이 올드타운은 과거의 올드타운을 재현한 것으로, 진짜배기 올드타운은 성 밖에 따로 있었다. 가 보고 싶었는데 이미 허물고 있는 상태였다. 그 허물어진 흔적에라도 들어가볼까 했는데 경비가 지키고 있어 그러지는 못했다. 다시 성 안으로 돌아오는데, 성 앞에서는 음악에 맞춰서 춤추는 공연이 벌여지고 있었다. 잠깐 구경하면서 위구르의 춤(?)을 관람하였다.
다음날도 멀리 나가진 않고 잠깐 버스를 타고 향비묘에 둘러보았다. 뭐.. 사실 큰 감흥은 없었다. 아니, 이드가 모스크보다는 그래도 훨씬 나았다. 사실 나에게는 향비묘도 그냥 모스크의 연장선인 것처럼만 보였다. 카슈가르는 투루판처럼 다양한 유적지가 분포된 게 아니다 보니 그냥 올드타운 안쪽을 둘러보면서 위구르인들의 삶의 모습을 지켜보는 그 자체가 카슈가르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돌아오는 길에는 올드타운 바깥쪽에 열려있는 바자르에 잠깐 들렀다. 중앙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게 바자르 아니겠는가. 여기는 바자르에 들어갈 때에도 보안검색이 있었다. 귀찮지만 검사를 하고 들어가 보았다. 바자르 답게 온갖 잡동사니가 다 팔리고 있었다. 내가 살 건 없었다.
밤에는 올드타운에 야시장이 열린다. 중국을 떠나기 전에 간단한 요깃거리를 하러 시장에 나왔다. 온갖 이상한 요리들을 파는데, 나는 간단하게 양꼬치 두 개와 양 간 꼬치 두 개를 사서 먹었다. 한 개에 3위안으로 일반적인 꼬치 가격보다는 비쌌다.
결국 키르기스스탄으로 가는 동행을 구하지는 못했다. 원래 계획은 파키스탄으로 넘어가서 이란으로 향하는 거였지만, 파키스탄-이란 국경지대의 위험성에, 결국 포기해버렸다. 게다가 마침 우즈베키스탄 무비자가 풀려서 중앙아시아를 거치는 게 훨씬 쉬워지기도 했고. 어쨌든, 다음날을 위해서 숙소에 돌아갔다. 혼자서 키르기스스탄으로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는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위구르 자치구 쪽도 참 가볼만한 곳이 많았다. 그중 하나가 파키스탄으로 넘어가는 카라코람 하이웨이. 타슈쿠르간을 거쳐 국경을 넘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파키스탄과는 전혀 다른 곳. 특히 그 도로를 지나는 곳에는 배낭여행객들이 한달씩 머무른다는 훈자가 있지 않은가. 꼭 다음번에는 그곳으로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